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놀이에도 진심인 너에게

by 마잇 윤쌤

어제 오후, 딸아이가 학교에서 다녀오자마자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왔어요.



"엄마, 이거 선생님이 빌려주셨어."



딸아이의 작은 손에 쥐어진 건 공기놀이 세트였어요. 다섯 알의 공기, 반짝이는 동그라미들이 딸아이 손바닥 위에 놓여있었어요.



"엄마, 공기 할 줄 알아?"



저는 공기를 잘 못했거든요. 그래서 별생각 없이 대답했지요.



"엄마, 공기 잘 못해."


"그래? 그럼 나랑 해보자!"



딸아이는 바닥에 앉더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공기놀이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럴 수가... 딸아이는 저보다도 훨씬 못하더군요. 그것도 압도적으로... 도저히 져줄 수조차 없는 수준이었어요.


딸아이는 제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어요.



"뭐야... 엄마 공기 못한다며..."



딸아이의 그 눈빛에는 억울함, 분노, 실망, 그리고 약간의 배신감까지 담겨 있었지요.


알고 보니, 딸아이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쉬는 시간마다 공기놀이를 했는데 자신이 너무 못해서 속상했던 거였어요.


'내가 그래도 엄마보다는 잘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집에 가져와 시작했는데, 그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었죠.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는데, 게임이 시작되자 딸아이는 진심이었어요. 지기 싫은 마음, 잘하고 싶은 마음, 아이 마음속의 승부욕이 얼굴에 가득해졌습니다.


그날 저녁, 딸아이는 과제 시간과 저녁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실 바닥에 앉아 계속 공기를 했어요.


툭, 튕기고.

주워서 다시 던지고, 다시 튕기고.

계속해서 떨어트리고, 또 도전하고...

밤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그만하겠다는 딸.


딸아이의 작은 손가락이 빨갛게 부어있었어요. 맨바닥에 손을 쓸어대며 몇 시간을 연습한 결과였죠.



"손이 아파서 더 못하겠어."



저는 가만히 딸아이 손을 잡고 말했어요.



"공기놀이 못해도 괜찮아."



딸아이는 살짝 울먹이며 대답했어요.



"친구들은 다 잘하는데... 내가 제일 못해..."



그리고 이내,



"그래도 연습하면 나아지겠지?"



저의 품에 안겨 웃고 있었어요.


공기놀이에도 진심인 딸아이...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안쓰럽고, 기특해서 한참을 안아주고 싶었어요.


엄마인 저는 못하는 게 있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경험상 딸아이에게는 그 말이 위로가 되지 않더군요.


잘하고 싶은 마음, 친구들 사이에서 뒤처지기 싫은 마음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채워가고 싶은 그 마음을 응원해 주어야 하는 것 같더라고요.


딸아이의 그 마음이 앞으로 딸아이가 살아가는 데에도 자신을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겠지요.


그날 밤, 한참을 안아주고 싶은 마음에, 곤히 잠든 딸아이를 쓰다듬다 깨울 뻔했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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