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무릎을 탁!
너덜너덜해진 옷, 수건, 속옷, 양말 등을 모아둔다('걸레1'이라 부르자). 빨아서 다시 쓸 걸레(걸레0)로 해결하기 꺼려지는 무언가, 이를테면 식탁 아래로 쏟아진 찌개라든가 창틀의 먼지 더께 따위를 닦은 후 버리는 용도다.
미취학아동이 없어지면서 음식을 쏟는 일이 확실히 줄어, 어느새 걸레1이 모아두는 바구니에서 넘쳐나 수납장을 뚫고 나올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도 나는 헌옷수거함에 넣기 부끄러운 옷가지들을, 차마 쓰레기로 취급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모으고 있었다.
어느 날, 지인 모임에서 (어쩌다 그런 이야기가 나왔더라?) 청소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고도 깨끗하게 지내는 방법에 대해 듣게 되었다. 바로! 날마다 손바닥만 한 걸레 하나만큼만 걸레질을 한다는 것이었다. 딱 그만큼이 더러워질 때까지 닦다가 버리는 걸로 그날의 걸레질 끝.
나는 눈을 빛내며 영혼의 무릎을 탁! 쳤는데, 좋은 생각이 났던 것이다.
주말이면 하루에 한 시간(+30분)씩 아이들은 게임 시간을 갖는다. 그전에 이불정리, 책상정리, 먼지 털기 등등을 시키는데 그렇게 쌈박하게 할 수가 없다.
*외국에서 교사로 일하는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단어 이만큼 외우면, 수학문제 이만큼 풀면, 나가서 놀게 해줄게' 하는 방식은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고, 아이들이 놀 생각만 하고 괴발새발 아무렇게나 쓰고 만다고. 맞는 말이라 생각했다. 공부는 그렇게 하게 하면 안 되겠는데, 어떤 '일'들은 그렇게 시켜도 무방하다는, 그렇게라도 익히게 하는 것이 좋다는 쪽으로 교육관에 살이 붙었다.
아이들이 크는 만큼 자연스레 일을 하나씩 얹으려 하는데, 뭐가 좋을까~ 하던 참이었다. 바로 그다음 주말, 나는 걸레1 바구니를 꺼냈다.
자, 오늘부터 일을 하나 더 할 거야.
여기서 아무거나 하나씩 꺼내!
물을 묻혀!
아무 곳이나 닦아!
엄청 더러워지면 버릴 수 있어, 알았지?
눈썹을 꿈틀거리는 세 아이들에게 나는 기꺼이 모범을 보여주었다. 아무 걸레1을 잡아채 물을 대충 묻혀 짠 다음, 청소기가 닿지 않는 주방 모서리를 쓰윽쓱 몇 번 훔치니 먼지가 가득(...)! "보이지? 이럼 된 거야!"
아이들은 저마다 최대한 작은 걸레1을 택해("양심적으로 양말은 두 짝씩 하거라") 작업에 들어갔다. 그들도 어느 곳이 지저분한지 다 알고 있었다는 듯 곳곳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침대 밑, 책장 밑, 피아노 밑...
1분도 안 되어 먼지를 한가득 묻혀가지고 와서 자랑스레 내밀었다. "이 정도면 되지?" "그럼~!"
원래 걸레질로 추구하는 것이 그런 게 다가 아니란 것쯤은 청소고자인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작은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그런 곳을 훑는 것으로는 자그마한 팬티조차 더럽히지 못했다(깨끗해졌던 것이다!). 더러운 곳을 찾는 아이들의 눈동자, 찾으면 무릎을 꿇고 기어들어가 엉덩이를 들고 걸레질을 하는 뒤태, 대어라도 낚은 듯 먼지와 머리카락과 때를 한껏 묻힌 걸레1을 내게 들이밀며 검사받는 환한 얼굴...
남편은 실소와 너털웃음 사이에서 "아니, 누가 보면 학ㄷ..."라 말할 뻔했지만, 금방 거두었다.
이 걸레1 프로젝트는 시행된 지 서너 달쯤 되었다. 걸레1 바구니가 텅텅 비어서 나는 시시때때로 쫓기듯이 옷정리를 하고 있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이 일을 싫어하지도 어려워하지도 않는다. (1분 컷이지 않나.)
그리고 마침내, 방바닥까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