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은 많이 예민했던 사람.
나는 예민한 사람.
그렇게 한 몇년을 다독이고 살았다.
사건과 사고 속에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 고이 간직한
깊은 빡침이 올라와서 목젖 어딘가에 턱턱 부딪힐 때,
"나는 예민한 사람이니까..."
내가 예민한 사람이기에
이런 것들을 받아들이는 데 남들보다 무뎌지고 싶다는 바람은 조금 있을 뿐이다.
그래도 이런 예민함이 나의 정체성이고,
나를 차가운 이성주의자로 만들어주는 좋은 마음의 컨텐츠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대로 예민한 내가 좋았다.
그런데 요즘 보면 다들 예민한 사람들이 된 것 같다.
나만 예민한게 아니라서 그런지,
나는 이제 조금 예민한 사람이 된듯 하다.
심지어 '그정도는 넘어갈 수 있지' 하는 여유도 부린다.
나이가 들어서 초탈한 것일까? 설마, 사람이 쉽게 변할리가 있겠나.
다들 예민해져간다. 하나하나가 서로의 속을 뒤집는다. 바꿀 용기는 없기에
그 예민함을 엉뚱한 곳에서 터뜨린다. 익명을 이름을 쓰고, 상상못한 일을 계획한다.
예민함을 당당함과 용기로 바꾸어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없다.
아, 정확히 말하면 없어져 간다.
우리는 더 예민해지고 더 분노하되, 더욱 엉뚱한 곳에 분풀이를 하는 사람이 되어 간다.
나도 이제는 조금 예민한 사람이 되어간다.
내가 누군지 잊어버리며 사는 사람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