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학의 보물창고, 중세 문학

날것의 원형을 보고 싶다면, 중세문학을 펼쳐보자

by VIVA

무지몽매의 중세 시대는 타락한 로마 제국의 안티테제로 생겨났다.

종교의 이름으로 거의 모든 것이 행해졌던 그 시대,

권력 유지를 위해 전쟁까지 감행했던 그 시대,

정말 어둡기만 했을까?


중세시대는 분명 야만의 시대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현대 문학과 비교해 중세 문학을 보면

현대 문학만큼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갈등이 깊고 세밀하게 표현되거나

반전과 반전을 이끄는 스토리 텔링이 기발하지는 않다.

하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원형이

놀라울 정도로 고스란히 잘 보존되어 있다.


중세는 천여 년의 시간이다.

중세 문학을 말할 때는 시기 별로 많이 구분하지만

이번에는 작품의 내용에 따라

기독교 문학, 영웅 서사시, 기사도 소설, 풍자소설 정도로 구분해 보려고 한다.


기독교 문학은 좀 더 세밀하게 말하자면

신학에 속한 기도문 또는 고해성사집이라고 할 수 있다.

성직자들이 자신의 믿음과 신심을 기리려고 라틴어로 작성한 작품들이다.

또한 성경에 근거한 이야기를 재구성한 작품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작품들 인기가 있었을까? 대중들의 반응은 별로 없었다.

라틴어는 성직자와 권력자들만이 사용하는 식자층의 언어였고,

서민과 평민들은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한 자국어를 사용했기에

라틴어 작품은 '그들만의 리그'처럼 지금까지도 문학으로서

대단하게 인정을 받는 건 아니다.

라틴어가 사어가 되어 버린 지금, 번역과 원문의 간극이 있을 지언정

그런 작품은 당시의 인간의 본성을 신성과 비교하며 표현했고

그런 방식으로 자기 성찰을 하는 내용은

지금까지도 세기의 스터디 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성경>, 아우구스 티누스의 <고백론>, 그리고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다는 토마 스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평민들에게 열광적인 인기를 얻은 작품형식은

영웅 서사시, 기사도 소설, 풍자 소설 등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문학적인 가치는 물론

언어학적 가치로도 매우 소중한 작품들이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유럽 언어의

초기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웅 서사시는 문학적으로도 큰 의미를 두고 있는데,

구전 문학에서 기록문학으로 형식이 바뀌면서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만담꾼'과 같은 사람들이 원맨쇼처럼

이야기를 전달했다면, 소설이 기록되면서

내용의 균일화는 물론, 확실한 구조를 갖추게 된 것이다.


상승과 하강 끝에 얻어지는 카타르시스는

문학 작품이 지향하는 최고의 감동선사 기법이다.

이러한 구조에 전투의 승리 같은 내용만이 아니라,

지방 영주들의 암투와 시기 질투 그리고 복수처럼

막장 드라마에 등장하는 날것의 감정들을 드러내

근대 소설의 사실주의의 시초가 되기도 한다.

<베어울프> , <니벨룽겐의 노래> , <롤랑의 노래>가

대표적인 영웅 서사시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 속의 캐리터들은 최근의 게임 시장에 나타나 인기를 끌면서

이 작품들이 새롭게 번역되고 멋지게 출판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다음으로 현대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기사도 작품들이 있다.

초기 기사도 작품은 영주와 기사의 충성과 복종에 관한 내용이었지만,

십자군 전쟁으로 수많은 희생과 죽음이 이어지자,

그 내용은 좀 더 원색적으로 변한다.

삶에 대한 애착, 생에 대한 그리움,

남녀 사이의 구구절절한 사랑 이야기

무엇 보다 영주가 전쟁에 나가서 죽자

기사가 영주의 부인과 몰래 사랑하는

그런 이야기들, 마님과 돌쇠의 중세 버전이라고 할까,

그런 작품들이 속속히 나오기 시작했다.


전쟁의 죽음 앞에서 신은 목숨을 지켜주지 않았다.

영혼은 구원되었을지 몰라도, 전쟁으로 생겨난 생의 집착은

중세 후반부로 갈수록 남녀 사이의 찐한 애정 소설로 내용이 변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사도 정신이 나온 게 이때 즈음이다.

여성을 구하고, 여성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을 위해 희생하는 등의

요즘 말로 알파메일의 특징이 중세 문학에 잘 나와 있다.


물론 이러한 작품들은 특정 작가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구전되는 다른 내용들의 내용들이

기록되면서 표준화를 이룩했고 그 내용이 지금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이자 바그너의 오페라로 나온

<크리스탄과 이졸데>가 여기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풍자적인 작품으로는 사회상을 은근히 비꼬는 작품을 말한다.

가장 우아한 돌려 까기는 예술 작품으로 승화하는 게 아닐까?

중세 시대의 우아한 비판 풍자 문학은

단테의 <신곡>,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그리고 보카치오의 < 데카메론>을 손꼽을 수 있다.

그토록 경건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강조했던 중세의 수도사들이

알고 보면 가장 변태스럽고, 인간적이다 못해 저급하다는 내용이나,

지옥을 가보니, 정말 못된 인간들의 영혼이 있더라는

사후 세계 여행내용이나, 여러 계층이 섞여 같은 숙소에 머물거나

같은 성지 순례지로 향하면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당시의 풍습과 관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중세 문학은 문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원형이다.

어둡고 거친 야만의 시대에 피어난 몽글거리는 로맨스의 시작이기도 하다.

로맨스의 어원을 보면 중세 시대 기사도 문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 중세 프랑스어로 Romanz는 현대 프랑스어로 하자면 Roman이다.

Roman은 중세 시대의 연애담, 무용담을 내용으로 한 통속 소설을 말한다.

이러한 통속소설에는 애타고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주제다.

밀당과 사랑의 역학이 본질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채 드러나 있다.

이것이 Romance의 시작이고 지금까지 사용되는 의미다.

그리고 Roman 로망은 현대에서는 프랑스어로 소설을 뜻한다.

그래서 중세 문학은 근대 통속 소설의 기원인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하였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도 중세 문학 마니아였고

통속 소설의 위대한 독자로 알려져 있다.

기존의 구전되고 기록된 로맨스에 자신만의 구성과 색채를 가미해

그의 위대한 작품들이 탄생되었다.


그렇다면 중세 문학 학번 읽어 보는 건 어떨까?

중세 문학을 읽을 때 설명서나 각주가 있는 출판물을 추천한다.

우선 직역된 것은 거의 없고 대부분 완역본인데

그럼에도 충실하게 설명이 되어 있는 게 좋다.

물론 각주나 보충 설명을 읽느라 작품의 흐름을 놓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수많은 중세적 표현을 최대한 현대적 표현으로 옮기고

채워지지 않는 의미는 각주와 배경설명으로 채워 넣으면

독특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https://youtu.be/IDwI31w4i04?si=TLTO_gVm8MWFSju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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