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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말이야

by 마잇 윤쌤

놀이치료사 윤쌤과 초등 3학년 딸아이가 며칠 전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어요. 이제 초등 3학년 2학기가 마무리 되어 가는 시점이라 딸아이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학생들의 그 무언가가 느껴져서 재미있거든요.


반별 학예회에 가서 만났던 친구들은 모두다 애기애기 하고 귀여웠는데요. 딸아이가 말하는 친구들의 모습은 사뭇 달랐어요.


딸아이는 의젓하다는 친구, 용감하다는 친구, 장난꾸러기라는 친구 등등을 이야기하며, 오히려 자신과 다르게 친구들을 바라본 저를 신기해하더군요. 제가 봤던 얼굴 뒤에 딸아이가 보는 그 모습이 다 숨겨져 있었겠죠.


딸아이에게도 가끔은 얄미운 친구들도 야속한 친구들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친구들을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지 말고, 둥근 마음으로 지내라고 이야기해주었는데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놀이치료사 윤쌤도 관계 가운데 많이 미워하던 이들이 생각나더군요. 그 당시에는 어떻게 할 바를 모를만큼 밉기도 했고, 관계가 끊어진 후에도 한동안 분이 날 만큼 감정이 쌓여있기도 했어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저 나와 다르고 잘 안 맞았던 사람들인데...

그 시절의 저도 많이 미숙하고 어렸네요.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마음 속에 악마를 키우는 것 같아요. 그 악마가 차츰차츰 자라서 내 마음을 다 차지해버려도 모를만큼... 평소의 나라면 하지 않을 행동과 말들도 미움의 마음에 잡아먹혀서 하게 되더라고요.


딸아이는 미워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 것이 왜 자신에게 좋은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어요. 미워하는 마음은 가장 먼저 나를 힘들게 하고, 내 마음을 악마가 다 차지해서 그런 거라고 설명해주었는데요. 마음 속에 악마를 키우는 거라는 표현에 더 금새 이해하는 모습이었어요.


인간관계는 평생의 과제라지만, 딸아이는 저보다는 덜 고생했으면 하는 마음에 아낌없이 이야기를 해주었네요.



그럼 놀이치료사 윤쌤은 요즘은 미운 사람이 없을까요?!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ㅋㅋ



안 맞는 사람들 있죠. 아마 영원히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대하는 방법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을 쓰고 있어요. 안 맞는 것 같구나 라고 느끼면, (물론 안 맞는 것을 알아채는 레이더망도 훨씬 발달했죠)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걸 진작 알았으면 훨씬 덜 고생했을 것 같은데... 딸아이가 잘 이해했으면 좋겠네요. 어쩌면 딸아이도 자신이 경험하며 알아가야 할 지혜일지도 모르겠어요. 알려주고 싶은 것은 정말 엄마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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