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힘들었는데, 아이들은 반가웠다.

by 마잇 윤쌤

목요일 오후 퇴근길,

서울, 경기 지역에는 늦은 오후부터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길은 눈으로 뒤덮였고, 경사가 있는 곳에서 차들은 바퀴가 헛돌고 미끄러지듯 멈춰 서더군요.


퇴근길 버스는 20분 동안 10미터도 움직이지 못했고, 저는 중간에 내려 걸어가야겠다 마음을 먹었습니다.


눈바람을 맞으며 한참 걷다 보니, 언덕 중턱에는 비상등을 켠 트럭 한 대가 서 있었고, 경찰차까지 도착해 있었어요.


작은 오르막이 있는 곳에 이르자, 도로를 빼곡히 채운 차들 모두 비상등을 깜빡이며 그 자리에 멈춰 있었어요.


간신히 도착한 집 앞,

제 옷과 가방에는 이미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폭설 속 퇴근 길이란, 참으로 쉽지 않았어요.


다음 날 아침, 딸아이와 학교로 가는 길이었어요.

하얗게 변한 아파트 단지에는 밤새 아이들이 만들어둔 눈사람, 눈 오리, 눈 곰돌이가 여기저기 앉아 있었습니다.


퇴근 길이 고달파 느끼지 못했던 하얀 눈의 감성이 가득해졌어요.


딸아이는 눈 오리를 보더니 귀엽다며 사진을 찍었고, 학교가 끝나면 함께 나와서 눈놀이를 하자며 손가락을 걸고 약속까지 받아냈어요.


어제의 폭설은 저에게 고단함 그 자체였는데요.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반갑게 바꿔 놓는 마법 같은 순간이었나 봅니다.


눈 하나에 이렇게 다른 시선이라니...

새삼 웃음이 났어요.


오늘 하굣길에는 딸아이와 함께 눈 곰돌이 실컷 만들어야겠습니다.








오늘도 마음을 잇는 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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