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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텀 Apr 11. 2016

모바일 슈퍼리그의 시작 ‘슈퍼갈땐슈퍼맨’

이런 상황 겪어본 사람들 있을거다. 당장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고 싶은데, 냉장고에 없다. 마트가 멀지 않지만 그거 하나 사러 나가기가 귀찮다. 이럴 때 누가 하나 사다줬으면 싶다.


“올 때 메로나”


친구나 가족에게 이런 발언을 했다가는 구박 당하기 일쑤지만, 이런 게으른 요청도 친절하게 수행하는 서비스가 출시됐다.


‘슈퍼갈땐슈퍼맨’(이하 슈퍼맨)은 동네 슈퍼 제품을 1시간 11분 안에 배달해주는 모바일슈퍼 서비스다.

스타트업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창업에 뛰어들었다는 조성호 대표를 만나봤다.



스타트업에 ‘스(S)’ 자도 모르고 시작했다. 


슈퍼맨을 시작하기 전에는 프리랜서 개발자로 SI 프로젝트를 했었다. 프리랜서 개발자 친구들 몇 명을 모아서 같이 작업을 하고 돈을 나누는 식이었다.


당시 쏘카로 출퇴근을 하고, 오며 가며 직방 광고도 봤지만 그들이 스타트업인지는 몰랐다. 그냥 막연히 ‘아 저런 걸 해야되는데’ 싶긴 했다. 근데 지인 중 슈퍼마켓 차리는 게 꿈인 친구가 있었다. 그 때 ‘슈퍼마켓 네트워크를 묶은 서비스가 있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했다. 무료 코워킹 공간에서 아무 것도 모른채 무턱대고 한거다.


5주 만에 피봇팅을 했다. 


처음엔 모바일 슈퍼가 아니라 광고 플랫폼이었다. 각 동네 슈퍼가 그 날 세일하는 제품을 단골 고객에게 푸쉬로 알려주는 서비스였다. 제휴사로부터 월 10만 원을 받았다. 슈퍼마켓은 서울보다 지방쪽에 영향력이 더 크고, 개수도 훨씬 많다. 그래서 지방 서비스를 먼저 시작했다. 반응이 뜨거웠다. 작년에만 180개 슈퍼와 제휴를 맺었다. 대박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디캠프에 입주하고, 또 투자사인 프라이머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모바일 슈퍼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범위도 광진구·강남구로 축소했다. 슈퍼맨은 5명의 팀원과 5주 만에 만들어냈다. 과장 좀 보태 죽을 뻔 했다.


그래서 슈퍼맨이 어떤 서비스냐고? 


동네 슈퍼 물건을 앱으로 주문하면, 1시간 11분 안에 배달해준다. 1시간은 좀 빡빡한 거 같아서 뒤에 11분을 붙였다. 아무 이유 없다. 그냥 1을 좋아한다. 단순한 배달이나 심부름 서비스는 아니다. 고객이 물건을 주문하면 근방에 있는 ‘슈퍼 MD’가 슈퍼에 방문해 직접 물건을 고른다. 그렇게 고른 물건을 배달원인 ‘핑크 드라이버’가 고객에게 배달해준다.


동네 슈퍼의 생존 문제, 우리도 걱정한다. 


나도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동네 슈퍼가 살아 남아야 우리 서비스도 지속되니까.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동네 슈퍼는 죽지 않는다는 거다. 동네 슈퍼만의 파이는 명확히 있다. 전업 살림을 하는 이들은 이미 동네 슈퍼에서 뭐가 싸고, 대형 슈퍼에서는 뭐가 싼지 다 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주부들이 전문가다. 대형마트는 공산품을 대량으로 싸게 판다. 반면 과일이나 고기같은 신선식품은 동네 슈퍼가 더 싸고 신선하다. 동네 슈퍼의 경쟁력이 신선식품에 있는 것이다.


경력 단절 인력을 ‘슈퍼 MD’로 채용하는 이유? 


