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둘 만의 주말,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입을 옷과 신발을 골랐어요.
하지만 남편은 이미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리모컨으로 TV 프로그램을 탐색 중이었어요.
"어디 나가려고요?"
그의 말투는 다정했지만,
그 안에는 오늘도 나갈 생각이 없다는 뜻이 가득 담겨 있었어요.
"그럼 오늘도 집에 있어요?"
결혼 후 초반 몇 주간은 남편이 원하는 대로 집에서 쉬어보았어요. 주말 내내 집밖에 나가지 않고 TV도 보고, 배달 음식도 먹고, 낮잠도 잤지요.
결과는 참담했어요. 거울 속에는 무릎 나온 홈웨어를 입고 노 메이크업에 꾀죄죄함 그 자체가 된 제가 있더군요.
저에게 집에서의 휴식은 충전이 아니라, 세상과 단절된 채 혼자 에너지가 서서히 방전되어 가는 '고립'에 가까웠어요.
참다못한 저는 다음 주말,
남편을 끌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씻고 단장한 남편의 모습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요.
"어머, 남자친구씨! 오랜만이에요!!"
말끔해진 남편의 모습을 보며 놀리며 깔깔거리던 저는, 다시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맛있는 것도 먹고, 구경도 하고, 즐거웠어요.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말이죠.
원하던 카페도 가고 산책도 하고 집으로 돌아온 그때, 저는 남편의 처음 보는 얼굴을 보았어요.
단순한 피곤함을 넘어선 세탁기 탈수 코스를 마친 빨랫감처럼 히마리없는 얼굴...
간신히 옷을 갈아입고 씻은 후 침대로 직행하는 그를 보며 저는 그때 처음 깨달았어요. 저에게는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 그에게는 에너지가 소진되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남편은 바로 잠이 들었고,
저는 밤이 늦도록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깔깔거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남편을 일찍 일어나 조용히 TV를 보고 있었고, 저는 늦잠을 잤지요.
그날 이후, 우리는 서로의 힐링타임을 존중해 주기로 했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저는 주말 중 반나절은 그에게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주고, 남편은 저에게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을 존중해 줍니다. 각자의 충전기를 찾은 셈이지요.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쉼을 쉼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서로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다름을 넘어 서로의 집이 된 우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