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아이디어나 사업 아이템이 주가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다. 그래서 창업자들은 창업의 도(道)를 구하기 위해 팀원을 찾아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해커톤 등 창업과 관련된 여러 네트워킹 행사를 찾아 다녀야 하고, 로켓펀치와 같은 구인 플랫폼을 통해 회사를 알려야 한다. 수도권에 치중되어 있기는 하지만, 매해 다양한 스타트업 관련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들 행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행사의 내용에 관심이 있어서 참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네트워킹을 하러오는 이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같은 예비창업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검증(멘토링)받으러 오는 이들도 있지만, 자신의 아이디어를 함께 구현할 개발자, 디자이너 등 팀원을 리쿠르딩 하기 위해 오는 이들도 많다.
원하는 사람을 찾는 것도 일이지만,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더 큰 일이다. 스타트업은 중견기업에 버금가는 연봉을 책정할 수 없기에 팀원 설득 과정은 필수다. 회사의 비전이 확실하다면 스톡옵션을 제시할 수 있겠고, 사업적 가치나 회사의 미래에 깊이 공감하거나 창업자와 상성이 맞다면 의기투합 만으로도 가능하겠다. 이렇듯 정성을 들여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합류 시키면 창업자는 뛸듯이 기쁠것이다. 모든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상승할테고.
하지만 이들과 맺은 인연이 평생 갈까? 아니다. 온 마음을 다해 팀원을 모셔왔다 하더라도 스타트업에 남는 팀원보다 떠나는 팀원이 많게 마련이다. 팀원이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수익구조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은 스타트업 특징상 장기간 이어지는 저연봉 부분에 대한 애로사항일 수도 있고, 개인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팀과 화합이 안돼서 일 수도 있다. 또는 팀원이 회사에 합류하면서 생각했던 방향성과 창업자의 방향성이 상이해져서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자잔하게는 팀원들과 트러블이 발생해서 일 수도 있고, 혹은 질병이나 가정사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서 헤어지는 경우도 있겠다.
그렇게 되면 창업자는 다시 고단한 구인 과정을 되풀이 해야 한다. 어찌보면 금전적인 문제와 더불어 창업자가 겪는 가장 힘든 과정 중에 하나다. 하지만 이것이 수고스럽다고 여겨서는 안된다. 창업을 스펙쌓기나 재미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팀원을 구하는 것은 창업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헤어짐에 익숙해 져야 한다. 또한 창업자는 팀원이 떠나는 것에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다. 기존 기업들에 비해 보다 인간적인 관계가 우선시 되는 스타트업이지만, 학교 동아리 활동이 아닌 사업이라면 회사와 맞지 않거나 창업자의 방향성과 엇박자를 내는 팀원이라면 헤어짐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해도 무방하다. 이는 회사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 수준의 채용 프로세스(사실 이것도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가 있지 않기 때문에 검증이라는 측면에서 빈틈이 있게 마련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오래 알고 지낸 지인 중 회사에 맞는 인재가 있는 것이겠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어느정도의 수습 기간을 두고 검증과정을 하는 것이 차선책이겠다. 창업은 비즈니스 뿐만 아니라 여러유형의 인물들을 겪으면서 회사에 맞는 팀원 찾아가는 과정이라도 할 수 있다.
자신에게 맞지않는 팀과 결별을 하는 것은 멀리보면 팀원에게도 이득이다. 엇박자를 내는 팀에 몸을 담고 있는 것은 일을 떠나 몸이 불편하게 마련이다. 마지못해 회사를 다니게 되면 수동적일 수 밖에 없고, 심하게 이야기 하면 시간낭비가 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커리어 패스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렇듯 스타트업에게 헤어짐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대전제는 잘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인관계도 그렇겠지만, 헤어짐은 깔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이별의 이유가 어디있건 간에 앙금이 남게 마련이다. 양쪽 누군가는 미련이 남을 수도 있고, 감정의 골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증오를 남겨서는 안된다.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자리를 옮기지 않는 한 그들은 언제고 다시 만날 사이고, 이후에도 협업을 통해 상생해 나가야 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증오라는 감정을 심어주게 되면 후일 사업 영역에서 예기치 못한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제때에 만나고 제때에 헤어지는 것을 무난히 소화하는 것은 창업자와 팀원이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 하나겠다. 유시유종(有始有終)을 잘 해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