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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텀 Dec 10. 2015

“7천 조 보따리 무역 시장 노린다”

설립 2년, 매출 160억, 비투링크 이재호 대표

한국 뷰티와 중국 유통 채널을 잇는 스타트업 비투링크가 중국 유력 벤처투자사인 디티캐피털(DT Capital, 德同资本)로 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비투링크는 미미박스 공동 창업자인 이재호 대표가 ‘한중 간 모든 비즈니스를 연결(link)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2014년 1월 설립한 회사다.


정확한 투자 금액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유수의 벤처캐피털이 국내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게다가 투자를 주도한 디티캐피털은 중국 내 5대 벤처캐피털 사로 꼽히며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최고의 투자회사’에 2006년부터 매년 선정되는 유명 투자사다. 특히 미국의 월마트 창업자 월튼가문, 골드만 삭스 등이 출자자로 참여하며 방대한 유통, 미디어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VC이기도 하다.


비투링크는 올해에만 약 16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기업이다. 설립된지 2년이 채 안된 기업으로는 성장속도가 빠르다. 더불어 투자유치를 통해 자금, 네트워크, 명확한 수익 모델의 삼박자가 만났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기업이기도 하다. 중국향 스타트업의 이상적 모습을 갖춰 나가고 있는 비투링크의 이재호 대표를 만났다.



우선 비투링크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비투링크는 국내 중소 화장품 사와 중국 및 동남아시아 유통 채널을 잇는 K커머스 뷰티 스타트업이다. 국내 뷰티 브랜드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현지 입점부터 영업, 마케팅, CS, 물류에 이르는 유통 채널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DT캐피털은 중국 내에서도 상위 5위 안에 드는 벤처캐피털사다.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되었나. 


12시간 기다림의 성과다. 지난 6월 ‘테크크런치 상하이 2015’에 디캠프 포트폴리오사 중 하나로 참여했다. 중국 VC들 앞에서 5분 발표하는 기회를 얻기 위해 12시간 동안 줄을 섰다. 보통 스타트업의 경우 팀원들끼리 돌아가며 평균 두 번 정도를 피칭했던 것 같다. 우리는 작전을 짜서 총 5번의 발표를 했다. 그전 날은 새벽 2시까지 회사 소개 연습을 했고.


그 날만 해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피칭을 했을거다. 어떤 부분이 DT캐피털에 어필됐다고 생각하나. 


한국 온라인 뷰티 업계에 대해 우리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실제로 이미 중국의 여러 온라인 채널은 우리를 통로 삼아 한국의 뷰티 브랜드를 받아들이고 있다. 오프라인은 몰라도, 온라인 분야에서는 우리가 최고라는 요점을 정확히 전달했다. 중국어를 못하지만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꼭 전달해야 하는 핵심만 중국어를 하는 직원이 통역했다.


실제 경험해 본 중국 투자사는 해외 기업 투자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였나. 


기본적으로 중국 VC들은 한국 뷰티 업계에 대해 관심이 있다. 하지만 현지 지사가 없을 경우 투자사와 피투자사 간의 소통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는 너희가 원한다면 당일치기 비행을 해서라도 바로 미팅 장소에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말 왕복 30만 원이면 몇 시간 이내로 갈 수 있으니까.


물론 외국 기업에 대한 선입견은 어쩔 수 없이 있다. 우리 일은 한국 뷰티 업계뿐 아니라 중국 온라인 상거래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는 비즈니스니까. 투자 과정에서는 DT캐피털에 신뢰를 주기 위해 우리의 중국 내 네트워크와 데이터 분석 현황을 충실히 공유했다.


지난 5월에는 톈진에, 11월 초에는 상하이에 지사를 설립했다. 투자 문제가 가장 큰 이유였나. 


중국 법인 설립은 창업 초기부터 구상했던 거다. 실제 한국 본사는 국내 뷰티 브랜드와의 소통을 위해 존재한다. 모든 궁극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전략 실행, 물류 작업 등은 모두 중국에서 이뤄진다. 현재 법인은 외자 형태로 설립되어있지만, 곧 합자 형태로 바꿀 것이다. 홍콩에도 모회사를 만들 계획이 있다.


톈진과 상하이의 첫 법인을 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적 특색이나 이점이 있었나. 


상하이의 경우 첫째로는 빠르게 법인을 세울 수 있었고, 둘째로 중국의 남쪽 사람들이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 이유였다. 상하이는 홍콩의 영향을 받아 색조 화장을 포함한 색채,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 비투링크는 국내 뷰티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컨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회사다. 상하이 지사에는 ‘크리에이티브 랩’이라고 불리는 디자인 팀이 있는데, 이 팀원들도 모두 감각적으로 뛰어난 남쪽 사람들로 뽑았다. 톈진은 물류 관점에서 이점이 많은 도시다.


실제 투자 과정에서 타 벤처캐피털사로부터도 투자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DT캐피털 선택의 이유는 무엇이었나. 


이틀 동안 5개 정도의 규모가 큰 벤처캐피털사를 만났다. DT캐피털을 꼭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들이 방대한 오프라인 유통, 미디어 채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월마트의 월튼가문과 골드만 삭스로부터 출자를 받아 펀드를 운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연쇄경영협회(China Chain-store & Franchise Association)의 회원이기도 해 여러모로 든든한 파트너다. 이번 달에 공식 발표한 왓슨스와의 화장품 공급 체결 역시 DT캐피털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DT캐피탈의 오프라인 유통 채널


그동안 비투링크는 온라인 채널 사업에 열중했다. 이번 왓슨스와의 계약 체결은 어떤 의미를 갖나. 


