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를 통해 배우는 4가지 보도자료 이미지 전략
영화 매체 더플레이리스트가 올해의 영화 포스터 20선을 발표했다. 1위를 차지한 것은 연인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는 호텔에 머물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랍스터(The Lobster/위 이미지)’다. 더 랍스터의 포스터는 영화주제를 잘 다룬 것으로 호평을 받았었다.
잘 만든 포스터에서는 영화를 감싸는 공기와 온도, 주제를 말하는 어조, 감독의 취향이 모두 느껴진다. 이것을 구구절절하게 말로 늘어놓으면 매력적인 포스터가 아니다. 하이쿠 시인처럼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좋은 포스터는 그냥 보면 좋은 걸 안다.
스타트업의 보도자료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대중의 이목을 끌만큼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영화 포스터와 스타트업 보도자료 이미지의 목적은 같다. 다만, 과도한 형용사, 검증할 수 없는 단정적인 어조로는 매력을 어필하기 힘들다.
본문이라 할 수 있는 보도자료 텍스트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 텍스트를 요약해 설명하는 이미지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회사가 가진 큰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자사 소식을 담아낸 보도자료 이미지는 지속해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도구가 된다. 더불어 최근 대부분의 매체가 SNS와 모바일을 통해 기사를 유통하고 있고, 이 경우 썸네일 이미지의 매력도가 클릭률을 좌우하기에 매번 같은 이미지나 로고, 저해상도 이미지는 반영율의 저해요인이 된다. 편집부 입장에서 소식을 전해올 때마다 사안에 꼭 맞는 이미지를 보내오는 기업의 경우 성격과 방향성을 좀 더 빨리 파악할 수 있어 좋다.
미국의 디자인 사이트 웹디자이너뉴스닷컴에서 ‘좋은 영화 포스터 디자인의 7가지 요소’ 를 선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좋은 보도자료 이미지를 만드는 4가지 요소를 정리해봤다. 더불어 2015년에 접했던 국내 사례도 꼽아봤다.
1. 몰입도 : 말하지 말고 보여주기
가장 효과적인 영화 포스터는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상징과 함축으로 영화의 내용을 단번에 표현한다. 굳이 텍스트를 모두 읽지 않아도 영화의 무드와 내용을 눈치챌 수 있는 포스터가 좋은 포스터다. 그리고 이러한 포스터를 만드는 것은 영화 흥행과 연결되기에 매우 중요하다.
공유 차량 스타트업 쏘카의 보도자료 이미지는 이런 점에서 눈에 띈다. 지난 7월 쏘카는 전용 스마트워치 앱을 만들었다. 이들은 쏘카 자동차를 스마트워치가 둘러매고 있는 이미지 컷 위에 호쾌한 한 문장을 얹었다.
쏘카의 스마트워치 앱은 차량 문을 열고 잠그는 스마트키가 주된 기능이었다. 손목 위에 감기고 풀리는 시계 속성과 더불어 앱 내 자물쇠 이모티콘이 눈에 띄면서 앱의 주요 기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텍스트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소비자의 이해를 돕는다.
2. 호기심 : 그다음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게 만들기
최근의 많은 포스터는 영화 속 일촉즉발의 극적 순간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이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라는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함이다. 인셉션이나 투모로우 같은 영화가 이런 예다.
MCN 기업인 메이크어스는 이미지 기반의 인스타그램 광고를 시작하면서 트럼프 카드 일러스트 애니메이션을 직접 제작했다. 애니메이션의 주제는 ‘창작자들과 즐겁게 일하는 메이크어스’다.
이들의 전략은 맨 처음 킹 카드만 노출해 나머지 5장 카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었는데, 이 광고로 하루 2만 개 정도의 ‘좋아요’ 반응을 얻어냈다고 한다. 다른 카드도 공개되냐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메이크어스의 설명에 따르면 킹 카드는 영상을, 퀸 카드는 음악 혹은 뮤지션을, 조커는 MCN을, A는 디자인을, J는 마케팅을, 10은 IT 개발을 상징한다. 개인적으로 해석이 난해한 부분이 있었으나, 이들은 시리즈물로 애니메이션 영상까지 제작하며 홍보 활동을 이어갔다. 이러한 시도와 빠른 후속연결은 기업의 특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스타트업 다웠다. 참신했다.
3. 호소력 : 팬과 일반인,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게 만들기
시리즈물로 제작되는 영화의 경우 캐릭터나 감독의 마니아층이 생겨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을 타깃으로 포스터를 제작하면 영화의 세계관과 캐릭터 특징이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날지 모르나, 대중에게는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때 영화사는 팬층에 맞춰 여러개의 포스터를 제작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2009년 작 <바스터즈:거친 녀석들> 포스터가 좋은 이중 타깃의 사례다. 감독의 마니아 팬층을 위해 제목 바로 옆에 감독 이름을 표기하는 한편,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유명 배우 브래드 피트를 이미지 전면에 배치했다.
레진코믹스의 아래 이미지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선정성으로 화제가 되었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포스터와 자사 웹툰을 나란히 배치했다. 이미지만으로도 영화를 웹툰으로 만들 계획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의 화제성을 잘 끌어와 레진코믹스를 잘 모르는 일반 대중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보도자료 이미지를 만들었다.
4. 판별도: 속편이라면 원작과의 연결성을 명백하게 표현하기
유명 시리즈의 속편이라면 원작과의 연결성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홍보에 도움이 된다. 보통 타이포그래피나 심볼, 주제곡 등은 바꾸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원칙이다.
익명 SNS인 블라인드는 서비스 구조상 직종별, 기업별로 게시판을 늘려나가면서 서비스를 확장한다. 대기업을 필두로 얼마 전에는 스타트업관이 오픈했다. 아래는 블라인드가 일본 대학생 선호 기업 2인 이토추상사 게시판을 오픈하며 사용한 보도자료 이미지다.
일본 기업 게시판을 오픈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본 진출을 발표하는 계기가 됐다. 블라인드는 이미지에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했다. 블라인드(Blind) 사명 가운데 넥타이를 그려 넣어 기사 안의 ‘상사’, ‘대학생 선호 기업’ 등의 키워드가 잘 살아났다. 동시에 블라인드 서비스에서 가지를 쳐 나온 게시판이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