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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텀 Jun 17. 2016

창업을 꿈꾸던 초등학생은 진짜 CEO가 됐다.

핵스 입성한 두 번째 한국 기업 ‘더알파랩스’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에서는 정부나 기업의 관심이 온통 VR로 쏠리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2017년이 되면 그 규모가 역전되어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이 148조 원, VR이 37조 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테크크런치 보도에 따르면 AR 분야 올해 상반기 투자 규모가 이미 11억 달러(1조2,500억 원)를 넘어섰다. 이런 시장을 다국적 기업들이 가만둘리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없는 실정이다. 저 구글도 이 분야에서는 힘을 못 쓰고 있다.


이 AR시장을 바라보며 사업에 뛰어든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평균나이 27세의 젊은 기업 ‘더알파랩스’가 그들이다. 더알파스랩스는 현재 중국 심천에 거점을 둔 세계적인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 ‘핵스(HAX)’에서 AR 기기인 ‘알파글래스’를 만들고 있다. 핵스에 입성한 한국기업으로는 모바일 헬스케어 기업 비비비(BBB) 이후 두 번째 주자다.


그런데 단 세 명으로 구성된 한국의 작고 젊은 스타트업은 AR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까? 심천의 핵스 사무실에서 더알파랩스의 이준희 대표를 만나봤다.



만 스물일곱, 창업을 꿈꾸던 초등학생은 진짜 CEO가 됐다. 


‘회사 세우자’, ‘내가 대표할게, 너는 개발해’ 이런 얘기를 하고 노는 초등학생이었다. 그땐 게임 회사를 세우고 싶었는데, 지금은 AR을 한다. 공통점을 알겠나? 둘 다 대체 현실이다. 어렸을 적부터 또 다른 세계를 꾸리는 일에 매력을 느꼈다. 그걸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그래픽 작업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프리랜서로 그래픽 디자인을 하며 용돈을 벌었다.


2012년 구글글래스가 나왔고, 나는 1인 창업을 했다. 


대학에서 광학 물리학 공부를 하고 있는데, 구글글래스(AR)랑 오큘러스리프트(VR)가 나오더라. 내가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으니까,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졸업도 안 한 상태에서 팀도 없이 혼자 기술 개발을 시작한 거다. 그러다 캠퍼스에서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는데, 전공이 뭐냐고 물으니까 컴퓨터 소프트웨어라고 하더라. 마침 찾고 있는 인력이어서 1년 동안 고기 사주면서 설득했다. 그 친구가 지금의 공동 창업자다.


알파글래스가 구글글래스보다 나은 점이 뭐냐고? 


구글글래스는 사실 상 성능이 떨어져 소비자용은 보급이 중단된 상태다. 굳이 두 모델을 비교하자면 구글글래스는 일체형 기기인 데 비해 알파글래스는 안경테, 코 받침, 렌즈의 세 부분으로 분리를 시켜 개발했다. 안경테 안에 모든 부품이 내장된다.


그래서 구글글래스처럼 튀어나오는 부분 없이 보통 안경처럼 보인다. 시야각도 더 넓혔다. 화면 크기는 눈앞에 스마트폰이 계속 떠다닌다고 생각하면 쉽다. 알파글래스의 렌즈에는 5 MP 카메라가 내장되어 있고, 제어는 음성뿐 아니라 제스추어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알파글래스의 시제품. 일반 안경과 디자인 면에서 차이가 없는 것이 강점.


핵스(HAX, 핵셀러레이터)가 우리를 부른 이유? 


솔직히 우리도 그게 미스터리다. 우리 외에도 많은 한국팀이 입주 지원을 했다가 떨어졌다고 들었다. 사실 핵스는 창업 초기부터 들어오고 싶었다. 시기가 이렇게 이를 줄은 몰랐지만. 작년 5월부터 1년간 네이버 스타트업 팩토리에 입주할 계획이었다. 그러다가 지인 소개로 핵스와 연락하게 됐는데, 한 1,2 주 만에 입주 결정이 됐다. 핵스 측에서 당장 올 수 있냐고 묻더라. 그렇게 2월 설날 연휴 때 입주했다. BBB 팀 이후로 한국 기업은 우리가 두 번째다. (인터뷰를 마친 후 우연히 마주친 핵스의 던칸 터너 파트너는 ‘AR은 앞으로의 잠재력이 무한한 분야임이 자명하고, 알파랩스가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입주를 권유했다고 코멘트 했다.)


심천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처음 입주했을 때는 딱히 좋은 점을 몰랐다. 우리 팀은 솔직히 네이버 D2 같은 조용한 연구실 분위기가 더 맞았다. 여기는 저녁 6시만 되면 다들 술병 들고 난리가 난다. 적응 안 되더라. 근데 좀 지내다 보니 왜 여기가 성공의 땅인지 알 거 같았다. 이곳에서는 항상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다. 쉼과 업무의 경계가 없다. 일이 진행되는 속도의 차원이 달랐다.


