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힘들어?"

by 마잇 윤쌤

※ 모든 에피소드는 가공한 것입니다.


처음 그 아이를 만난 날이 또렷이 떠오릅니다. 네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는 치료실 문 앞에 서서 낯선 공간을 조심스럽게 살폈어요.


엄마 손을 잡고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고, 저는 아이에게 인사를 건넸지요.


엄마에게 간단한 설명을 하고, 아이와 함께 놀이치료실에 남았어요.


아이는 문이 닫히자마자, 문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울음을 터뜨렸어요.



"여기는 놀이치료실이야.

선생님과 40분 놀고 나면,

엄마한테 갈 수 있어."



아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 몸을 비틀며 울음을 멈추지 않았어요.


그날 저는 40분 내내 아이를 안고 있었지요.


아이에게 반복해서 이야기하며, 함께 놀자고 천천히 알려주어도 울음을 멈출 수는 없었어요.


며칠 뒤, 부모님께 아이의 생활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아이는 누구에게도 훈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어요.


필요한 것은 아이가 말하기도 전에 채워졌고,


원하는 것은 모두 들어주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이는 스스로 표현하거나 기다리는 경험이 거의 없었다고 했어요.


아이의 언어는 또래보다 6개월 이상 느렸고,

치료실에서도 자신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면 울음을 터뜨리며 고집을 부렸지요.



치료사들과 부모님은 논의 끝에 입퇴실의 구조화를 최우선으로 하기로 결정했어요.


일관된 입장과 퇴장, 그리고 행동에 대한 적절한 한계를 함께 알려주는 데에 뜻을 모았지요.


그러나 그 과정은 녹록치 않았어요.


그 후 대기실에서 치료사가 다가오기만 해도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치료실 안에서는 옷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울던 날이 이어졌어요.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었어요.

두 달쯤 지났을 무렵부터 아이는 치료사를 보면 먼저 달려와 품에 안겼어요.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고, 놀이를 통해 관계 맺기와 상호작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어요.



그리고 잊을 수 없는 하루가 찾아왔지요.


한창 놀이에 몰두하던 아이가 문득 제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어요.



"선생님, 힘들어?"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제 어깨를 토닥토닥 해주었어요.


그 순간, 저는 시간이 멈춘 듯 느껴졌지요.


아이의 작은 손이 제 어깨에 닿는 순간,

저는 확신할 수 있었어요.



"이 아이는 이제 치료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겠구나"



그날 이후, 치료사들은 부모님과 논의해 종결을 결정했어요.



몇 번의 회기를 더 진행하고, 아이는 치료실을 떠났지요. 7개월 만의 치료실 졸업이었어요.

아이는 치료의 효과를 제대로 보았어요. 완전히 다른 아이로 보일 만큼요.


그런데 왜 아이의 언어와 상호작용 발달이 이토록 느렸을까요.


문제는 바로, 영상이었어요.


아이에게 거의 하루 종일 패드 영상이 무제한으로 허용되었고, 대부분 학습용 컨텐츠였어요.


그 영상은 아이의 언어와 상호작용이 발달하는 데에 오히려 방해가 되었어요.


누군가와 주고받는 말, 감정, 눈빛, 몸짓 같은 사람과의 소통을 차단하고 있었으니까요.



치료실을 졸업하는 아동들이 마지막까지 어려워하는 것은 단순히 "단어, 표현"이 아니라,

배운 말을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쓰는 능력,


"화용"이랍니다.


저는 이 아이를 종결하면서, 아이의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것은 바로 "관계"이고, "상호작용"이었어요.


문득, 그 아이의 작고 귀여운 손이 제 어깨를 토닥여주던 그 순간이 떠올랐어요.


저는 그 사랑스러운 손짓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아요.








아이의 마음도

엄마의 마음도

다정하게 이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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