괜찮다는 건 무엇일까?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셨나요? 힘든 하루였나요, 즐거운 하루였나요? 즐거운 순간이 더 많았던 하루를 보내셨다면 기쁘겠습니다. 힘든 하루였다면 부디 자신을 꼬옥 안아주는 시간을 가지시길 응원합니다. 저는 오늘 그럭저럭 괜찮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열심히 일을 했고, 제 삶에 대해 고민도 했고, 지친 나를 쉬게 해 주기 위해서 이른 저녁에 잠시 잠도 잤습니다. 다시 일어나 따뜻한 호빵을 먹으며 11:27 이 순간 거의 끝나가는 하루를 되돌아보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괜찮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왜 괜찮은지는 분명하게 알지 못합니다. 사실 괜찮다는 말밖에 지금 제 상태를 표현할 말이 없다는 게 정확할 듯합니다. 또는 괜찮지 않은 데도, 괜찮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떨 때 자신이 괜찮은 상태라고 느끼시나요? 괜찮다는 건 대체 뭘까요? 친구에게도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야, 너 지금 괜찮아?"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좀 더 물어보았습니다. "왜? 왜 괜찮아?" 그랬더니 친구가 "너 지금 시비 거는 거?"라고 하더군요. 더 물었다간 갈등이 생길까 싶어 질문을 삼켰습니다. 우리는 언제, 어떤 이유로 괜찮다는 말을 하는 걸까요?
돌이켜 보면 저는 괜찮다는 말을 습관처럼 사용합니다. 때론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 사용되지만 알고 보면 괜찮다의 일종이기도 하죠. '아무거나', '다 좋아', '네 맘에 드는 대로 해' 등 모두 '괜찮다'를 다르게 표현한 겁니다. 저는 왜 괜찮았던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말로 괜찮았었는지 마음에 노크를 해보았습니다.
어릴 적 저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정말 많이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어른들의 기분을 살피며 어른들이 좋아할 행동을 계산하여 실천하는, 어찌 보면 영악한 아이였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명절에 어른들로부터 용돈을 받았는데, 그 돈으로 저보다 어린 사촌동생들에게 과자를 사주었죠. 어른들은 저를 보며 착하다고 칭찬해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실은 '이렇게 하면 어른들이 날 착한 아이로 봐주겠지'라고 생각하고 했던 계산된 행동이었죠. 이렇게 해야 할 만큼 저는 칭찬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청소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저는 친구를 잘 사귀진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불안은 더욱 강해졌고, 더욱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게 되었죠. 힘겹게 사귄 친구들과 함께 놀 때면 제가 하고 싶은 걸 주장해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요? 아예 없었지는 않았을 것 같지만 제 기억에는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있었다면 그나마 다행일 겁니다. 저는 남들이 원하는 걸 들어줘야만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도 '괜찮아야 한다'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괜찮다고 말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은 저와 같은 목적으로 괜찮다는 말을 쓰진 않으시나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괜찮았던 적도 있었지만, 아닌 적도 분명 있었으니까요. 친구에게마저 괜찮지 않은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했던 예전의 저를 떠올리면 참 슬픕니다. 아무 데도 기대지 못하고 홀로 견뎌야 했던 시간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괜찮지 않아 집니다.
지금의 저는 제 마음을 잘 보살피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그러기 위한 첫 번째 단계가 '괜찮나?'라고 자신에게 묻는 겁니다.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느껴질 때면 제 자신에게 말을 걸려고 노력합니다. '괜찮아? 지금 기분 어때? 나쁘면 나쁘다고 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줍니다. 여러분에게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힘들면 울고 투정 부려도 됩니다. 그런 여러분을 잘 보살펴주는 사람 곁에선 얼마든지 그래도 됩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을 자기 맘대로 움직이기 위한 투정은 지양해야겠죠. 그래도 괜찮다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노력해온 사람들이니까요. 지치면 쉬어도 됩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해도 됩니다. 마음대로 감정을 모두 표출하며 살 수는 없겠지만, 표현하지 않는 것과 감정 자체를 부정하려 하는 건 분명 다릅니다. 표현은 상황을 보고 해야겠지만 감정을 인정해주는 건 언제든지 옳습니다. 여러분의 괜찮지 않은 마음을 인정해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저도 아직 잘하지 못하지만, 함께 노력해보면 좋겠습니다.
자주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 지금 괜찮나? 정말 괜찮나? 왜 괜찮지? 괜찮지 않다면 왜 그렇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세요. 여러분의 감정은 언제나 옳습니다. 똑같이 다른 사람들의 감정도 늘 옳습니다. 다만 적절하지 못한 대처방식, 표현방식이 있을 뿐이죠. 여러분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란 걸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잊지 않도록 제게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