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치료사 윤쌤은 초등 3학년 딸아이의 엄마입니다. 초등 3학년 딸아이 학급은 두 달에 한 번, 1인 1역 역할을 교체해요.
학급 친구들이 모두 참여하는 1인 1역의 역할을 다시 정하는 거죠. 1인 1역을 통해 책임감과 자기 주도성을 기를 수 있어 엄마인 저도 아주 좋아하고요. 참여하는 딸아이와 친구들도 모두 좋아하는 듯합니다.
1인 1역의 전체 역할은 담임 선생님이 학기 초에 정해서 모두 설명해 주셨고요. 두 달에 한 번 역할을 교체할 때는 규칙이 있어요.
어떤 역할을 현재 하고 있는 친구가 계속하고 싶다면, 현재 하고 있는 친구에게 우선권이 있고요. 현재 하고 있는 친구가 다른 역할을 하고 싶다면,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내가 하고 있는 역할을 포기하고 다른 역할에 도전했다면, 내가 하고 있는 역할에 대한 우선권도 사라집니다. 아주 체계적이죠?!
한 역할에 여러 친구가 지원하면 가위바위보나 복권 당첨, 룰렛 돌리기 등등 담임 선생님이 규칙을 정해주신다고 해요. 정말 긴장되는 순간이죠.
며칠 전부터 딸아이가 1인 1역 중에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것은 바로 "학급문고" 였어요. 현재 하고 있는 친구가 계속하고 싶다고 하면, 기회가 없다며 걱정하는 모습이 너무도 귀여웠지만, 딸아이는 세상 진지했죠.
며칠 뒤, 1인 1역을 교체했던 날, 딸아이가 기쁘게 하교하며 "학급문고"를 맡게 되었다고 했어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니, 반에 있는 책들을 관리하는 "꼬마 사서 선생님"이라고 하더라고요.
그제야 딸아이 아 왜 하고 싶어 했는지 알겠더군요. 딸아이는 도서관 다니는 것도 책 읽는 것도 좋아해서,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었거든요. 그걸 친구들에게 직접 해보고 싶었나 봐요.
다음날 딸아이가 "엄마 내가 학급문고 규칙을 만들었어!"라고 말했어요. 엄마가 학교에 와볼 수 없어서 아쉽다면서요.
그래서 딸아이에게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와 달라고 부탁했어요. 딸아이는 학교 가서는 휴대폰을 꺼야 한다며 걱정했는데요. 수업이 모두 끝나고, 아이들이 교실을 나서고 나면 담임 선생님께 엄마가 규칙을 보고 싶어 해서 사진을 찍어가겠다고 말하고 찍으면 괜찮을 거라고 했어요.
드디어!
딸아이가 열심히 작성한 "학급문고 규칙"을 보게 되었네요. 글씨도 예쁘게 반듯하게 작성하느라 얼마나 집중했을지 생각하니 기특하고 대견하네요.
집에 오면 엄마한테 달려와 안겨서 맛있는 포도를 오물오물 먹고 있는 마냥 아기 같은 딸이 밖에서는 이렇게 의젓하게 할 일을 해내고 있네요.
오늘은 하교할 때 더 많이 반갑게 꽉!! 안아줘야겠어요. 방학이 되면 딸아이와 동네도서관이 아닌 국회도서관과 서울 도서관, 남산도서관처럼 큰 도서관에도 다녀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