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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ㅎ Apr 01. 2023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의지

작심삼일도 열 번이면 한 달이라던데

사실 학창 시절 이후 운동과 아주 멀어졌던 것은 아니다. 이상하게 부모님은 늘 운동을 강조하셨는데(물론 요즘은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운동을 이렇게 하니… 당연하다), 되짚어보니 부모님 역시도 나이의 앞자리가 3으로 바뀔 즈음 운동을 시작하셨던 것 같다. 엄마는 꽤 오래 에어로빅을 하셨다. 아빠는 삼십 년 가까이 골프를 치고 계신다. 그러나 어린 몸은 절박한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다. 다만 부모님도 세상도 하라고 하니까 하긴 해야 하나 보다… 싶었다. 그래서 시도해 본 운동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스무 살 여름방학의 헬스. 당연히 PT는 아니었다. 본가에 내려가서 방학을 보낼 때라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동네 친구와 함께했다. 헬스에 요가까지 붙여서 했는데 운동량보다 먹은 양이 더 많았다.


2. 대학생 때 시도했던 헬스요가. 이 역시 PT가 아니었다. 이때는 함께 살던 대학교 동기와 함께 했다. 헬스장 따로 요가원 따로 가봤다. 헬스장은 재미없었고 요가원은 내가 따라 할 수 없는 동작만을 했다.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자세는 당연히 사바사나였다. 두 달을 채우지 못하고 모두 그만뒀다.


3. 동네 공원에서의 줄넘기. 첫 직장을 다닐 때 친구와 원격으로 운동을 시도했다. 그날 한 운동을 서로에게 보고하는 방식이었다. 그때 살던 집 뒤쪽에 있던 공원으로 줄넘기를 가지고 가서 하루에 천 개씩을 뛰었다. 좋아하는 케이팝을 쭉 들으며 뛰고 나면 즐거웠다. 세 달 정도를 해냈다. 그러나 이후 과중한 업무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퇴근하고 뭘 더 해야 한다는 게 그렇게 부담스러울 수가 없었다.


4. 구립체육센터에서의 필라테스. 필라테스의 유행이 아주 시작되는 시점이라 당연히 구립체육센터에도 필라테스 프로그램이 있었다(구립 센터는 정말 짱이다). 기구필라테스는 아니고 요가와 결합된, 소도구를 활용하는 필라테스였다. 한 타임에 스무 명 남짓이 함께 했다. 구립체육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하다, 가 아닐까. 나는 기구가 없어도 동작을 제대로 따라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지하철에 내려 집에 오는 길에 있던 이곳에서 세 달 정도를 버텨봤다. 그리고 그때, 어느 달엔가 재접수를 하려고 안내데스크에 서 있었을 때 바로 옆에 붙은 수영장에서 수영 강사가 문의를 위해 갑작스레 등장했다. 젖은 머리, 탄탄한 가슴에 식스팩까지... 여러모로 화려했다. 난 그때부터 수영을 오래 한 사람에 대한 환상이 생겼다.


5. 퇴근길 따릉이 라이딩. 친구의 영업으로 따릉이 정기권을 끊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다, 나는 어릴 때 두발 자전거 타기를 배워두기도 한 것이다. 십몇년만에 자전거를 다시 타볼 때를 기억한다. 길에서 주춤거리며 운전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어린이가 날 보고 저 이모 뭐야... 하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자전거는 몸이 기억하는 움직임이라 곧 다시 탈 수 있게 되었다. 잘 탈 수 있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렸지만.

마침 이직한 회사에서 살던 집까지는 자전거로 오십 분 정도가 걸렸다. 퇴근을 따릉이로 하나 지하철로 하나 걸리는 시간에 별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가끔 따릉이를 타고 집으로 왔다. 한강은 서울의 심장이고 잠수교는 라이딩에도 러닝에도 최고인 다리임을 이때 알았다. 이 루틴도 이사를 하고 라이딩 시간이 너무 늘어나는 바람에 그만두게 되었다.


6. 집 근처에서 러닝. 이사를 했는데 마침 근처에 천이 흘렀다. 러닝을 시작하기에 딱 좋은 조건이었다. 왠지 멋지게 생긴 애플리케이션인 나이키런클럽을 다운받아봤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이키런클럽에서 러닝 플랜을 자동으로 짜 주는 기능을 제공했다. 운동시간과 거리 등을 입력하면 계획을 완성해 줬다. 그 계획으로 나는 일 킬로미터 남짓을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거기까지였다. 스스로, 안전하게 설정한 목표로는 러닝에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두 달 정도를 해봤다.


7. 필라테스센터의 필라테스. 주변에 기구필라테스를 아주 오래 한 지인이 있었다. 내가 필라테스에 관심을 (다시) 가지자 현대인에게 아주 좋다며 기구필라테스를 권했다. 러닝을 시작한 시점이었고, 코로나19의 초기 단계이기도 했다. 지하철역과 가까운 필라테스센터에 상담하러 갔더니 코로나19 상황이라선지 생각보다 괜찮은 가격과 혜택을 제시했다. 바로 두 달을 등록했고 포함해 반년 정도 회원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 해, 전염병이 초래한 상황은 심각해져만 갔다. 필라테스센터가 문을 닫았다 열기를 반복했다. 불규칙해지자 지속이 어려웠다. 이 운동도 자연스레 그만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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