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치료사 윤쌤에게는 초등 3학년 딸아이가 있어요. 초등 3학년이면 이제 올해로 열 살인데요. 그래도 저에게는 여전히 아기같이 귀엽고 예쁘답니다.
올해 1월, 초등 3학년이 되면 사용할 휴대폰을 사주었어요. 겨울 방학 동안 사용하는 규칙을 정하고 가지고 다니는 연습도 해보았죠. 그맘때였던 것 같아요. 딸아이가 용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어요.
그래서 남편과 셋이 가족회의를 거쳐 딸아이에게 하루하루해야 할 과제들을 다 완수하면 500원을 적립해 주었어요. 월 화 수 목 금 토까지 과제를 하면, 일주일에 3,000원을 적립할 수 있었죠.
3,000원이 모이면, 요즘 초등학생 친구들의 최애 문방구에 가서 슬라임도 사고 포토카드도 사고, 샤프와 지우개도 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는데요.
네, 그렇죠. 저금은 안 하고 다 플렉스 하더라고요. 엄마 닮았나 봐요. ㅋㅋㅋ
2학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엄마 없이 혼자 문방구와 편의점에 다녀보고 싶다며, 체크카드를 만들어달라고 하더라고요. 아직 체크카드를 주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500원짜리 동전을 지갑에 넣어주기 시작했어요.
책가방을 챙기던 어느 날 저녁, 딸아이가 물었어요.
"엄마는 어떤 과자를 제일 좋아해?" - 초등 3학년 딸아이
이게 뭐라고... 너무 고민되는 거 있죠. 몇 초간 고민하다 대답했어요.
"엄마는 새우깡!" - 놀이치료사 윤쌤
딸아이가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잊고 있었는데요. 다음날 딸아이가 하교하며 집에 들어오는데 새우깡을 사 왔더라고요.
"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새우깡
내가 용돈으로 사 왔어!" - 초등 3학년 딸아이
오잉?! 새우깡을?!
정말 깜짝 놀랐어요.
용돈이라고 해봐야 일주일에 3,000원이고, 딸아이도 먹고 싶어 하던 과자가 있었거든요. 물어보니 두 개를 사기에는 너무 비싸서 하나만 샀데요. 엄마가 매운 새우깡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자기랑 먹느라 매운 새우깡을 못 먹었던 것 같아서 특별히 매운 거로 사 왔다네요.
새우깡으로 얼굴을 가리고 들어오는 딸아이를 보는데 마음이 뜨거워지면서 눈물을 훅 차올랐어요. 너무 귀여운 모습에 웃느라 쏙 들어갔지만요.
딸아이와 새우깡을 나눠먹으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과 엄마는 오전에 뭐 했는지 등등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니 이렇게 완벽한 오후가 있을까 싶었어요.
꼬물꼬물 마냥 작을 것 같은 아기가 어느새 커서 엄마가 좋아하는 과자를 자기 용돈으로 사 왔을 장면을 생각하니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 순간의 마음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네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말이야...
내가 가장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야...
엄마도 그렇게 너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