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이기만 했던,
길을 걷다 유모차나 아기띠에 있는 아기를 보면,
놀이터에서 아장아장, 뒤뚱뒤뚱 제 갈 길을 가는 아이를 보면,
눈을 맞춘다.
이쁘다. 마음이 녹는다.
아기의 배경에 말갛고도 음울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엄마가,
아이의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한 엄마가,
덜 보인다.
심지어, 얼마나 이쁠까? 얼마나 좋을까? 그런 혼잣말도 해본다.
그리고 나는 요즘 고양이를 키워야 하나, 고민 중이다.
둘째가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긴 하지만ㅡ
더 이상, 내 인생에, 우리 집에, 새로운 생명은 없어!
그런 철칙이 희미해졌다는 데 스스로 놀란다.
그러니까,
한 시절이 지나갔다.
이렇게 힘든 일이라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속으로 울며 묻던 때가,
부러움인지 욕망인지, 혹은 '너도 당해봐라' 하는 심술인지
정말로 분간이 안 되는 얼굴로 "제일 좋은 때야"라고 말하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에게
황당함인지 분노인지, 혹은 연민인지
나 역시 알 수 없는 마음으로 "하... 그래요?" 반문하던 때가,
나의 진창 같은 삶을,
내게만 역동적이고 표현하는 순간 구질구질해지는 일상을,
일기 외에 어떤 글로도 쓸 수 없던 때가
지난 것이다.
첫 아이를 낳고 얼마간 지나 깨달았다.
내 인생의 진정한 부정합은,
연애도 취업도 결혼도 아닌
출산이구나.
서른 살에 임신, 서른한 살에 출산, 21개월의 수유.
이 사이클을 세 번 돌고
정신을 차려보니 서른아홉이었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내가 알던 내가 아니었고,
정신과에 가야 했다.
내 인생은,
나이기만 했던 나/ 엄마이기만 했던 나/ 엄마이면서 나인 나
로 구분할 수 있겠다.
(세 번째 덩어리가 생긴 것은 다행한 일이다)
각 시절의 삶을 떠올리면…
기억도 아스라하고 자아감도 달라서
그냥 전생 같다.
내가, 내가 아니었던,
그 10여 년의 시절에 대해
이제는 쓸 수 있을 것 같고,
드디어 쓰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