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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헤도헨 May 18. 2023

한 시절이 갔다

엄마이기만 했던,

길을 걷다 유모차나 아기띠에 있는 아기를 보면,

놀이터에서 아장아장, 뒤뚱뒤뚱 제 갈 길을 가는 아이를 보면,

눈을 맞춘다.

이쁘다. 마음이 녹는다.


아기의 배경에 말갛고도 음울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엄마가,

아이의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한 엄마가,

덜 보인다.

심지어, 얼마나 이쁠까? 얼마나 좋을까? 그런 혼잣말도 해본다.


그리고 나는 요즘 고양이를 키워야 하나, 고민 중이다.

둘째가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긴 하지만ㅡ

더 이상, 내 인생에, 우리 집에, 새로운 생명은 없어!

그런 철칙이 희미해졌다는 데 스스로 놀란다.


그러니까,

한 시절이 지나갔다.






이렇게 힘든 일이라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속으로 울며 묻던 때가,


부러움인지 욕망인지, 혹은 '너도 당해봐라' 하는 심술인지

정말로 분간이 안 되는 얼굴로 "제일 좋은 때야"라고 말하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에게

황당함인지 분노인지, 혹은 연민인지

나 역시 알 수 없는 마음으로 "하... 그래요?" 반문하던 때가,


나의 진창 같은 삶을,

내게만 역동적이고 표현하는 순간 구질구질해지는 일상을,

일기 외에 어떤 글로도 쓸 수 없던 때가


지난 것이다.






첫 아이를 낳고 얼마간 지나 깨달았다.

내 인생의 진정한 부정합은,

연애도 취업도 결혼도 아닌

출산이구나.


서른 살에 임신, 서른한 살에 출산, 21개월의 수유.

이 사이클을 세 번 돌고

정신을 차려보니 서른아홉이었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내가 알던 내가 아니었고,

정신과에 가야 했다.


내 인생은,

나이기만 했던 나/ 엄마이기만 했던 나/ 엄마이면서 나인 나

로 구분할 수 있겠다.

(세 번째 덩어리가 생긴 것은 다행한 일이다)


각 시절의 삶을 떠올리면…

기억도 아스라하고 자아감도 달라서

그냥 전생 같다.


내가, 내가 아니었던,

그 10여 년의 시절에 대해

이제는 쓸 수 있을 것 같고,

드디어 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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