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의 2015년과 2016년 전망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 전후로 개인이 다짐과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인 기업 역시 송구영신(送舊迎新)하며 한 해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진다.
중국의 온라인 상거래 시장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알리바바는 어떤 방식으로 송구(送舊)하고, 영신(迎新)했을까. 2015년을 마무리하는 절강성 연례 회의에서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남긴 연설을 바탕으로 알리바바의 지난해를 돌아보고, 지난 연말 주요 소식을 통해 새로운 한 해를 예측해 보았다.
알리바바의 송구(送舊)
창업의 성패가 경제와 큰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2~4% 대에 머물 때도 몇몇 기업은 200~300%의 성장률을 거뒀다. 반면 호황기에도 몇몇 기업은 문을 닫았다. 창업가는 사업의 실패를 경제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
중국의 경제 성장 움직임이 둔화하면서, 각종 위기론이 떠돌았던 한 해였다. 작년 6월 이후 주가가 급하강하면서, 벤처투자 시장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1,2분기에 활발했던 투자가 3분기에 이르러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던 것. 중국의 벤처 생태계의 상징적인 인물인 마윈 회장 역시 연말 마무리 연설을 통해 중국의 경제 위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연설을 통해 “실제 3~5년 내 중국의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고 경제 침체 상황을 언급하면서도 “창업의 실패를 경제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실제 알리바바를 돌아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쳤던 2009년에도 매출 6,357억 원, 순이익 1,630억 원을 달성했다. 작년 광군제에도 하루만에 16조5천억 원이라는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 중국 인민왕 보도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2015 회계연도 매출은 762억 위안(한화 약 14조)으로 전년 대비 45.14% 성장했고, 순이익은 243억 위안(한화 약 4조4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2% 상승했다.
창업가는 훈련되지 않는다. 그들은 야생의 동물이다. 창업가는 혁신을 통해 남들과는 다른 통찰을 가져야 한다.
업계 리더답게 혁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마윈 회장은 “창업가의 의무는 혁신하는 것이며, 혁신의 주역은 창업가”라며, “전문 관리자를 훈련시킬 수는 있지만, 창업가는 훈련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한 해 알리바바의 행보가 혁신적이었는지는 다시 한 번 돌아볼 일이다. 매출, 순이익 등은 전년 대비 상승했지만 이른바 ‘짝퉁 논란’, ‘갑질 횡포’ 등으로 혁신·신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는 맞수 관계이자 ‘견묘지간’으로 불리는 징둥 – 알리바바 간 독점 논란이 불거졌다. 알리바바가 유니클로 등 일부 입점사에게 티몰 단독 입점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실제로 유니클로는 징둥닷컴에 입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철수했다. 이는 80%에 이르던 온라인 시장 점유율이 58%대로 떨어진 것으로 인한 알리바바의 위기의식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건이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작년 연말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는 알리바바가 ‘짝퉁’ 유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악명 높은 시장(Notorious Market list)’ 목록에 알리바바를 포함하겠다고 압박해왔다. 이는 USTR이 매년 모조품 판매로 악명 높은 기업을 선정해 발표하는 명단이다. 수개월 간의 로비 끝에 알리바바는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마윈은 복제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내가 했던 모든 일을 복제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사업을 하며 걸어온 길은 모두 우연의 연속이었다. 따라서 누군가 성공했다고 해서 그것을 따라해서는 안된다. 그것을 추월하는 것만이 성공의 비결이다.
연설 능력자답게 마윈 회장은 멋진 말을 남겼다. 그는 실리콘밸리도, 빌 게이츠도, 스티브 잡스도 복제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방식으로 마윈이 됐다.
알리바바의 영신(迎新)
애플 출신 위조 방지 전문가 영입, 짝퉁 근절
떨어진 위상과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자 알리바바는 애플 출신의 위조 방지 전문가 매튜 배시어(Matthew Bassiur)를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배시어 부사장은 미국 법무부 컴퓨터 범죄 및 지적 재산 검찰관 출신으로 애플에서 위조 방지 업무와 함께 절도와 사기, 기밀 누설, 사이버 범죄 등을 조사하는 프로그램을 총괄했으며 이후 미국 제약사 화이자로 옮겨 위조방지 업무를 전담해왔다.
알리바바는 작년 자사 타오바오 몰 상품 중 30%만이 진품인 것이 밝혀지면서, 시장 가치(market value)가 500억 달러(한화 약 59조 원) 넘게 떨어졌다. 지적재산권 관련 전문가들을 영입한 알리바바는 올해 본격적으로 위조품 문제 해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 그룹은 알리바바 그룹의 지적재산권 보호에 해당하는 1,800여개의 브랜드와 관련 협회 및 사법 당국과의 협업을 통해 ‘Good-Faith Takedown’ 프로그램을 도입, 위조품 발견 시 즉각 폐기하는 중이다.
유력 언론사 인수 통해 컨텐츠·O2O 강화
작년 연말 알리바바가 홍콩 유력 일간지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이하 SCMP)’를 인수해 화제가 됐다. 인수 금액은 3천억 원 규모.
알리바바는 작년 6월 중국 경제일간지인 제일재경의 지분 30%를 확보한 바 있으며, 11월에는 중국의 유튜브라 불리는 요쿠투더우를 48억 달러(한화 5조7천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재작년 6월에는 영화 콘텐츠 기업인 차이나비전미디어그룹도 인수해 알리바바픽처스로 키워냈다.
이처럼 알리바바가 미디어 사업 쪽으로 손을 뻗는 이유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유력한 설 중 하나는 컨텐츠 사업을 통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O2O 사업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것. 2016년에는 알리바바가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양의 고객 빅데이터가 각종 미디어·O2O 사업과 연계되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년 내 매출의 반을 해외에서, 글로벌 진출 가속화
마윈 회장은 “알리바바의 해외 진출을 강화할 예정이며, 앞으로 10년 내의 알리바바의 매출의 50%는 해외에서 발생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중국의 더딘 경제 성장률과 온라인 상거래 시장 포화 상태로 인해 알리바바는 지난 해부터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알리바바는 골드만삭스의 전 부회장인 마이클 에반스를 알리바바 글로벌 담당 사장에 임명했다. 월가 출신의 글로벌 금융 전문가를 경영진에 합류 시킴으로써 해외 판로 모색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마이클 에반스는 재작년 9월 알리바바 뉴욕 증시 상장 때 사외이사로 합류, 알리바바의 해외 진출을 지원 사격했던 인물이다.
마윈 회장은 한국 시장 진출의 의지도 보인 바 있다. 지난 5월 첫 방한한 마윈 회장은 “한국에 알리페이와 같은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실제 올해 광군제 때, 국내 쇼핑몰의 상품이 알리페이와 물류를 결합한 알리페이 이패스를 통해 중국으로 배송됐다. 알리바바의 해외 진출 움직임은 국내 전자 상거래 기업에서도 주목해야 할 행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