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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텀 Jul 04. 2016

‘회사 경영? 답은 직원에게 있다!’

‘회사 경영? 답은 직원에게 있다!’, 드라마앤컴퍼니 최재호 대표

‘앱 뒤에 사람 있어요~.’


리멤버 앱으로 명함 사진을 찍으면 뒷단에서 1,200명의 사람이 수기로 정보를 입력한다.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했던 이 아날로그적 접근 방식으로 지난 3월, 드라마앤컴퍼니는 사용자 100만 명을 달성했다. 투자 규모로만 기업의 건실성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2년간 95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는 사실은 드라마앤컴퍼니의 다음 행보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를 품게 한다.


사랑받는 명합앱을 넘어, 본격적인 수익화와 서비스 확장을 고민하게 되는 시기. 드라마앤컴퍼니 최재호 대표는 조직과 수익 모델에 대해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까. 그를 직접 만나봤다.



이제 겨우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에 도달했다. 


플래텀에서 첫 인터뷰를 한 뒤로 2년이 흘렀다. 지난 3월에는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수치는 중요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오피스 워커들이 이 정도 규모로 모인 플랫폼이 없었다. 글로벌 서비스인 ‘링크드인’도 10년 동안 국내에서 100만 명을 모으는데 실패하지 않았나. 우리에겐 유의미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리멤버를 두고 구상한 것은 명함 검색 서비스가 아니다. 인력과 능력을 연결하는 플랫폼이었다. 지난 2년 간 시장 검증 단계를 마친 셈이다. 다음은 당연히 수익화를 향해 나아간다.


초기 진성 사용자 1000명을 모으는 방법? 


우리 사용자 중 40%는 지인 추천으로 리멤버를 접했다. 팀장님이 과장님에게, 과장님이 부장님에게 추천하는 식이다. 돈을 들여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마케팅 방법은 ‘첫 사용자를 마케터로 만드는 것’이라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서비스 품질에 굉장히 집중했고.


리멤버는 의외로 40대 장년층이 가장 많이 쓰는 앱이다. 


당연히 젊은 층에 비해 IT를 잘 모르지 않겠나. 앱 다운이나 회원가입을 어떻게 하냐고 물어올 때도 있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우리 앱을 쓰려고 하는 40대가 있다는 거다. 그 사람들이 알짜배기 진성 유저다. 우리 서비스의 씨앗이다. 입소문을 내줄 씨앗을 심기 위해 직접 방문 수거를 해서 대량으로 명함 스캔을 해줬다. 심지어 무료로. 첫 6개월 동안은 그 작업을 많이 했다. 아직도 운영 중이다. 주로 연차가 높은 대기업의 팀장, 임원급 분들이 많이 찾는다.


리텐션 율을 높이는 법? 점쟁이가 아니니까, 데이터에서 답을 찾는다. 


서비스 전체 컨셉을 구상하건, 하나의 기능을 추가하건 간에 시작점은 언제나 우리의 가설이다. 용한 점쟁이처럼 맥을 탁탁 짚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니지 않나. 그래서 필요한 게 데이터다. 한 기능을 추가하면, 그 기능에 대한 사용자 반응을 검증해볼 수 있는 데이터 포인트가 있다. 그걸 놓치지 않고 추적하기 위해 항상 단계별로 코드를 심어서 새 버전을 배포한다. 그런 사전 준비 없이 배포해버리면 그 기능을 사용자들이 얼마나 인지하고 사용해보는지를 확인할 수가 없다. 데이터 지표를 확인하면 어느 시점에서 일이 잘못됐는 지를 알 수 있다. 그럼 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일련의 활동을 반복하는 거다.


그렇다고 100만 명 의견을 다 집어넣으면, 서비스가 산으로 가겠지. 


초기 리멤버는 서비스 뼈대가 굉장히 심플했다. ‘필요한 명함을 잘 등록하고 잘 찾을 수 있게 하자’는 거다. 여기에 어떤 부가 기능을 추가 할건지에 대한 의사 결정은 대표인 나와 기획팀, 개발팀이 같이 한다. 기준은 우리가 세운 단계별 로드맵이다. 수많은 피드백 중 우리 발전 방향에 맞는 것이 있으면 적용, 아니면 탈락이다. 근데 방향성은 좀 안 맞아도, 해결이 안 되면 사용자가 이탈할만한 사안이 가끔 있다. 그럼 여러 면에서 심사숙고를 하는 편이다.


돈은 어떻게 벌 거냐고?


수익 모델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인맥관리 부가 기능이다. 먼저 기업 내부에서 명함집을 공유할 수 있는 공유 명함첩 기능과 선물하기 기능이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리멤버에 등록된 회원끼리는 서로의 이직이나 승진, 이사 근황을 알 수 있다. 이런 경조사에 맞춰 리멤버 내에서 화환을 바로 보낼 수 있게 된다. 인맥관리에 도움을 주는 부가 서비스이고, 이 과정에서 리멤버는 수수료를 취한다.


