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천(深圳, 선전)이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조립을 위한 거대 컨베이어벨트 같은 도시라면, 청두(成都, 성도)는 보다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둥지를 틀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 있다. 사천성 내 7대 전략 산업(에너지 및 환경보호·정보기술·바이오·첨단장비·신에너지·신소재·친환경자동차 등)의 핵심기지가 바로 청두이기 때문이다.
청두는 하드웨어 창업 인프라는 선전에 비해 약하지만, 중국의 문화·소비 도시답게 게임·앱 등의 모바일 소프트웨어 관련 지원과 자원이 풍성하다.
바이오 관련 자원 역시 청두의 자랑 중 하나다. 청두의 고신구(高新區) 내에는 의약 기업 300개, 의약 공정 기업 200개 등 총 773개의 바이오의약 기업이 밀집해 있으며, 총 2만7천 명의 인구가 바이오 산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3차 창업’ 발전계획에 따라 청두의 바이오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계속해서 늘어날 예정이다.
지난 12일 청두 내 바이오 스타트업이 어떤 체계와 지원 정책을 통해 양성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청두생물의약산업창신부화기지(Chengdu Biopharmaceutical Industry Incubator Base, 이하 청두생물기지)를 방문했다.
사천성 내 바이오 중심 기지 역할을 맡은 청두생물기지는 2011년 중국 정부로부터 약 6,800만 위안(한화 약 125억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문을 열었다. 현재 입주 기업은 170여 곳으로, 이 중 60%가 3년 이내 초기 스타트업이다.
입주해 있는 기업의 70%는 바이오 기업이며, 나머지 30%는 IT 관련 기업이다. 더불어 입주해 있는 바이오와 IT 기업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들도 탄생하고 있다.
바이오, 의약 관련 창업은 여타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 인프라 구축을 위해 초기 자본이 소요될 뿐 아니라, 창업자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의 수준 또한 높기 때문이다.
청두생물기지는 바이오 연구에 관련된 제조 설비를 갖추고 있어, 입주 기업의 초기 자금 부담을 줄여준다. 제약 기업의 경우 약의 시제품 생산에서부터 실제 생산, 포장, 마케팅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청두생물기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인프라 지원만이 전부가 아니다. 중국에서는 2011년부터 우수 유학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청년 천인계획(千人計劃)’ 정책을 도입했다. 천인계획의 대상자로 선정된 창업가는 창업 초기 자본금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이르는 모든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청년 천인계획(千人計劃)’ 정책 지원 사항
-중앙 재정에서 60만 위안(한화 약 1억 원)의 일괄 보조금 지급
-연구 착수 자금 200~400만 위안(한화 약 3~7억 원) 지급
-중국의 Top9 대학과 동급의 연봉 지급
-초청인재 및 그 배우자와 자녀의 중국 국내 사회보험제도 보장
-5년 이하의 중국 국내 수입 중 주택 자금, 식비, 이사비, 친족방문비, 자녀교육비는 면세
-초청인재의 배우자의 일자리 혹은 생활보조금 지급, 초청인재의 자녀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관련 기관에서 대응
지원 내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천인계획은 더 나은 배움을 위해 떠난 인재들을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고 싶도록 만드는 물질적 ·정서적 지원책이다.
청두생물기지 내에도 이 천인계획의 혜택을 받은 창업자들이 입주해 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바이오 창업의 특성 상 주로 30~40대의 해외 석박사 출신 창업자들이다.
실제 천인계획을 통해 작년 7월 청두생물기지 내에 둥지를 튼 한 창업가는 22년 간 미국에서 회사 생활을 한 뒤 중국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에 대해 “미국의 창업 환경이 중국에 비해 좋을지 몰라도, 창업 초기 자본이 많이 들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중국 내 풍부한 지원 혜택을 누리면서, 동시에 해외에서 습득한 다양한 지식을 고국 발전을 위해 활용하고 싶다고 생각해 다시 돌아오게 됐다”고 답했다.
한편 중국 매체인 금융투자보(金融投資報)에 따르면 2020년 청두 고신구의 바이오 의약 산업 매출액은 1,000억 위안(한화 약 18조3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청두는 정부 주도의 인프라·자금·인재 유치 전반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가까운 미래 세계적 바이오 도시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청두를 목도할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