오프라인 사업의 거점을 마련한 셈이다. 앞으로 3년간 비투링크가 왓슨스에 국산 마스크팩 32종을 공급한다. 총 계약 규모는 1,800억 원이다. 왓슨스는 중국 내 2,800개 매장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온오프라인 시장의 비율이 아직도 2대 8 정도로 나뉜다. 결국, 국내 뷰티 브랜드가 제대로 중국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에서의 홍보와 브랜딩 작업이 필수적이다.


올해 광군제(11월 11일, 솔로의 날) 때 비투링크가 30억 매출을 올렸다. 그 중 11억 매출이 왓슨스 오프라인 매장에서 나왔다. 왓슨스 입장에서도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제품을 실시간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반영해야 한다는 니즈가 있었다. 온·오프라인 사업의 간극을 줄이겠다는 양사 간 공통의 이해가 충족됐다고 본다.


왓슨스 진출로 오프라인 사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향후 전개 과정은 어떻게 되나.

 

중국에서 꽌시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결국엔 레퍼런스 싸움이다. 왓슨스라는 뚫기 어려운 통로 하나를 열었으니 앞으로는 여러 오프라인 채널로부터 러브콜이 올 거라 기대한다. 아직 우리는 각 오프라인 채널의 성격이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지금부터 수많은 중국 내 오프라인 채널 가운데, 최전방에서 목석을 가리는 일이 우리의 몫이다. 향후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뷰티 브랜드를 위한 길을 닦는 작업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 시장으로 들어가는 출입구 역할을 비투링크가 충실히 할 수 있느냐’ 하는 거다.


타 인터뷰에서 온라인 사업에서는 고객 접점을 최대한으로 늘리는 ‘채널 다각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채널 역시 빠른 속도로 넓혀나갈 예정인가. 


요새 유튜브로 아돌프 히틀러 영상을 보는 데 재밌는 점이 있었다. 공격 무기는 연합군에 비해 엄청나게 좋은 데 결국 전선이 너무 넓어서 졌다. 집중력을 잃은 것이다. 오프라인 사업에서는 우리도 우선순위가 높은 전선 위주로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넘어 모바일 상거래에 대한 계획은 없나. 


비투링크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웨이상(微商·위챗상인)들을 한 데 모아놓는 모바일 상거래 사업이다. 웨이상은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을 뜻한다. 불과 3년 만에 지금은 그 수가 천 만이 넘었다. 옛날 우리 보따리 상인들이 중국에서는 모바일 메신저를 타고 웨이상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1경 짜리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웨이상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70%다. 7천 조 가량이 웨이상을 통해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규모다. 보통 웨이상들은 한국에서 화장품을 싹쓸이해가서 10~15%의 마진을 붙여 위챗에서 판매한다.


현재 웨이상들이 위챗을 통해 만족할만한 수입을 거둬들이고 있다면, 비투링크의 시장 진입이 의미 없지 않나. 

문제는 이 웨이상을 중국 정부가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웨이상 집단은 밀수와 세금 누락이라는 원죄를 안고 성장했다. 이들을 제재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해관(海關)을 닫아버렸다. 이제 자유 무역을 통해서 들어오는 것만 허용한다. 그래서 웨이상들이 물건을 구하기도, 통관시키기도 어려워졌다. 비투링크는 이 웨이상과 고객 사이를 중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중계하게 되나. 


우리는 이미 수많은 국내 뷰티 제품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 웨이상은 그 정보를 가지고 위챗이나 큐큐를 통해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한다. 판매된 제품은 우리가 직접 고객에게 배송하는 것이다. 그 시점에서 우리는 각 고객의 정보를 가지고 세관 통관을 진행한다. 그럼 더 이상 밀수가 아니다. 자국 미출시 제품을 각 개인이 직구로 구매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웨이상 입장에서도 화장품을 싹쓸이하러 한국까지 비행기 타고 날아오지 않아도 되고, 세관에서 적발될까 전전긍긍하며 화장품을 소분할 필요도 없다. 이 과정을 우리가 다 대행하게 된다.


웨이상은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나. 


더 늘면 늘었지 줄어들진 않는다. 유통 단계를 단축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제조사, 수출자, 도매상, 리테일러, 고객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우리는 수출자 가격으로 제품을 받아 와 그 뒤의 단계를 다 걷어내고 바로 고객에게 전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웨이상에게 수수료를 떼어주고, 국제 배송을 하더라도 이윤이 남는다. 코스트코 유통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구상한 모바일 사업은 현재 어디까지 준비됐나. 


준비는 끝났다. 이제 웨이상들에게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을 교육하는 단계다. 베타테스트 기간이라고 보면 된다. 웨이상과 고객 양쪽 모두의 의견을 듣고 있다.


내년 즈음이면 실체를 볼 수 있나. 


더 빠를 수도 있다. 한국에 와 있는 중국 유학생 대다수가 웨이상 활동을 한다.이 집단을 대상으로 채용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화장품뿐 아니라 다양한 품목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하다. 내년부터 유아동 분야로 품목을 확대한다. 중국은 지금 한 자녀 정책 폐지로 유아동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 큰 유아 브랜드 두 곳과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여성과 남성이 대등한 사회였기 때문에, 구매 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의사가 중요하다. 또 결혼 시기가 한국 여성보다 이르다. 결혼 전부터 결혼 후, 더 나아가 출산 후까지 그들의 생애 흐름을 따라 취급 품목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 타 인터뷰에는 매출 천억이라고 실렸더라. 


돈보다도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비투링크에 와서 정말 많이 배웠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담이지만, 나는 우리 직원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요새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점점 실무랑 멀어지고 있다. 언제나 내 어깨 위에 있는 사람은 우리 직원들이다.


요새 직원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고 있는데,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게 두 당 4인이라고 생각하니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결론적으로 각 개인이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을만큼 여유 있는 수익을 내는 회사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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