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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롯 레터 Plot Letter Feb 08. 2022

내가 죽은 뒤에 갈 곳은
지옥? 아니면 천국?

단테와 주호민... 그 사이 어디쯤

▲  단테 알리기에리 (1265~1321)

100개의 사후 세계 시리즈를?! 
  

1300년대의 이탈리아에 무려 100곡의 서사시*로 이루어진 사후 세계 시리즈를 만든 사람이 있었대요. 그 이름은 바로 단테! 단테는 12년에 걸쳐 완성한 <신곡>이라는 작품을 통해 하느님의 뜻과 인간의 자유의지를 표현했어요.


신곡은 단테가 존경하던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따라 여행하는 지옥편, 연옥편*과 젊은 시절 짝사랑 상대였던 베아트리체와 여행하는 천국편 순서로 전개돼요. 이 과정에서 많은 신화적,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기독교 신앙과 철학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되죠. 괜히 사후 세계 끝판왕 시리즈라는 말이 나온게 아닌데요. 무려 1,000여 명에 가까운 인물들이 등장한다고! 


또 신곡은 현재까지도 이탈리아 문학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서양 문학 세계에서 셰익스피어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하니,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인 건 두말할 필요 없죠! 미국에는 신곡을 연구하는 학과도 따로 있다고 해요. 그만큼 서양 문화의 중심이었던 그리스 로마 문화와 기독교 문화를 통합한 유일무이한 고전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 서사시 : 장중한 문체로 심각한 주제나 영웅적 업적을 찬양하는 내용을 다룬 이야기 형식의 장시. 


* 연옥 : 천국으로 가기에는 자격이 부족하지만, 지옥으로 갈 정도의 큰 죄는 짓지 않은 자들의 영혼이 머무는 곳. 죽은 자가 그동안 지은 죄를 씻고 천국으로 가기 위해 일시적으로 머문다고 믿는 장소.


▲ 산드로 보티첼리가 그린 신곡의 지옥

죄의 경계를 나누다  


신곡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바로 지옥편! 지옥편은 35살의 단테가 밤길에서 산짐승을 만나 위험한 상황에서,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 단테를 구하고 함께 여행을 시작하며 이야기는 시작돼요. 지옥의 문으로 들어간 후, 이승과 지옥의 경계인 아케론 강을 건너면 진짜 지옥을 마주하게 되죠.



으아! 벌써부터 너무 무섭네요.


단테가 만든 지옥은 총 9개로 나뉜 역피라미드 구조로,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큰 죄에 해당되어요. 간략하게 요약해보자면 음욕이나 식탐과 같은 부절제보다는 폭력이, 폭력보다는 기만이, 기만보다는 배신이 더 큰 죄로 여겨지고 있죠. 1단계는 '림보'라고 불리는 지옥으로, 형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사실 정확히 지옥에 해당하진 않아요. 다만 하나님을 볼 수 없다는 제한이 존재하죠. 사실 진짜 지옥은 2단계부터인데, 꼬리 달린 괴물인 미노스가 그들의 죄를 판단하고, 망자의 몸을 꼬리로 감는 횟수에 따라 그에 해당하는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지옥의 맨 끝, 가장 엄중한 벌을 받아야 하는 배신 지옥에는 마왕 루키페르가 기다리고 있어요. 배신 지옥은 가족, 친구, 스승이나 국가를 배신한 자들이 가는 곳으로, 영원히 차가운 얼음 속에 박혀 있어야 하는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한국판 '신곡', <신과 함께>


지옥을 단계마다 나누고 있는 신곡.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지 않나요? 맞아요! 바로 인기 영화였던 <신과 함께>가 자연스레 떠올랐을 거예요. 지옥의 단계가 나뉘어 있다는 점, 안내자와 함께 지옥을 여행한다는 점 등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죠. 실제로 <신과 함께> 영화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님도 웹툰에서 그려진 지옥을 영상으로 표현해내기 위해 신곡을 참고했다고!


두 작품을 비교해 드릴게요!


먼저 9개의 지옥으로 나뉜 신곡과 달리 <신과 함께>에서는 7개의 지옥만 나타나요. 이는 불교 사상이 영화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죠. 원래 불교에는 10개의 지옥이 존재하는데, <신과 함께>에서는 주인공이 7번째 지옥에서 환생에 성공하며 10개 중 7개의 지옥만 등장하고 영화가 끝나요. 7개는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으로 신앙에 대한 믿음보다는 부모에 대한 ‘효’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또 <신과 함께>에서도 신곡의 베르길리우스와 베아트리체처럼 사후 세계를 안내하는 인도들이 등장해요. 그 유명한 저승차사 강림(하정우), 덕춘(김향기), 혜원맥(주지훈)! 영화에서는 49명의 망자를 환생시켜야 본인 또한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다는 설정 때문에 주인공과 삼차사 사이는 동맹관계로 표현돼요. 반면 신곡에서의 두 안내자는 단테에게 가르침과 깨달음을 전달하는 사제관계에 가깝죠.


마지막은 사랑! 신곡의 베아트리체는 실제로 단테가 평생 동안 사랑한 여인이었어요. 단테는 이런 베아트리체를 천국의 안내자로 내세우며 천국에 가기 위해 필요한 본질은 사랑이라는 점을 표현했죠. 반면 <신과 함께>에서는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고 후회하는 아들의 모습을 그리며 ‘부모’에 대한 사랑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어요. 어머니는 모든 것을 초월하고 이해하며 용서할 수 있는 존재, 또 환생하고 구원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로 나타나고 있다고!


정말 닮은 듯 다른 서양의 <신곡>과 동양의 <신과 함께>였어요. 오늘 밤, 영화를 직접 보며 비교해봐도 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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