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되는 건 없지만, 설레는 일상

by 마잇 윤쌤

결혼한 지 10년이 넘으니,

신혼 살림으로 장만했던 가전들이 하나 둘 고장나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 전, 전기밥솥이 먼저 작별 인사를 건넸어요.

어느 날부터인가 덜그럭 거리더니, 갑자기 자기가 낼 수 있는 모든 소리를 내며 화려하게 퇴장했지요.



'삐이익, 뚜뚜뚜,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온이 시작되었습니다. 쿠쿠!!'



마치 마지막까지 자신의 존재를 기억해달라는 듯이...

그날 이후로 밥솥은 다시는 전원이 켜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작년엔 에어컨과 이별했어요. 에어컨의 가장 중요한 기능, 공기를 차갑게 하는 기능이 고장났더라고요.


물론 수리는 가능했지만, A/S 기사님도 조심스레 말하셨어요.



"이만하면, 오래 잘 쓰셨네요."



햇빛에 색이 바랜 에어컨이 집을 나서는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보여, 딸아이와 열심히 손을 흔들어 주었지요.


그리고 올해는 세탁기 차례입니다.

수평이 맞지 않아서 였는지...

몇 달 전부터 세탁기를 돌릴 때마다, 지구가 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굉음이 들렸어요.



덜덜덜, 쾅쾅!!



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이러다 세탁기가 터지는 게 아닌가 조마조마했지요.


그러더니 결국, 세탁기가 멈춰섰어요.


두 달 뒤면,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그때까지만 잘 버텨주기를 바랐는데...


참,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네요.


좁은 세탁실에 두꺼운 앵글과 함께 들어가 있던

세탁기와 건조기를 분리하고,

새 세탁기 배송 일정을 맞추느라 며칠의 공백이 생겼어요.


그 사이, 건조기는 거실 한 가운데로 나왔고,

빨래 바구니에는 하루하루 빨래가 차곡차곡 쌓여갔습니다.


그리고 내일,

드디어 새 세탁기가 옵니다.


새탁기가 오는 것이 이렇게 신날 일인지,

빨래를 돌릴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설레는 일이었는지,

살다 보니 참 별 게 다 감동이 되네요.


내일 첫 빨래를 돌리며,

새 세탁기에게 인사를 해야겠어요.



"잘 부탁해. 앞으로 10년 건강하게 지내줘."








오늘도 마음을 잇는 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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