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첫인사 "선생님 안녕"

by 마잇 윤쌤

※ 모든 에피소드는 가공한 것입니다.


처음 만난 날, 아이는 엄마 손을 잡고 조용히 치료실에 들어왔어요.


아이는 곧장 장난감으로 향했어요. 제가 인사를 건넸지만, 아이의 시선은 한순간도 그곳을 벗어나지 않았어요.


낯선 치료실에 아이를 두고 엄마가 나간다고 조심스레 인사를 했고, 아이는 별 반응이 없어요.


저는 생각했어요.



"아이와 친해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구나"



아이는 타인이나 환경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어 보였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씩 놀이치료를 진행하며,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함께 놀이도 해보고, 관심사를 넓혀주기 위해 새로운 장난감으로 놀이를 해보기도 했어요.


몇 달을 수업하면서도 아이는 한 번도 저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어요.


안녕 어서와, 잘 가!라는 말을 혼자 아이에게 하며,

되돌아오지 않는 인사는 생각보다 멀고 아득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늘 문을 열고 아이를 맞이했고, 아이는 말없이 놀이치료실로 달려왔어요.



마치 작은 유리관 안에 혼자 사는 듯한 아이,

그 안에서 아이는 저를 보지 않았고,

주변을 궁금해하지도 않았어요.



아이의 눈동자에는 안개가 낀 것처럼 보였어요. 무언가를 보고 있지만, 정확히 무엇을 보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는 없었죠.


제가 건네는 많은 말들은 유리관에 부딪혀 모두 튕겨나가는 것 같았어요.


그럼에도 저는 멈출 수 없었어요.


매번 아이가 오면 반갑게 인사해 주었고,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실에 가서 함께 놀자고 말해주었죠.


때로는 알 수 없는 아이의 말과 반응에도 돌고래처럼 큰 호응을 아끼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문을 열고 아이가 저를 향해 말했어요.


또렷한 목소리로,



"선생님, 안녕!"



저는 시간이 멈춘 것 같았어요.

아이가 저에게 인사를 해주었거든요.


별다를 것 없던 하루는 아이의 인사로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지요.


아이에게 제가 의미 있는,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니까요.


이 인사를 들으려고 6개월을 기다렸는지도 몰라요. 그날은 아이가 저에게 먹으라며 장난감 아이스크림도 책상에 놓아주고 갔답니다. 아이만의 방식으로 건네는 정서적 상호작용이었어요.


아이가 두고 간 장난감 아이스크림을 바라보며,


저는 놀이치료란 무엇일까,

놀이치료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에 대해


제 스스로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었어요.


놀이치료실에서는 때때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 순간은 늘 조용하고 아주 느리게 천천히 옵니다.



아이가 그날 이후,

매번 인사를 하지는 않았어요.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이

마법같이 한순간에 변화하거나 달라지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아이와 인사를 하며 저는 알게 되었어요.


이제 아이와 제가 같은 언어를 쓰기 시작했고,

아이를 가로막고 있던 유리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을요.






아이의 마음도

엄마의 마음도

다정하게 이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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