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의 반주자

by 마잇 윤쌤

저는 열한 살이 되던 해의 1월부터

합창단 피아노 반주를 시작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어린이 합창단에는 어린이 반주자가,

청소년 합창단에는 청소년 반주자가 따로 있었어요.

저는 그렇게 '반주자'가 되었습니다.


반주를 시작하던 날 아침,

엄마는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번 틀릴 때마다

엄마, 아빠 얼굴에 먹칠하는 거야.

정신 바짝 차리고 해!"



엄마는 이후에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억은 아주 또렷해요.


그 이후로 오랫동안

저에게 '실수'란

부모의 얼굴에 칠을 하는 일이라는 도식을 만들어주었으니까요.


그리고 올해,

딸아이가 열한 살이 되었습니다.


1년에도 몇 번씩 영어 이름을 바꾸고,

크리스마스 아침 선물을 받고 싶어 하는 열한 살입니다.


문득,

같은 나이에 피아노 반주를 시작했던 저를 떠올려보게 됩니다.


아직은 마냥 아기 같은 얼굴로 긴장하며 건반 앞에 앉았을 저를 떠올려보았어요.


왜 그리 긴장하며 열한 살을 살았을까.

좀 틀리면 어땠을까...


엄마는 왜 그리 단호해야 했을까...


이제는 물어볼 수도 없는

돌아가신 엄마에게 묻고 싶은 말만 쌓여갑니다.


그중에는 서운함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마음도 조용히 함께 섞여 있어요.









오늘도 마음을 잇는 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매거진의 이전글꽉 찬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