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자요"

by 마잇 윤쌤

※ 모든 에피소드는 가공한 것입니다.


다섯 살 여자아이가 치료실에 왔어요. 작고 귀여운 아이였죠. 이렇게 자그마한 아이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갑니다.


아이는 처음부터 치료사를 경계하지 않았어요.


첫 만남에도 엄마와 헤어져 씩씩하게 놀이실에 들어갔지요.


소꿉놀이 바구니를 꺼내오며 치료사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었고, 세탁기를 돌리는 놀이도 함께 했어요. 평화롭고 다정한 놀이였어요.


그런데 매 회기, 아이는 꼭 아기 인형을 유모차에 태워 두었어요. 항상 같은 자리, 같은 자세로 있었죠.



"아기는 자요."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아기 인형을 조심히 눕혀두었어요.


어느 날, 제가 물었어요.



"아기도 같이 먹을까?"



아이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어요.



"아기는 자."



회기를 거듭할수록 아이와 저의 관계는 깊어졌고, 놀이의 세계도 함께 넓어졌어요.


그런데 아기 인형은 여전히 자고 있었어요. 단 한 번도 놀이에 등장하지 않았죠.


그러던 어느 날, 부모상담 중에 저는 그 이유를 자연스레 알게 되었어요.


아이에게는 동생이 있었고, 동생은 아이의 놀이를 자주 방해했다고 해요. 물론 동생은 아이와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아이는 치료실에서만큼은 아기를 재우기로 했던 것 같아요. 자고 있어야, 아이의 놀이를 방해하지 않으니까요.


그날 이후 저는 아기 인형에 대해 더 이상 묻지 않았어요.



"아기도 같이 먹을까?"



같은 말도 하지 않았어요.


치료실에서만큼은 아이가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거든요.


언젠가 아이가 스스로 동생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놀이 안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할 날도 오겠지요.


그날이 올 때까지, 저는 기다려주려고 합니다.


오늘도 아기 인형은 조용히 눈을 감고, 잠든 채 유모차에 누워 있어요.



"아기는 자요"








아이의 마음도

엄마의 마음도

다정하게 이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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