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자유 의지와 책임이 신의 규율과 계시를 넘어선다.
신의 말대로 살아간다면 인간은 행복할 수 있을까?
신은 인간의 선택을 책임져 줄까?
신앙에 대한 체계적인 믿음이나 성숙한 마인드 없이
그저 기복신앙형태의 기원과 바람을 기도에 쏟아붓던 청소년 시절,
나는 예배 시간에 이런 질문을 자주 했었다.
학교 시험이 내일인데 교회에 나와 기도를 해야
시험을 잘 본다는 주일 학교 선생님의 말에 따라
참고서를 들고 독서실을 가는 대신 성경책을 들고 교회를 갔었다.
시험이 코앞이었던 터라 중등부 예배실은 텅 비어 있었다.
그때 시험을 잘 봤는지 안 봤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이후로 나는 교회의 문턱을 더는 넘지 않았다.
신앙에 대한 반감이나 믿음에 대한 불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나는 그저 예배 보는 대신 현생의 삶에 집중하기 위해
그 시간에 시험공부를 선택했던 것 같다.
대학교에 가서도 나를 전도하고
내 앞에서 간증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나의 질문과 의문에 확실하게 답해주는 사람은 없었고
그 덕분에 나는 신의 존재는 인정하되, 특정 종교생활을 하지 않는
세계 인구 대다수의 한 사람이 되었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종교학 대학원에 가서 학문적으로 종교학을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만 있다.
아마 나의 이런 나의 마음이 그리스 시대 헬레니즘 시대를 살았던
코스모폴리턴들의 생각 아니었을까?
헬레니즘의 어원은 hellen에서 나왔다. 이는 그리스어, 희랍어를 말한다.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그리스 사람들을 헬리라 불렀고 헬라어는 그리스 어를 말한다.
물론 현대 그리스어와 고대 그리스어는 서로 차이점이 있다.
용비어 천가의 한글과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의 차이점이 있듯이 말이다.
낭만주의라는 개념처럼 헬레니즘이라는 개념어는 그 문화가 번성했던 시기가 아니라
인문학 발전 초기인 19세기에 이르러 나온 용어다.
헬레니즘은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문화를 수용하고 따라 하는 것을 말한다.
헤브라이즘, 한류, 이와 동일한 맥락의 개념이다.
그리스 작은 섬에서 시작한 헬레니즘이 어떻게 북인도까지 전파되어
인도의 간다라 불상까지 영향력을 펼칠 수 있었던 걸까?
이는 젊고 용맹하면서도 무모했던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 덕분이었다.
알렉 산더 대왕은 도시 국가에서 벗어나 거대 왕국을 세우고 싶었다.
그의 이런 야망은 현재의 중동지방과 중앙아시아에서
인도 북부지방까지 정복 전쟁을 벌이며
무리하게 자신의 제국을 확장했다.
그의 원정은 그를 세상과 일찍 이별하게 만들었지만,
그 덕분에 헬레니즘이라는 문화가 그가 가는 곳마다 활짝 피어나게 되었다.
타문화가 유입되면, 자생 문화는 그를 수용하면서 또 다른 변형을 얻게 된다.
헬레니즘은 그리스 문화를 기본으로
원정국의 문화가 뒤섞인 혼합적 형태를 보인다.
알렉산더 대왕은 특히나 피정복 국가의 문화와 전통을
인정하고 수용하는데 적극적이었다.
이런 배경으로 헬레니즘을 그리스문화와 동방 문화가 결합한
동서문화의 융합이라 부른다
헬레니즘의 가장 큰 특징은 인본주의다.
헬레니즘은 헤브라이즘이 말하는 모든 반대 선상에 있다.
헤브라이즘의 반대가 헬레니즘이라는 뜻이다.
완벽하게 상대적인 개념이다.
두 개념 모두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그 비중과 우선순위에 차이가 있다.
헤브라이즘이 신중심의 세계관이라면,
헬레니즘은 인간 중심의 세계관이다.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이다.
습득과 배움을 통해 생존했고 다음 세대로 기술을 전달했다.
