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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민 Jun 19. 2017

#96 산산조각의 아름다움

2017.6.19.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을 읽고

어제 우연히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이라는 시를 읽게 되었다. 마지막 연에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말았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나는 얼마나 완전해지려고 노력하는가? 
조금의 흠이나 깨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절부절못하였던가. 내가 만들어 놓은 성과를 온전히 내 것인 것 마냥 애지중지하지 않았던가.깨지면 깨지는 그대로 아름다운 조각을 얻을 수도 있는데 어차피 그것도 다 내 인생이고 삶인데 남들이 보았을 때 그럴듯하고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는 욕심이 가득 찬다. 욕심이 매일매일 샘솟듯 솟으니 매일 한 바가지 찍은 덜어내는 마음의 연습을 해야겠다. 


문장의 연습을 해야겠다.

괜찮아. 잘했어. 
고생했어. 고마워. 
이대로도 좋아.


그리고 이 문장을 건네서 상대방도 산산조각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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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 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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