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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텀 Apr 15. 2016

사업 초기 실패를 막아줄 5가지 교훈

중고등학생용 온라인 강의 플랫폼 브라이트스톰(Brightstorm)의 김범수 대표는 한국에서는 조직의 일원으로, 미국에서는 VC와 창업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그는 34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처음 미국 땅을 밟았다고.


김범수 대표가 12일 개최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콘퍼런스에서 창업 과정에서 직접 습득한 경영 노하우를 공유했다.



나와 반대인 사람을 찾는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회로 디자인을 깔끔하게 하기로 유명한 개발자였고, 스티브 잡스는 사용자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엔지니어 팀을 이끌어갈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 둘이 만났기에 애플이 있을 수 있었다.


창업 초기 팀을 구성할 때에는 자기와 반대인 사람을 찾으라고 권하고 싶다. 사업에는 물건을 만드는 개발자의 눈과 물건을 파는 마케터의 눈 모두 필요하다.


서로 다른 전문성이 모이면 아이디어 검증 시간이 단축된다. 마케터 둘이 만나서 사업을 구상하면, 만들어지는 과정을 모르기 때문에 만들고 싶은 것에 대해 다소 허황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반대로 엔지니어들이 모이면, 어렵고 도전해볼 만한 과제를 아이템으로 선택하지만, 막상 세상에서는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야 팀 내 건강한 긴장감이 조성된다. 의견이 단번에 맞아 떨어져 나아가는 조직이 건강하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전혀 다른 시각에서 서로를 설득하고 동의하는 과정이 팀을 생산적이고 단단하게 만들어간다.


총알은 단 한 개뿐이다


창업 성공의 조건을 일반적으로 개인의 준비, 시장, 투자 트렌드로 볼 수 있다. 모든 요소가 맞아 떨어지면 회사가 급속도로 성장한다.


나머지 두개만 맞아 떨어져도 성장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아직 시장은 있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가 잘 준비되어 있고 VC로부터 충분한 자금을 투자받았다면 전진할 수 있다. 반대로 본인이 준비가 안된 상황이라도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어 있고, 투자를 충분히 받았다면 어느 정도 보완이 된다. 하지만 자신이 모든 준비를 했지만, 시장도 없고 VC로부터의 투자도 없다면 성공하기 힘들다.


이 과정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적은 자금으로 프로덕트의 마켓핏(market fit, 시장 궁합)을 찾으라는 것이다. 세상이 필요로 하지 않는 아이템이라면 과감히 접어야 한다. 또는 시장이 필요로는 하지만, 창업자가 현재 만들고 있는 방식과는 다른 형태의 서비스를 원할 수도 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최초 제품은 핵심 기능 외 모두 생략하는 것이 좋다. 핵심 아이디어를 포함시켜 제품을 빨리 만들어서 빨리 시장에 내보내고 사용자 반응을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속도를 높이려면 완성도에 대한 기준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또 프로덕트 마켓핏을 찾기 전에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팀을 운영하라고 권하고 싶다.


자본의 힘을 인정하자


좋든 싫든, 스타트업은 자본의 힘에 의존하게 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본은 아이디어나 프로덕트 만큼이나 중요하다. 보통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프로덕트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짜고 진행을 한다. 같은 태도로 자본 조달 계획을 짜야 한다.


미국 VC가 한국에서 온 기업에게 얼마가 필요하냐고 물으면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 정도 필요하다고 뭉뚱그려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대답은, 창업가가 VC에게 ‘나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50만 달러짜리 사업과 200만 달러짜리 사업은 호흡이 완전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금 조달 계획 역시 각 마일스톤에 따라 자신들이 정확히 얼마가 필요한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투자를 받으면서 스타트업이 VC에 대해 갖게 되는 오해가 있다. 먼저 VC가 내 사업을 직접적으로 돕기를 기대한다는 점이다. 어떤 창업가는 피칭 자료에 ‘내 미국 진출을 도와줄 수 있는 VC를 찾는다’는 문구를 넣어놨더라. 그건 VC의 역할이 아니다. 투자자의 꿈이 뭔 줄 알고 있나. 투자한 것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던 포트폴리오사가 혼자 잘해서 투자금을 회수해주는 거다. 투자자가 마치 자기 회사의 임원처럼 일해주기를 바라는 건 허상이다.


또 투자 유치를 단거리 경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3개월만 열심히 하면 투자 유치가 될 거라고 착각한다. VC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자금이 필요할 때 요청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하면 좋다. 일찍 일찍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내 생각보다 데이터를 믿는다


이세돌과 알파고 대국 때, 중계하는 프로 기사들이 거의 종반에 이르기까지 이세돌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프로 기사들은 지금까지 두었던 착수들의 효율성에 기반해서 승패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은 알파고의 승률이 높았다. 알파고는 일반 바둑 기사와 같은 기준으로 수를 판단하지 않았다.


사업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확신하고 있는 것들이 데이터로 평가해보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건 당연히 이렇게 되지 않겠어? 라고 생각한 10개 중 3개가 맞을까 말까다. 데이터 중심의 사고로 돌아가는 팀은 누가 맞는지 논쟁하지 않는다. 누구 아이디어부터 시험해볼지를 결정한다. 잘 되는 스타트업의 비결이다.


반쯤 미국 사람이 되어보자


미국 시장에 팔아야 하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문화적으로도 반쯤 미국 사람이 되어야 한다. 도올 김용옥 교수가 했던 말이 있다. “동체서용(東體西用, 동양 문명을 근간으로 하여 서양 문명을 활용한다)은 구라다. 코카콜라나 맥도널드와 함께 서양의 정신도 들어오는 것이다.” 사람과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제품을 팔 수 없다. 미국 주요 문화의 흐름을 잘 따라가야 한다. 나의 경우 매년 백악관 기자단 만찬 방송을 보며 내가 시사나 대중 문화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는 지를 파악한다. 강력히 추천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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