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잡혔네, 코로나에!

by VIVA

3여 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누가 형사고 누가 범인인지 모르는 이 추격전에서

결국 잡혔다. 그래서 이 게임 판에서 벗어나

지금은 재택 치료 중이다.

별 탈 없으면 이번 주 금요일에

자가 격리가 해제되고

이후 또다시 코로나와

추격전을 하든 술래잡기를 하든

나는 자유의 몸이 되겠지만

증상이 나타나면서부터 글을 쓰는 지금까지

억울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에

내 감정이 우습다.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이유 없이 으슥한 골목에 끌려가

돈 뜯기고 몇 대 맞아 두 손 묶인 채

벽보고 서 있는데

이 괴한이 해 뜨면 집에 보내준단다.

억울한데도 고맙다.

지금 내 맘이 딱 이렇다.


PCR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를 받기 전부터 증상이 있었다.

목이 간질간질 했다.

실내 공기가 건조한가 싶어

가습기를 틀고 따듯한 물을 계속 마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코로나 확진을 받을 거라 생각도 못했었다.

간밤에 몸이 나른해졌을 때도

피곤한가 보다 했을 뿐이다.

워낙 추위를 많이 타고 수족 냉증이 있던 터라

실내 온도를 높이고 옷을 하나 더 걸쳐 입고 그러려니 했다.

밤이 되니 나른함을 넘어 어지럽기 시작했다.

우유를 따듯하게 데워서 한 잔 마시고

온수 매트 온도를 잔뜩 올리고 잤다.


보통 이렇게 자고 나면 피곤이 풀리는데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온 세상이 빙빙 돌았다.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두통이 시작되었고

재채기와 잔기침이 심해졌다.

약상자에서 이보 프로펜을 찾아 복용했다.

잔기침이 잦아질수록 목이 아파왔다.

목은 성편도 아래와 성대 쪽이 아니라

입천장과 아주 가까운 위쪽에서 아프기 시작했다.

입천장이 간지러웠던 것은 염증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오후가 되니 밀착 접촉자로 분류되어

PCR을 받으라는 연락이 왔다.

'내가????? 그럼 이 모든 게 코로나의 시작?'

옷을 주섬 주섬 챙겨 입고 선별 검사소로 갔다.

5분도 기다리지 않고 일사천리로 검사를 받고 집으로 왔다.


입맛이 뚝 떨어져서 유자차를 마셨다.

새콤 달콤하고 아픈 목도 달래주는 것 같아 좋았다.

어제처럼 단순 피곤이 아니라

코로나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겁이 덜컥 났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코로나 대비책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시 검색을 해 보려고 했는데

열이 쑥쑥 올라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검색이고 뭐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해열제를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밤새 푹 잠이 들기 바라면서 말이다.


그날 새벽 보건소에서 문자가 왔다.

양성 판정 문자였다.

열이 진정되지 않아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하던 차였다.

문자를 확인하고

다시 해열제를 먹고 잠을 청했다.

맘을 내려놨다.

'코라나, 그래 네가 이겼다'

이러면서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다시 잠을 청했다.


눈을 뜨니 대 낮이다.

온몸이 건조기에서 탈탈 털려 나온 것 같다.

누구는 두통으로 누구는 목감기로 누구는 뭐로 온다더니

나는 근육통으로 왔나 보다.

천근 만근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어떤 느낌인지 온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목 넘김은 너무나 불편했고

머리는 누가 내 머리를 풍선인 줄 알고 바람을 불어넣은 듯

터질 듯 어지러운 게 제법 위태롭게 여겨졌다.

유난 떨 것 없다며 지인들에게 의연하게 전화를 받았지만

혹시라도 하는 생각이 없던 거 아니었다.


그렇게 꼬박 3일을 아팠다.

금토일이 가고 월요일이 되니

두통도 근육통도 기침도 잠잠해졌지만

목에서는 피빛깔의 가래가 나왔고

코를 푸는데도 피가 섞여 나왔다.

그런데도 침도 잘 넘어가고 코도 뚫려 시원했다.



그렇게 다 낳았다고 신나 했다.

오늘 다시 생각이 바뀌었다.

어디 한 군데 특별하게 아프지 않지만

계속 어지럽고 미열이 남아 있다.

이게 후유증이라고 했다.

누구는 후각이 마비되네 미각이 도망갔네 하는데

나는 미열이 후유증으로 남은 것 같다.


또 하나 미각이 사라진건 아닌데 입안이 쓰다.

뭘 먹으면 맛은 느껴지는데

그게 약 때문인지 열 때문인지 모르겠다

신 맛에 유독 예민한 내가

레몬청과 유자차를 수저로 퍼먹어도 신 줄 잘 모르겠다.

미각 후각 상실이 아니라 나는 퇴화가 되었나?

입에서 맴도는 쓰디쓴 염증 맛에 마음까지 비릿해진다.


그럼에도 감사하다.

코로나와의 추격전이 미스터리 공포물에서

액션 스릴러로 장르 전환을 하더니

끝이 보이는 지금

애들 골목길 술래잡기 놀이로 변하려는지

작가가 정신 줄을 놓은 듯 결말이 흐지부지하다.


여러 나라에서 하나 둘 방역 체계를 없애기 시작하고

코로나를 계절성 감기로 격하시킨다고 하니 말이다.

어찌나 다행인지.


'끝까지 잘 숨어 있지 그랬니' 하며

코로나 걸린 내가 아쉬웠다.

하지만 전염병은 의지와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복불복의 게임이기도 하기에

또아리 풀린 결말에 조금은 안심이 된다.


이런 코로나 끝물에 걸려 끙끙 앓고는 있지만

코로나 이전만큼은 아니더라도

비스므레 하게 다시 돌아가기만 한다면

나는 이 괴한이 시키는 대로

벽 보고 금요일 자정 까지 잘 기다리고 있을 거다.

약 잘 먹고 버티면 집에는 보내 준다고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