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빵 누님

by 마잇 윤쌤

엊그제 스레드에서 성심당 글이 한참 화제였어요.


20대 중반의 딸이 성심당에서 빵을 사 왔는데, 자는 사이 엄마가 그 빵을 이모와 외할머니께 나눠드렸다는 이야기였어요.


나중에 알게 된 딸아이는 울면서 다시 가져오라고 화를 냈고, 엄마는 그 정도로 속상한 일이냐며 글을 남겼지요.


사람들은 화가 많이 났어요.

저도 물론 그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하루쯤 지나 글쓴이는 댓글을 남겼어요. 사실은 엄마가 아니라 딸이 쓴 글이었고, 순간 화가 나고 속상해서 다시 가져오라고 했는데, 너무했나 싶어 속상한 마음에 쓴 글이었다고요.


그 글을 읽다 문득 아주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어요.


20대 중반, 엄마와 함께 빵을 사러 갔었어요. 저는 슈크림 빵을 골라 담았고, 내일 아침에 먹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빵이 없었어요.


엄마는 밤사이 집에 놀러 온 남동생과 남동생 친구에게 "배고프면 먹으라"라며 슈크림 빵을 건네주었다고 했어요.


저는 왜 내 빵을 마음대로 주냐며, 난리를 쳤어요.

지금 생각하면 유난스럽고, 민망할 만큼...


그 뒤로 저는 "내 빵 누님"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가족들은 그 이름으로 저를 놀리곤 합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그 장면이 아직도 또렷해요. 그때의 저는 왜 그리 화가 났을까요?


빵을 좋아하기도 하고, 슈크림 빵도 좋아하지만... 그렇게 난리를 칠 일은 또 아닌데 말이죠.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꼭 빵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묻지도 않고,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린 빵이...

경계가 무너진 기분을 가져와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엄마의 마음도 이해해요.


남동생과 남동생 친구가 출출하다고 하니, 무엇이든 간식으로 내어주고 싶었을 것 같아요. 그 시절 엄마에게는 누나의 간식은 동생들이 배고프면 흔쾌히 내어줄 수 있는 무언가였을 테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민망할 정도지만, 저는 분명 서운했고, 속상했고, 진심이었어요.


성심당 글을 보며 다시 느꼈어요. 그 딸도, 그 시절의 저도 이상하지 않았다고...


우리는 다만, 나를 존중해 달라고,

내 자리를 지키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오늘도 마음을 잇는 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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