학습은 인간 고유의 특징으로, 이러한 학습을 통해
학문이 꽃피우기 시작한 시기가 헬레니즘 시대다.
학습과 토론을 권장했고, 도서관을 설립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곳곳에 설립되었고,
플라톤이 설립한 아카데미아의 학교 형태도 마찬가지로
헬레니즘을 타고 전파했다.
이 덕분에 철학과 자연 과학이 발달했다.
수학, 천문학, 해부학은 물론 생물학과 논리학과 지리학까지
흔히 말하는 이과 계열의 학문이 발전하며
인류문명과 학문의 중요 틀을 만들었다.
철학과 과학은 인간 정신의 최고점이다.
헬레니즘은 신의 영역을 넘어설 수 있는 도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철학도 신학이나 형이상학보다는 현실주의 철학이 추구되었다.
금욕과 통제를 주장하며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는 헤브라이즘과 달리
신체의 쾌락과 마음의 평화가 인간의 궁극적인 최고의 행복이라 여겼다.
지금 내가 행복해야 좋은 거다. 현생의 고통은 그대로 고통일 뿐
내세의 보상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헬레니즘의 또한 특징은 개인주의의 발달이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은 신과 상대되는 개인이라기보다는
집단의 맥락 속 개인이다.
폴리스라는 소규모 자치 국가였던 그리스는
거대 제국을 형성하면서 집단의 특수하고 고유한 특성보다는
거대한 집단에서 다수로 보이는 '보편성'에 집중했다.
시민에서 세계 시민의 의미로 확장된 것이다.
코스모 폴리탄이라는 단어가 여기서 나왔다.
cosmos라는 우주적, 전 세계적이라는 접두어와
politan이라는 도시국가의 시민을 뜻하는 말이 합쳐져
cosmopolitan 세계 시민이라고 1차적 의미로 사용된다.
어원의 역사적 배경으로 풀이하자면
피정복지에 살지만, 대제국의 시민이기도 하기에
정복 국가의 문화와 자국가의 문화를
편견 없이 수용하는 시민의식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이 의미가 현대적으로 확대되어, 이민 국가의 대표적인 미국,
그것도 이민자 도시의 대표 격인 뉴욕의 시민을 말하기도 했다.
문화, 피부색, 헤어색, 언어, 국적, 출신 등과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도덕과 윤리를 기초로 두는 것을 말한다.
다양성에 대한 개념을 가장 적절하게 포함한 단어라 여겨진다.
헬레니즘은 자연 과학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감각적으로 인식되는 세상이 과학의 세상이다.
눈으로 보이고, 들리고, 만지고, 입증 가능한 객관성이 중요하다.
이러한 흐름은 자연스레 회화와 예술 분야에도 적용돼서
인간의 눈에 보이는 대로 묘사하고,
인간이 느끼는 대로 감정을 드러내는 예술 형태를 보인다.
회화에서는 사실주의에 따른 인간의 눈에 완벽해 보이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고
서사 분야에서는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드라마 형태가 발전한다.
헬레니즘의 인본주의의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이다.
이들은 헤브라이즘이 말하는 신과 완전히 격이 다르다.
헤브라이즘은 인간이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신성이 있지만
그리스 신들은 인간과 똑같이 느끼고 인간처럼 산다.
물론 인간의 힘을 초월하는 능력으로 산도 바다도 뒤집어 엎어 버리고
인간에게 벌도 내리지만, 사랑과 질투는 물론, 도덕적으로도 매우 방탕하여
불륜은 기본이요, 중혼, 다자혼, 존속살해까지 아무렇지 않게
욕구와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별의별 일들을 다 한다.
신도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반영하는 존재이기에
헬레니즘 시대에는 신의 교리와 규율보다는
인간세계에 맞는 인간의 법과 인간의 규율을 중시했다 .
인간세상에 신의 세계 질서를 따라야 하는 헤브라이즘과 대조적이다.
인간 세상에는 인간의 법을,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거다.
https://youtu.be/GH5PsO7TwXc?si=aUXgK5iP9dra2rm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