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돌 문턱의 아기,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

by 마잇 윤쌤

※ 모든 에피소드는 가공한 것입니다.


가끔, 두 돌도 채 되지 않은 아기들이 엄마 손을 잡고 치료실에 옵니다.


한 아기가 처음 치료실에 들어왔을 때, 너무 작고 귀여워서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어요. 아장아장 걸으며 엄마 손을 꼭 잡고 들어온 아기였지요.


아기는 이제 22개월, 두 돌도 채 되지 않았고, 엄마는 그저 "언어가 조금 느린 것 같다"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아기가 조금... 느낌이 남달랐어요.


몇 회기가 지나고 저는 알 수 있었죠.


아기의 눈과

치료사를 대하는 태도,


반복되는 놀이의 패턴,

말보다 어떤 표현보다도 빠른 손,


가끔씩 폭발적으로 표현되는 감정들...


아주 작고 미세한 단서들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어요. 치료사인 저는, 그 작은 단서들이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아니기를 바랐고, 스스로 지나치게 예민한 것이라 생각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너무 분명해서 외면하기 어려웠어요.



"아기가 언어만 느린 것이 아닐 수 있겠다."



아기가 놀이하며 보여주었던 특성들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심상치 않은 것들이었어요. 그럼에도 부모에게 섣불리 말할 수는 없었어요.


아기는 너무 어렸고,

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치료사의 말 한마디가 부모와 가족들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알고 있었거든요.


혼자만의 생각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아기를 만나는 다른 동료 치료사들과도 이야기를 나눠보았어요.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우리는 서로 더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어요.


그리고 다음 회기에 아주 조심스럽게 부모님에게 에둘러 이야기를 꺼냈어요. 우선 치료 횟수를 늘려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했죠.


그저 말이 늦고, 고집이 세다고 하기에는 걱정되는 부분들이 있다고요. 치료 횟수를 늘려서 아기의 반응을 더 살펴보고 개입해 보고 싶다고 말했어요.


부모님은 아주 난처한 표정을 지었어요. 아직 아기가 어리니까 더 기다려보고 싶고, 치료비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도 크다고 했지요.


그날 놀이치료가 끝나고, 저는 한참 동안 아기가 앉아서 놀던 자리를 바라봤어요.


아기의 머리 위로는 보이지 않는 투명한 유리관이 내려오고 있는 듯했어요. 그 유리관 안에 아기가 갇히게 되면, 세상과의 소통이 단절된 채 혼자 살아갈까 봐 마음이 무거웠어요.


그럼에도 그 유리관을 멈출 수도, 그 안으로 제가 들어갈 수도 없다는 현실이 절망스러웠어요.


눈으로 보이는 현실을 전할 수 없다는 것에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1년 뒤,


아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았어요. 그 소식을 듣고 저는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어요.


놀이치료사는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는 그 기다림이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날 이후,

저는 종종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언제, 어디까지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관찰하고 알아채는 것보다 더 어려운,

진심을 담아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제가 가장 현명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아이의 마음도

엄마의 마음도

다정하게 이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이전 09화아이의 첫인사 "선생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