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구두와 운동화

by 마잇 윤쌤

저는 키가 작습니다.


그래서 대학생 시절부터 저에게 굽 높은 구두는 필수 아이템이었어요. 작은 키를 조금이나마 감출 수 있는 소중한 친구였습니다.


제가 대학생 시절에는 통굽 신발이 유행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굽이 높은 신발을 소위 "타고" 다녔습니다.


작은 키를 감출 수는 있었지만, 아주 큰 단점이 있었어요. 걷다 보면, 높은 굽에 발목이 꺾이는 일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작은 키를 감출 수 있다는 유혹에 모든 걸 견뎠던 것 같아요.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서야 조금씩 굽이 낮은 신발을 신기 시작했습니다. 출산 후, 다시 예전처럼 뾰족구두에 도전해 봤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안 맞는 느낌이었어요. 몸무게도 예전으로 돌아왔는데 말이죠.


서른 중반이 되면서 발에도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피곤해서 그렇겠지'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진단명이 있었어요.



"족저근막염"



발음하기도 어려웠던 이 명칭은 간단히 말해, 발바닥이 힘들다고 파업하는 증상이었습니다.


치료방법도 그저 발을 편하게 쉬어주는 것뿐이었습니다. 게다가 한번 발병하면, 완치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그 이후 저의 신발장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학교에 수업을 나갈 때도, 출근할 때도, 외출할 때도 거의 운동화.


이제 운동화가 제일 많습니다. 멋을 좀 내고 싶은 날에는 플랫 슈즈를, 친구처럼 애틋했던 저의 뾰족구두는 이제 결혼식날만 꺼내는 '박제된 신데렐라 구두'가 되었어요.


운동화를 신고 다니느라 키는 조금 작아졌지만,

마음은 더 작아질 때도 있었어요.


이제는 괜찮습니다.

마음만큼은 여전히 10cm짜리 뾰족구두를 신은 것처럼, 당당하고 싶거든요.








오늘도 마음을 잇는 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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