슈퍼 MD는 슈퍼맨 서비스의 핵심이다. 공산품은 품질을 따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과일같은 신선식품은 신선도, 빛깔, 무른 정도에 따라 맛이 제각각이다. 맛있는 걸 골라 배달해야 되지 않겠나. 이 때 전업 살림꾼의 능력이 빛난다. 이들의 식재료 선별 능력은 아직까지 경제적으로 값어치가 매겨진 적이 없다. 우리는 슈퍼 MD라는 직군을 만들어 그들이 사회적으로도 능력을 발휘하게 되었으면 했다. 성별은 중요치 않다. 살림하는 경력 단절 남성도 슈퍼 MD가 될 수 있다. 대신 신선식품을 볼 줄 아는 눈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맛있는 과일 고르기 오디션’도 본다. 


슈퍼 MD 분들은 지역마다 형성된 주부 까페를 통해 모집했다. 면접도 직접 보고, 과일을 잘 골라내는지도 눈 앞에서 확인을 한다. 슈퍼 MD가 품질 관리 역할을 잘 해주지 않으면 우리 서비스는 망하는 거다. 이를 위해 우버 기사처럼 슈퍼 MD도 고객에게 별점으로 평가를 받는다. 슈퍼 MD 교육 매뉴얼도 만들고 있다.


슈퍼 MD 월급이 궁금하다고? 열정페이는 아니다.


아직도 조정 중이긴 하다. 그래서 확실한 금액은 밝히기 어렵다. 원래는 수행하시는 건 당 돈을 드리려고 했는데, 그것보다는 일정한 금액을 드리고 몇 건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걸 더 좋아하시더라. 적정 가격을 맞춰나가고 있다.


동네 슈퍼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할거다. 


보통 대형마트, 그리고 그 대형마트에서 나온 기업형 슈퍼마켓(SSM: Super Supermarket), 동네 슈퍼, 구멍 가게 이렇게 나눈다. 기업형 슈퍼마켓 이상은 슈퍼맨이 다루는 범위가 아니다. 동네에서 개인으로 슈퍼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제휴 대상이다. 전국에 25,000개 정도의 슈퍼가 있다. 그 중에서 일 매출이 300만 원 이상이고 매장 크기가 30평 이상 되는 업소가 주 고객사다. 정말 작은 구멍 가게에서는 신선 식품을 팔지 않기 때문에 이런 곳 역시 제외된다. 지금은 광진구의 코끼리마트와 강남의 그린마트, 두 곳과 제휴를 맺었다.


동네 슈퍼의 신선식품 가격이 매일 바뀐다는 걸 알고 있나? 


그 말은 앱 상의 가격도 매일 달라져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아주 어려운 작업이다. 보통 동네 슈퍼에서는 매일 달라지는 가격을 다 수기로 작성해서 계산대 옆에 탁 붙여놓는다. 그리고 결제할 때마다 다 수동으로 가격을 입력하는거다. 자동화되어 있지 않다. 이 가격을 우리 시스템으로 동기화 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포스 측에도 문의를 해봤지만 협업이 쉽지 않더라. 결국 자체적으로 시스템 개발을 했다. 포스에서 영수기 출력기로 넘어가는 문자를 뽑아내서 우리 서버로 옮기는 거다. 더 편리한 방법을 찾기 위해 아직도 고심 중이다.



슈퍼 주인들의 반감? 당연히 있다. 오히려 계약이 된 게 에피소드다. 


100군데를 돌아다니면 90군데 이상에서 문전박대를 당한다. 욕도 많이 듣고, 아예 상대하는 걸 귀찮아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직접 발로 영업을 뛰어보니 슈퍼 업계는 전투 영업이 통하는 곳이 아니었다. 영업 전문가를 영입해도 소용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입소문이다.


광진구에 우리와 제휴한 코끼리마트 사장님이 업계에서는 꽤 큰 손이다. 그 분이 슈퍼 사장은 10원 장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슈퍼맨이랑 같이 해서 장사가 더 잘된다는 소문만 돌면 알아서 우리 플랫폼으로 들어오려고 할거라고 말씀하시더라. 직방에 부동산이 들어오거나, 배달앱에 요식업소가 들어오듯이 말이다. 먼저 좋은 케이스를 만들어 놓고, 유사한 형태로 확장해나가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따로 영업을 안하고 있다.


