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ㅎㅎ May 10. 2023

러닝 : 하는 할머니가 되려면

초보 러너 나름의, 러닝을 지속하는 방법

* 메인 사진 출처 UnsplashJozsef Hocza



보더콜리와 함께 달리는 할머니가 되기 위한 여정을 2019년 끄트머리에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왔다. 이 년 반 정도를 나름 꾸준히 달려온 셈이다. 아직 풀코스 마라톤을 해본 적도, 심지어 하프 마라톤을 뛰어본 적도 없지만 '꾸준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부상 이슈가 아니고서는 적어도 한 주에 한 번이상 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어떤 러너로 바뀌었냐면, 평균페이스가 2분정도 줄었고 한시간 반 정도는 쉬지않고 달릴 수 있어졌다. 

그러는 동안 러닝을 지속하는 방법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 앞으로 육십 년은 더 달리고 싶으니까. 그리고 달릴수록 고민은 더 세밀해졌다. 이게 만만찮은 운동임을 온몸으로 깨닫게 되어서다.



러닝은 시작하기에 부담이 없는 운동같다. 장비는 신발 하나면 될 것 같고 장소도 정해져 있지 않다. 수영을 하려면 수영장에 가야하고, 헬스를 하려면 헬스장에 가야하는데 러닝은 일단 집 밖의 어느 길에서든 뛰기만 하면 될 것 같으니까. 하지만 막상 정말로 뛰어보려고 하면 러닝 역시도 장소에 제약이 있는 운동임을 알게 된다. 횡단보도가 많은 길은 끝없이 뛸 수 없다. 그러므로 집 근처에 공원이 있는 게 유리하다. 트랙이 있는 운동장도 물론 좋다. 집 근처에 호수나 강이, 혹은 바다가 있으며 그 주변이 잘 정비되어 있다면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곳은 누구나 살고 싶어하고, 비싼 동네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당신이 이런 곳에 살고 있다해도(나 역시 우연히! 천이 가까운 곳에 살게 되면서 러닝을 시작할 수 있었다) 로드 러닝엔 또 다른 제약이 있다. 바로 날씨와 계절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장마까지 있는 나라에서 일 년을 꼬박 달리고 나면 가본 적도 없는 캘리포니아의 러닝이 궁금해진다. 물론 한국의 봄과 가을은 당연히 달리기 좋은 계절이다. 그리고 러너라면 이때 무조건 달리러 나갈 수밖에 없다. 곧 혹서기와 혹한기가 닥쳐올 것을 알기 때문에 더더욱 달릴 짬을 내야한다. 

사람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여름을 견디기 어려운 사람, 겨울을 견디기 어려운 사람. 나는 더위를 힘들어한다. 더위와 습도를 참고 뛰는 건 더더욱 힘들다. 대신 겨울에는 영하 이십도 이상이라면 뛰러나갈 수 있다. 물론 한 계절 동안 러닝을 쉬며 보낼 수는 없기 때문에 단단한 각오로, 계절에 맞는 의상을 준비하게 된다. 참고로 여름은 인터벌 훈련, 겨울은 장거리 훈련을 하기에 좋다. 물론 운동은 빨래까지가 운동이라, 겨울에 뛰고 돌아오면 빨래를 하며 이 계절을 다시 한번 저주하게 되긴 한다.


장소도 있고 계절도 아름답고 러닝화도 준비가 되었다면, 뛰쳐나가 순풍을 맞을 수 있겠다. 새 러닝화 끈을 묶고 뛰기 시작하면 알게된다. 이 움직임이 유전자 속에 있구나, 하는 느낌을.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물론 스포츠 과학적으로 효율적이면서 부상까지 방지할 수 있는 자세가 존재한다) 달리는 데 필요한 신체 부위에 장애가 없다면, 우리는 곧바로 뛸 수 있다. 하지만 뛸 수 있다고 힘껏 뛰다보면 일 분도 달리기를 지속하기 어렵다. 사냥이 필요하지 않은 2023년에, 앉아있기를 오래 하게 된 몸에 적응한 폐와 심장은 달리는 신체를 버거워한다. 

우리의 몸이 동작을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별개로 러닝은 꽤 힘든 운동이다. 그러므로 달리는 동안의 자신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춰 속도며 강도를 섬세하게 조절해야한다. 내가 짧은 기간이나마 달리며 알게된, 길게 뛰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 오래 뛰려면 천천히 뛰어야 한다는 거다. 여기서 ‘오래’와 ‘천천히’의 기준은 각자에게 있다. 오늘 일 킬로미터를 뛰던 사람이 내일 같은 속도로 오 킬로미터를 뛸 수는 없다. 거리와 페이스는 천천히 늘려나가야한다. 내가 금방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잘 다독여야한다. 그래야 내일도 뛰고 모레도 뛴다. 오늘 일 킬로미터를 뛰던 사람이 내일 곧장 오 킬로미터를 뛸 수는 없지만, 두 달 뒤에는 오 킬로미터를 너끈히 뛰어낼 수는 있다. 그건 가능하다.


