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밥만 밀어넣던 첫 명절

by 마잇 윤쌤

학교를 다니고,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도

저는 남녀가 불평등하다는 사실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며 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참 무딜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나로만 존재해도 괜찮았던 시절의 특권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 후 맞은 첫 명절,

그날의 저는 입에 맞지 않는 시어머니 음식을 앞에 두고 말없이 맨밥만 밀어 넣고 있었어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을 움직였지만, 몸은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달라졌다는 것을요.


친정에 도착해서는 익숙한 음식들을 말 그대로 쓸어 담듯 먹고 있었어요. 그제야 비로소 실감이 났습니다.


흡사 낯선 곳에서 길을 잃었다 집을 찾아온 나그네 같더군요.


외할머니 옆자리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외할아버지께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아 이모들과 외삼촌과 냉면을 사 먹으러 가던 명절은 이제 끝났다는 것을요.


이제 저는 누군가의 아내이자

누군가의 며느리가 되었고


그 자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습니다.








다름을 넘어 서로의 집이 된 우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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