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실은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공간입니다. 이곳의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이 흔히 알고 있는 "예의상"이라는 필터가 존재하지 않아요.
좋으면 좋은 것, 이상하면 이상한 것이죠.
그 거침없는 직구에 가끔은 정신이 아찔해질 때도 있지만, 저는 그 투명함이 사랑스럽습니다.
시작은 몇 달 전 한 친구의 이야기였어요. 안경을 쓰고 수업을 준비하던 저를 빤히 바라보던 아이가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안경 쓰면 50대 같고,
렌즈 끼면 30대 같아요."
세상에, 안경 하나에 내 인생의 20년을 왔다 갔다 한다니... 억울한 마음에 말했어요.
"야, 무슨 안경 하나에 20살이나 차이가 나니?"라고 물었지만, 돌아온 건 단호한 반응이었어요.
아이의 눈은 거짓말을 못한다는데, 맑은 눈망울에 비친 제 모습 위로 '지천명(50세)'라는 글자가 둥둥 떠다니는 듯했어요.
그리고 오늘, 만난 지 얼마 안 된 친구에게 화사한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렌즈를 끼고 치료실로 출근했습니다.
아침부터 뻑뻑한 눈을 비벼가며 렌즈를 끼고, 나름 신경 써서 옷을 입고 치료실로 향했어요.
수업이 시작되고 저는 은근슬쩍 생색을 냈습니다.
"누가 선생님한테 안경 쓰면 50대 같고, 렌즈 끼면 30대 같다 그러더라. 그래서 선생님 계속 렌즈 끼고 오고 있어~ 만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예쁜 모습으로 만나려고!"
조만간 안경 쓴 50대 선생님을 만날 수도 있다는 예방접종 겸, 선생님의 노력을 알아달라는 뜻이었죠.
그런데 돌아온 아이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어요. 아이는 정말 황당하다는 듯,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저를 보며 말했습니다.
"선생님, 계속 안경 쓰고 오셨어요. 저 렌즈 끼신 거 오늘 처음 봐요. 아까 처음에 못 알아볼 뻔했어요."
순간 정적이 흘렀어요.
머릿속 기억을 급히 떠올렸습니다.
지난주, 지지난주...
아... 저는 계속 안경을 쓰고 왔더군요. 안경을 안 쓴 모습이 오늘 처음이라는 그 말로 상황은 종료였습니다.
20살 어린 모습으로 아이들을 만나려다 기억력 깜빡이는 진짜 50대 같은 면모만 인증해 버렸습니다.
우리는 어이가 없어 한참을 같이 웃었습니다. 렌즈 낀 저를 처음 본다는 아이의 황당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네요.
치료실 아이들은 오늘도 저를 들었다 놨다 합니다. 예의는 없지만 가식도 없기에, 저는 오늘도 30대와 50대 사이를 유쾌하게 오갈 수 있어요.
다음 주에 안경을 쓰고 가면 누군가는 50대 같다고, 누군가는 내가 원래 알던 선생님이라고 하겠지요? ㅎㅎ
아무렴 어떤가요. 같은 사람인 걸요.
오늘도 마음을 잇는 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을 잇다 : 마잇 윤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