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일상이 되다.
몇 해 전만해도 낮설었던 O2O(Online to Offline)가 일상에 폭넓게 적용되는 중이다. O2O라는 용어를 몰라도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카카오택시, 직방, 야놀자, 여기어때, 쏘카 등 서비스는 이미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 O2O의 시작은 온라인을 활용해 오프라인 서비스 산업을 고객에 연결하는 중개업 형태였지만, 시장 규모가 확장되면서 관련 상품 및 커머스까지 영역을 넓어지고 있다. 현재 콜택시, 음식 배달업, 숙박업, 부동산 중개업 등에서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서비스 산업의 O2O화는 향후 대리운전, 퀵서비스 등을 비롯한 운수업과 뷰티산업, 가사도우미업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국내 O2O 시장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O2O 시장의 성장 규모를 약 300조원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많게는 500조 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국내 서비스 커머스 시장의 규모에 근거한다. KTB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서비스 커머스 시장의 규모는 도•소매를 제외하고 약 500조 이상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운수업이 가장 큰 비중으로 140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음식점업 및 주점업이 84조원, 부동산업 및 임대업이 62조원,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이 33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O2O의 확산은 우리나라만의 트렌드가 아니다. O2O 분야에서 우리에 비해 한참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는 중국도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주도하는 가운데 O2O시장이 매년 크게 성장하는 중이다. 바이두의 누오미(糯米) , 알리바바의 코우베이(口碑)·어러머(Ele.me, 饿了么) , 텐센트의 메이퇀(美团)·다종디엔핑(大众点评)등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중국 배달업 단일 O2O 시장 규모는 3조 2310억위안(한화 568조)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전체 O2O시장 추정 규모보다 많다. 하지만 이 수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 무섭다. 또한 중국 정부는 차세대 국가 먹거리로 알리바바 같은 O2O 플랫폼 쇼핑몰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하고 시행중이다.
영역별 O2O 서비스.
그렇다면 우리 일상의 O2O 서비스들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일상 서비스 : 대중이 일상에서 빈번히 사용하는 서비스다. 인지도가 높은 O2O 서비스 대부분이 이 분류에 속한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이끌고 있는 음식배달 서비스, 카카오의 지분이 큰 택시 예약 서비스 등이 있다. 이 분야의 특징이라면 서비스 퀄리티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큰 규모 플랫폼 사업자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주기적 서비스 : 미용이나 청소, 세탁 등 클리닝 서비스가 이 범주다. 스타트업 서비스로는 헤이뷰티, 홈마스터 등 서비스가 이에 속한다. 가격 경쟁력도 중요하겠지만 서비스 퀄리티가 중요하다. 정보형 서비스 : 숙박이나 부동산 정보 제공이 이 영역이다. 대표적인 서비스로 야놀자, 여기어때 등 숙박 서비스와 직방, 다방 등 부동산 서비스가 있다. 서비스 퀄리티와 신뢰성 모두를 갖춰야 한다. 전문 서비스 : 어찌보면 현재 시장규모는 여느 분야에 비해 작지만 안정성이 높은 서비스다. 의료, 법률, 심리상담 서비스 등이 이에 속한다.
앞으로 나오거나 시장기회가 높다고 판단되는 O2O 서비스 및 영역.
국내에서 O2O 비즈니스는 아직 만개하지 않았다. 기회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O2O 기업이 주목하는 것은 카카오로 대표되는 대기업의 진출여부다. 작은규모의 스타트업이 시장기회만을 보고 진출하면 낭패를 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가 대리운전(카카오드라이버)과 미용(카카오헤어샵) O2O 진출을 공식 천명한 상황이다. 카카오는 연내 퀵서비스와 홈 클리닝 분야 진출도 유력하다. 지난해에는 배달업 진출도 검토했었고 이 안은 여전히 살아있다. 일상서비스 : 작은 스타트업에게 이 영역은 레드오션화 되어가는 상황이다. 주차와 퀵서비스, 배달 등 사업에 규모가 큰 플랫폼 사업자가 진출했거나 진출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간공유 등 분야는 여전히 스타트업의 영역이다. 주기적 서비스 : 마사지나 가사도우미 서비스가 준비되고 있다. 정보형 서비스 : 상대적으로 다양한 스타트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고 있다. 피트니스, 반려동물 위탁, 휴대폰 수리, 전단지, 산후조리원, 번역, 이사, 꽃배달 등 영역에서 O2O를 표방하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중이다.
