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부생 때 건축학을, 대학원에서는 UX디자인을 공부했다. 현재는 광고 마케팅업에 종사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크리에이티브 한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유독 잘 만들어진 것들에 마음이 끌렸다. 그것이 사물이든, 공간이든, 행위든 상관없이 완성도 높은 것들을 보며 좋아하고 동경해 왔다. 운 좋게 멘토를 만날 기회가 있을 때면, 나는 늘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좋은 건축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AE,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해
기획자, 마케터가 되기 위해 어떠한 역량이 필요할까요?
그리고 늘 공통적으로 돌아오는 피드백이 있었다.
평소 주변 사물을 주의 깊게 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당시 이 말을 들었을 때 고개를 갸웃했다. 무엇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봐야 한다는 걸까.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그 조언의 의미를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단순히 사물을 눈으로만 보고 지나치는 게 아닌, 입체적으로 곱씹어 봐야 한다는 것을."왜?"라는 질문은 사물 나아가 어떠한 현상(現象)에게 까지 던질 수 있다.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서히 성장한다.
현재 내 주변에 있는 대다수의 것 그리고 취미는 어떠한 작은 관심으로부터 시작했다. 길을 걷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물건, 우연히 접하게 된 정보, 혹은 누군가의 추천으로 시작된 활동까지. 처음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건 왜 이렇게 생겼을까?',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러한 상황까지 오게 된 걸까?'같은 질문들이 떠올랐다. 그 호기심이 나를 좀 더 깊이 있는 다양한 세계로 이끌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일반적이지 않은, 새로운 스토리가 있는 삶을 추구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해왔던 것 같다. 살면서 취미가 끊기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에선 늘 우려 섞인 말과 함께 가장 많이 해주던 문장이 있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지 마라’, ‘한 우물만 파라.’였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다양한 취미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 즉,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취미를 주제로 한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조력자들도 매칭해 원활하게 만나 배울 수 있는 환경이다. ‘취미’라는 키워드는 앞으로 더 확장된 개념으로 자리 잡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언제 서부터인가 이렇게 반박하곤 했다.
이제 두 마리 토끼, 두 개 우물 정도는 동시에 파도 되는 시대다.
'취미(趣味)'의 사전적 정의는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이다. 다양한 취미를 동시에 즐기며 그 안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 아름답고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디자인'은 우리 삶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취미 생활을 하면서도 주변을 좀 더 주의 깊게 관찰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 뜻밖의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각 취미 영역에서 경험 디자인 요소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가끔은 관찰 대상이 나 스스로가 될 때도 있었다. 언젠가 비록 소소하고 작은 것들 일지라도 이를 정리 차원에서 재조명하면 재밌는 이야기로 탄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번 기회에 나라는 한 사람이 그간 경험한 여러 취미 속에서 느꼈던 소소한 경험 디자인 요소와 느낀 점을공유해보고자 한다.
본 책에서 다룰 취미는 총 22가지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점은, 각기 다른 영역의 취미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시너지를 만들어내거나,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A+B=AB'의 합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A+B=C'라는 새로운 결과물로 탄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경험의 합은 우리가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즐거운 무언가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모든 취미는 이어지고, 기회를 잡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성장한다. 취미와 디자인. 이 두 가지 키워드가 만나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거실 한편. 공간은 취향을 따른다.
결국 사물을 주의 깊게 본다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것만 주목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을 더 깊고 넓게 바라보라는 조언이었다. 사소한 것이라도 가볍게 넘기지 말고, 그 안에 담긴 가치를 발견하라는 것이었다. 이 자세는 부족한 나를 좀 더 성장하게 만드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오늘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제품과 브랜드 그리고 활동을 통해 배워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나의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작은 영감이 되길 바란다. 어쩌면, 이 책을 통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이 한마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