두 번째로 비즈니스맨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 커머스다. 각자의 업종, 직군에 맞는 비즈니스 정보를 광고나 직접 구매가 가능한 커머스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바로 다음 달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최종적인 목표가 구인 솔루션이다. 기업과 인재 간의 구인·구직이 될 수도 있고, 전문가와 의뢰인을 연결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100만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인맥 데이터를 활용해 각자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구인솔루션, 경쟁자인 잡플래닛·로켓펀치·원티드보다 리멤버가 잘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면.


각자의 강점이 있다고 답하겠다. 리멤버의 강점은 연령대가 높은 사용자 집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까 말했듯, 리멤버는 40대, 30대, 50대 순으로 사용자가 많다. 인맥 관리에 중요도를 상대적으로 적게 두는 20대는 가장 아래다. 구인난은 신입보다는 경력직 쪽에서 더 심하다. 채용 과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임원급 사용자가 많다는 것은 분명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업종과 직군에 맞는 채용 정보도 맞춤형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는 도입한다.


명함에 적힌 단순 정보가 개인의 역량을 설명해주기에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헤드헌터가 실제 일하는 과정을 보면 1차 연결 과정에서는 완벽한 이력서가 필요치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기업이 의뢰하면, 헤드헌터는 회사명, 부서명, 직책이라는 큰 기준으로 사람을 찾는다. 개인의 디테일한 역량과 상세한 경력은 그다음 지원 과정에도 전달할 수 있으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직군에 맞는 사람을 찾아 최초 연락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러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 부분을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


드라마앤컴퍼니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드라마웨이’


3년간의 경영 노하우? 답은 직원에게 있다. 


드라마앤컴퍼니를 창업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운 좋게도 조직에 대한 스트레스는 많지 않은 대표다. 지금 팀원이 스물여덟 명인데, 여태까지 자발적인 퇴사자가 한 명이다. 들어오면 잘 안 나간다.(웃음)


3년 간 회사를 경영하면서 배운 건, 서비스에 대한 답은 고객에게 있고 회사 경영과 운영에 대한 답은 동료들에게 있다는 거다. 그래서 ‘이런 얘기까지 팀원들에게 하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한다. 기본적으로 오버 커뮤니케이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 동료들은 ‘이런 부분에서까지 회사가 나의 의견을 구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듣는 시늉만 하고 결국은 윗선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 아니냐고? 


전혀.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드라마웨이(drama way)’라고 정리했다. 그 중 맨 마지막 조항이 <서로 신뢰하고 소통할 때 비로소 우리가 하나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팀 내 솔직한 의견이 오가지 못하는 이유는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날 어떻게 판단할까, 내 말을 들어줄까, 결국 자기 맘대로 하겠지, 미운털이 박히지 않을까 등등. 그래서 조직 전반적으로 ‘더 일을 잘하고 싶고, 회사를 사랑하기 때문에 의견을 낸다’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썼다. 한 예로 작년 하반기에는 전사 메일로 ‘회사와 나에 대해 애정어린 직언을 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센 직언을 하는 동료일수록 더 믿을 수 있다. 


당시 스물 다섯 명이었는데, 다들 장문의 직언을 담아 메일을 보냈더라. 그런데 역설적으로 센 발언을 한 사람일수록 더 믿게 됐다. 왜냐면 그 사람은 나를 100% 믿으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거다. ‘내가 의견을 내도 대표는 나를 미워하지 않을거고, 또 반드시 받아들여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거다. 당시 받은 피드백을 대부분 반영했다. 또 그들이 편하게 이야기해줬으니, 나도 최대한 솔직하게 사과할 것은 사과했다. 이 과정에서 또 한 번 신뢰가 생긴다. 신뢰의 선순환이다.


회의 시간에도 내가 낸 의견에 반박하지 않으면 좋은 동료가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이는 한 달 된 인턴에게까지 적용되는 얘기다. 그래서 나는 ‘직원’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대신 동료라고 부른다. (*필자 주: 기사 제목에는 빠른 이해를 위해, 불가피하게 ‘직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올해의 목표? 리멤버 3.0으로의 진화다. 


리멤버의 서비스 진화 로드맵이 내부적으로 3.0까지 계획되어 있다. 올해 중반기는 1.0에서 2.0으로 넘어가는 시기다. 정보를 검색하는 인맥 등록 유틸리티로서의 리멤버가 1.0 버전이라면, 인맥 간 교류와 관계 강화를 통해 본격 수익을 내는 SNS 모델이 2.0이다. 다음 달부터 도입하는 광고 커머스가 그 시작점이 된다.


마지막 3.0 버전은 앞서 말한 구인·구직 플랫폼이다. 연말까지 3.0 단계로 끌어가 보고자 한다. 단계별로 수익 모델을 검증해보는 것이 올 한해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내년에는 아시아권 진출을 계획 중이다. 재밌게 사업하고 있다. 앞으로도 리멤버의 성장을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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