과하게 페이스와 거리를 늘리게 된다면 자연스레 부상과 만나게 된다. 나 역시도 러닝을 시작하고 일 년쯤 지났을 때 무릎 쪽에 이상이 와서 반 년을 넘게 도수치료를 받았다. 아무래도 과하게 거리를 늘렸던 듯 싶다. 더해 물리치료 선생님들께 배운, 러닝 고수들도 늘상 말하는 부상 방지 팁! 너무 기본이지만 간과하게되는 사항이다. 러닝 앞뒤로 스트레칭을 꼭 해야한다는 것. 뛰기 전 근육을 미리 활성화하고 뛴 후에 쿨다운을 시켜주면 아플 일이 줄어든다. 사실 내 무릎 통증도 무릎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허벅지에 있는 대퇴사두근의 길이가 짧아져서 생긴 거였다. 이후로는 평소보다 무리하게 러닝을 했다 싶으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확실히 회복 자체가 빨라졌고 이후에 이렇다할 부상도 없었다. 어떻게 스트레칭을 하는지 모르겠다, 싶으면 최고의 맨몸운동 앱인 '나이키 트레이닝(Nike Training)'을 사용해보길 권한다. 더해서 평소보다 더 길게 뛸 예정이라면 테이핑을 해주는 것도 좋다. 테이핑을 하면 부상 방지도 되지만 기량도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부상이 무섭다고해서 영원히 같은 속도로 같은 거리를 달릴 수는 없다. 몸은 신기하게도 움직임에 쉽게 적응해버린다. 한 번 달린 거리를 또 달릴 때는 처음보다 훨씬 쉬워지니까.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영원히, 내가 과거에 뛰었던 페이스로 달릴 수 없어진다. 몸이 알아서 더 빠른 속도를 낸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만나야 재밌어지고, 그런 나에 맞춰 매번 새로이 목표를 설정할 수 있어야 러닝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다. 혹시 지금, 달리는 동안이 지루하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실력보다 느린 페이스로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날은 어제와 같은 속도로, 같은 거리를 달릴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의 컨디션은 매일 다르다. 어떤 날은 너무 뛰고 싶어져 뛰쳐나가 십 킬로미터를 최고 속력으로 달릴 수 있지만 어떤 날은 일 킬로미터 뛰기도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나는 사실, 뛰기 싫으면 뛰지 않는다. 러닝을 반 년 정도 지속했을 때부터 그렇게 해왔다. 안 내키는데 뛰러 나가면 얼마 가지 못하고 들어오게 되었던 경험을 몇 번 한 후에 만들게 된 규칙이다. 어느 정도의 강제는 필요하겠지만 지나치게 힘낼 필요는 없다. 어차피 취미인걸. 쉬어주면 더 오래 할 수 있다. 물론, 습관이 될 때까지는 머리를 비우고 뛰러 나가야한다. 나는 러닝을 시작하고 삼 개월 정도는 평일에 퇴근을 하자마자 바로 옷을 갈아입었고 주말에는 눈을 뜨자마자 뛰쳐 나갔다.


러닝을 지속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러닝 크루에 가입하기가 있다…고는 한다. 여럿이 함께 달리면 더 빨리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크루에서 달리기를 해내지 못했다. 낯을 많이 가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기쁨보다는 스트레스라면, 그리고 혼자 꾸준히 잘 달려왔다면 나처럼 러닝 크루에서 달리는 게 버거울 수도 있겠다.

크루에 가입하지 않고도 함께 달리는 방법이 있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 된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단절되었던 기간 동안에는 비대면으로 치뤄지던 마라톤 대회가 2022년 하반기부터는 대면으로 치뤄졌다. 나 역시도 작년(2022년) 가을부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봤다. 

엘리트(마라톤 선수)나 마스터스(오랜 기간 마라톤을 즐겼고 잘 달리는 일반인)가 아니고서야 마라톤 대회는 순위 보다는 완주에, PB(Personal Best)달성에 초점을 두고 참가하게된다. 각자의 싸움을 하지만 또 함께이기도 하다. 시내의 통제된 큰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정말 짜릿하다. 무엇보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러너가 있고, 그들과 함께 달리는 기분은 굉장히 좋다. 

더불어 대회 참가는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내가 지금 오 킬로미터를 잘 달리는 러너지만 십 킬로미터를 달리는 러너가 되고 싶다면 가을에 있을 대회의 십 킬로미터 부문에 참가할 목표를 세우면 된다. 풀코스를 끝까지 달리는 러너가 되고 싶어진 나는 가을에 열리는 메이저 대회의 풀코스 부문에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훈련 중이다. 


대회에 참가하면 또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러닝, 그러니까 마라톤은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즐겨온 정말 오래된 취미구나. 하지만 지난 가을, 춘천국제마라톤에 참가하며 나는 또 다른 사실을 깨닫게 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