슈퍼 입장에서 슈퍼맨이랑 같이하면 좋은 게 뭐냐고? 


요즘 슈퍼에서는 단골 고객에게 문자로 그 날의 세일 상품이나 신제품을 알려준다. 이 문자 비용만 한 달에 8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다. 심지어 문자나 전단지는 ROI 측정도 불가능하다. 슈퍼맨 안에서는 그 날 세일 상품도 직접 촬영해 광고할 수 있다. 현재 무료로 진행하기 때문에 문자 비용도 절감된다. 효과가 좋으면 본격적으로 모바일 슈퍼(슈퍼맨 서비스)로 진출할 수 있다.


‘과일이 맛있는 슈퍼’라는 인증마크. 


제휴사에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치가 또 한가지 있다. ‘슈퍼맨이 배달해주는 가게는 과일이 맛있다’는 인식을 고객에게 주는 것이다. 신선식품 중에서도 과일 쪽에 집중하는 이유는, 사실 채소는 맛의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맛 없는 과일은 정말 맛이없다. 중간에 슈퍼 MD의 선별 과정이 있기 때문에 ‘맛있는 과일만 파는 슈퍼’가 될 수 있는거다. 제휴 슈퍼에는 ‘슈퍼맨 인증마크’가 붙는다. 길을 걷다가도 그 인증마크를 보면 ‘맛있는 과일을 파는 가게’라고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들거다.


직접 슈퍼를 차릴 계획이 있느냐고?


없다. 영업하면서 너무 푸대접을 많이 받아서 직접 차릴까 생각도 잠깐 했다. 근데 우리가 슈퍼를 직접 차려버리면, 그건 슈퍼마켓 등에 칼을 꽂는것과 같다고 본다. 대신 제휴사를 넓혀가면서, 포인트 적립을 통합할 수 있도록 구상 중이다. 여기까지 하면 내가 생각하는 초기 모델은 완성된다.


전직 우버 블랙 기사를 핑크 드라이버로 채용했다. 


배달 서비스인 핑크 드라이버의 경우 우버 블랙 서비스에서 착안한거다. 우버 블랙은 고급스러운 차를 몰고, 복장도 제대로 갖춰입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예전에 만났던 우버 블랙 기사들에게 다 연락을 했다. 그 중 한 분이 핑크 드라이버로 합류했다. 물건을 배달받는 고객에게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매출이 늘 때마다 인원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돈은 어떻게 버냐고? 


제휴 업소와 고객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고객은 아직 무료로 배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향후에는 건 당 과금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슈퍼 MD의 제품 선별 가격까지 포함되어 있다. 좀 더 플랫폼이 커지면 이 수수료를 제품 제조사한테 받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문 버튼 옆에 ‘광고 보기’ 버튼이 있어서, 광고 영상을 시청하면 배송 비용을 제조사가 부담하는 식이다. 이렇게 풀리면 결과적으로 고객은 0원으로 슈퍼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현재도 신선식품 관련 대기업과 광고 협약을 논의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유통 사업이다. 


모바일 슈퍼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기프티콘 사업을 시작할거다. 슈퍼맨 제휴 슈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프티콘을 만드는거다.


최종 목표는 유통이다. 현재 슈퍼에서는 새벽에 시장에 나가 신선식품을 사온다. 시장과 슈퍼를 연결하는 운송 서비스를 그려보고 있다. 처음엔 신선식품으로 시작하지만, 우리가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만들면 공산품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슈퍼가 제조사에 넣는 주문을 우리가 한군데 묶을 수 있다. 그렇게 대량으로 제조사에서 구매를 하고 분배하면, 동네 슈퍼에서도 대형 마트만큼 싼 가격에 공산품을 팔 수 있다. 가격이 비슷하고, 배송도 1시간 정도로 빠르다면 굳이 대형 마트에 갈 이유가 있겠나.


6월까지 매출 1억을 내고 싶다.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목표 달성에는 자신이 있다. 7월 부터는 광진구와 강남구를 넘어 서울 전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전국 서비스가 가능할 것 같다.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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