동네 슈퍼에 껌 사러 가듯, 5분만 걸으면 필요한 부품들이 널려있으니까. 


한국에서는 소재 하나 구하려면 용산, 구로로 나가야 하니까 하루, 이틀이 소모된다. 여기는 5분만 걸어가면 용산 전자상가의 10배 규모인 화창베이가 나온다. 금형 하나 제작하는 데에도 비용 차가 어마어마하다. 한국 비용에서 0하나를 떼면 된다.


소량 생산도 말만 잘하면 한 개부터도 가능하다. 만약 영어랑 중국어가 동시에 된다면, 일의 속도는 2배로 빨라진다. 핵스의 핵심 매니저들이 제공하는 멘토링과 네트워크도 큰 도움이 됐다.


AR vs VR, 어느 쪽이 더 큰 시장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나로서는 AR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VR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를 수는 있겠다. 아무래도 화려하고 흥미롭지 않나. VR의 가장 큰 시장이 게임과 오락이니 말이다. 하지만 AR은 훨씬 더 보편적인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 현실에 정보가 결합하는 것이니 말이다. 중국에서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QR코드도 일종의 AR이다. 기술적으로 까다롭다 보니 기술 성장과 컨텐츠 개발에 시간이 좀 더 걸릴 순 있다. 하지만 전체 규모는 VR보다 더 커지리라 생각한다.


최근 정부 지원이 VR 분야에 치우친 경향이 있지만.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인 추세다. AR은 현재 소비자가 살만한 디바이스 자체가 없다. 최초 모델인 구글글래스는 성능이 너무 떨어지고, 그렇다 보니 컨텐츠를 개발할 기반 자체가 없는거다. 매체에서도 추측성 기사만 쏟아내고 있다.


일개 요술경이 아닌, AR 생태계를 위한 토양을 목표로 한다. 


우리가 알파글래스를 만드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이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었듯, 우리도 알파글래스가 써드파티 개발자들이 다양한 AR 컨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 플랫폼이 되길 꿈꾼다.

수많은 스마트폰이 나왔지만 결국 세계 시장 점유율을 애플과 안드로이드가 가져갔다. AR 디바이스 분야에서도 주도권 경쟁은 치열해질 거다. 구글이 완성도 떨어지는 구글글래스를 2012년도에 먼저 공개한 것도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이었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다양한 AR 스타트업이 연합하는 추세다. 이들은 현재 B2B 분야에 더 적극적이기 때문에 B2C에 주력하는 우리에게는 기회인 부분이 있다.


경쟁자는 누구냐고?


당연히 매직립(기업가치 약 50억 달러)과 구글이다. 이 정도 배짱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노리는 곳은 미국 시장이다. 이스라엘, 프랑스, 중국에서도 AR 기업이 많이 탄생하고 있지만 결국에 이들도 모두 실리콘밸리로 흘러가는 추세다.


그래서, 미국으로 가야 한다.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위해 7월에 킥스타터 캠페인을 시작한다. 올 하반기에 개발자 버전으로 먼저 일차적인 배송을 생각하고 있고, 소비자 버전은 내년 초에 배송할 계획이다. 가격은 개발자 버전은 799달러, 소비자 버전은 499달러로 정했다. 영상 제작과 같은 마케팅 부분에서도 핵스가 도움을 주고 있다.


컨텐츠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냐고?


VR과 마찬가지로 AR 기기 역시 컨텐츠가 있어야 생명력을 얻는다. 진행 중이긴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우리가 다할 순 없고, 다양한 컨텐츠 개발사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얼마 전 구글에서 독립한 AR 게임 개발사가 있다. 나이언틱 랩스라는 곳인데, 닌텐도와 손을 잡고 포켓몬스터 IP 기반의 게임을 개발했다. 메이저 IP 기반의 AR 컨텐츠는 처음 탄생하는 셈이기 때문에 주목하고 있고, 협업도 계획 중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인수되는 게 목표냐고? 전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나의 꿈은 변함이 없다. 구현해내고 싶은, 상상해왔던 미래를 스스로의 손으로 계속 만들어가고 싶다.


미래의 정보를 보는 방식을 만들어가는 팀이 되겠다. 


언젠가는 AR 기기가 스마트폰처럼 대중적으로 보급될 것이다. 그럼 더는 고정된 디스플레이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노트북, LCD같은 기기도 사라지게 될 거다. 그럼 현실 세계와 가상현실의 장벽이 무너진다. 내년 하반기 쯤에 AR의 대중화가 시작될 거라고 본다. 이번 킥스타터 캠페인을 시작으로, 가상현실과 현실 세계를 완벽하게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달려가겠다. 지켜봐 달라.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의 영상 작업을 돕고 있는 핵스의 영상팀.


핵스 내에는 시제품 생산을 위한 작업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공구, 자재 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핵스 내의 외인구단과 같은 매니저들이 제품 구현에 도움을 주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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