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도 있지, 이번 생은 처음이니까

by 마잇 윤쌤

토요일 오후,

중요한 모임이 있었어요.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분들과의 만남,

장소는 가산디지털단지였어요.


평소 자주 다니지 않던 지역인 데다, 초행길이라 조금 긴장했지요.


신도림 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는 환승구간이 복잡했지만, 방향에 맞게 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몇 정거장을 지나, "구일역"이라는 낯선 이름이 눈에 들어왔어요.



"어, 이 방향이 아닌데... "



그제야 제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급히 짐을 챙겨 내린 구일역 승강장에는 야구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어요.



"아, 여기는 고척 스카이돔을 갈 수 있는 역이구나."



피식 웃음이 났어요.


야구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은 고척 스카이돔 쪽으로 향했고, 저는 그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지요.


예전 같았으면 투덜거리기도 하고, 기분도 상했을 텐데, 이상하게 짜증도 나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런 곳도 와보네"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버스 노선을 검색해 보니 다행히 한 번만 타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고, 생소한 동네 육교를 건너며 불어오는 바람이 유독 시원하게 느껴졌어요.


그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구일역, 육교 위 바람, 그리고 조용한 마음...



"마음에 여유가 생겼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뿌듯해지기까지 했네요.



"초행길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저는 요즘 이 말을

저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더 자주 해주고 싶어요.


살다 보면

마음과 다르게 실수할 때도,

생각보다 멀리 돌아갈 때도 있잖아요.


그럴 수도 있지요.

우리 모두, 이번 생이 처음이잖아요.








오늘도 마음을 잇는 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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