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부터 딸아이가 내일 꼭 문구점에 가자고 몇 번이나 이야기하더군요. 지난 주말 문구점에 구경 갔을 때 사고 싶은 통이 있었나 봐요.
요즘 애들이 왜 그리 뽀얀 플라스틱으로 된 통을 크기별로 종류별로 모으는지 알 수는 없으나... (네, 저는 MZ가 아닌가 봅니다)
유튜브에 들어가 보면 그런 통을 종류별로 보여주며 손톱으로 따다닥따다닥 소리를 내는 영상들이 많은 것을 보면, 유행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딸아이의 당부에 학원 시간과 학원 시간 사이 비는 틈에 문구점을 함께 가기로 했지요. 막상 가보니 딸아이는 통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봐요.
"억지로 다른 거 사려고 하지 말고,
정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사도 괜찮아."
딸아이는 몇 초 고민하더니, 그럼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우리는 문구점을 나섰죠.
아직 여름은 아니지만, 오후 햇살이 제법 뜨겁더군요. 문구점에서 학원까지는 걸어서 약 20분, 우리에겐 잠깐의 여유가 생겼어요.
"우리 카페 들렀다 갈까?!"
딸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했어요.
뽀로로 달려서 카페로 갔지요.
딸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초코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 라테를 한 잔씩 두고 마주 앉았어요.
걸어올 때는 날이 더워 땀이 났는데,
카페에 가만히 앉아 창밖을 보니
햇빛도 반짝이고
푸르른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이
"오늘 하루치 행복은 여기에 다 있구나" 싶었네요.
옆 테이블에 아장아장 걷는 서너 살 아가들과 함께 온 가족을 보니,
어느새 이렇게 딸아이가 커서 카페에 앉아 아이스초코를 마시는 날이 오다니, 시간이 참 빠르네요.
갓 스물이 되어 크림 듬뿍 올라간 달디단 카페모카만 마시던 제가,
캐러멜 마키아토와 바닐라 라테를 거쳐,
이제는 시럽 없는 라테를 제일 좋아하는 나이가 되었어요.
그리고 지금 제 맞은편엔, 아이스초코를 맛있게 마시는 딸아이가 앉아 있네요.
언젠가 딸아이도 오늘 이 마음을 이해하게 될까요
그날이 오면, 이 순간을 꼭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둘이 함께한 이 조용하고,
따뜻했던 오후를...
딸과 함께 크는 엄마의 이야기,
우리의 하루에도 다정한 순간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