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평일 오후,
하교한 딸아이와 해리포터 영화를 보고 있을 때였어요.
"엄마, 난 모쏠이야."
딸아이의 말을 듣고 딸아이 얼굴을 한참 멍하니 바라봤던 것 같아요.
"모쏠이 뭔지는 아는 거야?"
"그럼! 태어나서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는 사람!
내가 모쏠이지!"
"그럴 때 쓰는 말인 거야?"
"우리 반에는 남자친구, 여자친구 있는 애들도 있어!"
딸아이의 표정은 아주 호기심이 가득했어요.
엄마와 함께 가는 편의점, 아이스크림 가게를 제일 좋아하는 줄 알았던,
품 안의 아기가 이제 "연애"에 관심이 생겼다는 것이 놀랍더라고요.
옆반에 누구와 우리 반의 누가 사귀고 있고,
우리 반의 누구와 옆반의 누가 사귀고 있는데,
누가 더 아깝고, 안 아깝고...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점점 늘어나고, 관계도 복잡해지자,
제 눈동자는 어느새 갈 곳을 잃고 말았어요.
하지만, 딸아이의 얼굴을 보며 열심히 경청했지요.
초등학교 4학년인데...
벌써?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요.
이제 시작인가 싶었어요. 딸아이가 연애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이렇게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일이구나 싶더군요.
딸아이는 급기야 엄마의 첫사랑과 첫 남자 친구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지요.
"엄마는 아빠가 첫사랑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고, 이야기를 끝내버렸어요. ㅋㅋ
제가 초등학생 때는 그런 얘기 한 번 꺼내기도 쉽지 않았는데...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나. 요즘 아이들은 빠르구나 싶었어요.
"엄마는 내가 누구 좋아하면 어때?"
"엄마는 우리 공주가 훨씬 아깝지! 누굴 만나도..."
딸아이는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었어요.
그리고는 냉장고로 달려가 엊그제 사온 제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되는지 물었지요.
흔쾌히 허락해 주었더니 딸아이는 아주 신나는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들고 오네요.
여전히 아이스크림 앞에서는 아기 같은데, 어느새 사랑을 말하는 아이가 되었네요. 아쉬움과 설렘이 나란히 앉은 오후예요.
딸과 함께 크는 엄마의 이야기,
우리의 하루에도 다정한 순간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