O2O의 위기?
근래 O2O비즈니스 리딩 기업의 적자를 근거로 관련 업계의 위기를 전망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비즈니스의 위기라 보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돈을 버는 주체(기업)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O2O 영역은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불어 특정 O2O 기업의 위기라는 것도 현직 기업에서는 섯부른 판단이라 말한다. 국내의 경우 이제 시작단계로 서비스 확장, 시장 확장의 시기라는 반론이다.
O2O 비즈니스를 하기에 녹녹한 환경이 아닌것은 분명하다. 지난달 27일 열린 ‘D.TALKS about O2O’포럼에서 야놀자 김종윤 부대표는 O2O비즈니스의 한계를 중개사업으로 시작할 수 밖에 없다는 것과 온라인 서비스의 서비스 평가 및 신뢰성 확보에서 제한이 있다는 것, 그리고 차별화 한계로 인한 낮은 진입장벽을 들었다.
풀어서 설명하면, 우선 중개모델은 수수료 이상은 못 번다. 시장 규모가 아무리 커도 그중에 대략 10%가 한계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10%를 한 기업이 다 취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렇듯 판매 가능 시장(addressable market) 규모가 제한적이다. 시장사이즈의 제한과 익숙함을 벗어나 신규 서비스를 쓰게 하기 위한 비용도 들어간다. 온라인 서비스는 서비스 평가 및 신뢰성 확보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신규 서비스라면 더더군다나 이 부분을 극복하기 어렵다. TV CF를 많이 한다고 해서 서비스가 안착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차별화 한계로 인한 낮은 진입장벽이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기존 기업들은 O2O서비스를 어렵게 여기지 않는다. 기술보다는 가격 및 물량 경쟁 위주였고 치킨게임식 경쟁구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형 IT기업이 시장에 빈번히 진입하고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사례가 얼마전 원치않게 대기업이 된 카카오다.
하지만 지난 4월 스타트업 투자유치 규모(1,332.5억) 중 상당수가 O2O기업이었다. 투자규모 상위기업 우아한형제들(570억 규모), 야놀자(150억 규모), 메쉬코리아(67억 규모), 알스퀘어(40억 규모) 등이 대표적이다. 분야 리딩기업에게는 여전기 기회가 열려있다는 반증이다. 어찌보면 군웅할거시대의 옥석가리기라고도 볼 수 있다.
O2O 비즈니스의 전국시대.
앞서 말했듯이 스타트업 입장에서 시장 가능성만 보고 서비스를 론칭해서는 지속성 측면에서 의문부호를 달게 되었다. “대기업이 같은 서비스를 만들면 어떻게 할거예요?”라는 질문이 다시금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아무리 스타트업이 먼저 서비스를 내놓는대해도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경우 경쟁자체가 어렵다. 그만큼 O2O는 여타 영역에 비해 초중반 자금이 많이 소요된다. 특히 대기업이 진출하면 투자유치에 애로사항이 있다. 대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 정보획득비용이 높은 서비스를 고려야해 하는 이유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국내 이종분야 리딩 O2O 기업들이 얼라이언스를 결성하는 등 공동 대응책을 모색중이다. 현 상황과 따라 합종연횡을 하는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시장 토양을 잘 만들어 작은 O2O 스타트업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O2O 스타트업에게 경계의 대상이 된 카카오도 남의 눈치를 볼 상황이 아니다. 게임 등에서 매출이 줄어든 상황이기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선택은 O2O 사업이고 M&A 형태가 아닌 직접 뛰어드는 모양새다. 다양한 O2O 서비스 진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위치기반 서비스 확대도 진행중이다. 출시 1년 만에 업계 1위가 된 카카오택시 수익화도 목하 검토중이다. 카카오라고 해서 시장진입이 무난한 것은 아니다. 특히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콜버스와 헤이딜러 사태에서 보듯이 근래 새로운 온라인 사업과 기존 오프라인 사업의 충돌이 빈번해지는 양상이다. 새로운 사업이 등장하면 나타나는 통과의례로 비춰질 수 있지만 무시하면 안 되는 주요 사안이기도 하다.
다만, 카카오라고 해서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여건에서 유리함이 있을뿐이다.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선택은 사용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