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소파가 극장이 되는 매직
갑작스럽게 우리의 삶을 덮친 코로나 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우리에겐 사람을 만나는 건 물론이고 공연장을 방문하는 것조차 힘든 일이 되었어요. 공연계의 극단과 단체들은 대중과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해왔던 집단이었기에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더더욱 컸죠. 지금도 국공립 공연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지침에 따라 극장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고 있고, 민간 공연장은 거리 두기 좌석제를 시행 중이에요. 그런데 이마저도 전체 객석의 30~50%밖에 채울 수 없어 공연을 올릴수록 손해가 나는 실정이라고. 이렇듯 오프라인 공연이 어려워진 공연계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인데요, 그 방법 중 하나가 오늘 소개할 온라인 공연이에요!
온라인 공연은 코로나 시대 속, 팬데믹과 함께 살아가야 할 방법을 찾던 공연계의 고민 끝에 탄생한 새로운 유형의 연극인데요, 생각보다 더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어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죠? 레터 중간중간에 실제 온라인 공연 영상도 삽입했으니, 여러분도 여러 형태의 온라인 공연을 체험해보며 매력을 직접 느껴보길 바라요!
지금부터는 각양각색의 매력을 지닌 온라인 공연을 소개해 드릴게요.
코로나 이후, 여러 업계에서는 온택트라는 새로운 단어가 탄생했어요. 이 단어는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Untact)와 온라인을 통한 연결(On)을 합쳐 만들어진 합성어로,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소통 방식을 뜻하죠. 그런데 지난해, 극단 피사체가 여기에 연극을 의미하는 단어인 플레이(Play)를 더해 ‘온택트 플레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선보였어요. 특히 극단 피사체는 플레이(play)라는 단어에 ‘연극’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놀다, 행하다’라는 의미를 함께 담아, 코로나 시대에 관객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을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출했죠. 극단 피사체는 온택트 플레이를 통해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채널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연극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해요. 이러한 고민 끝에 탄생한 작품, <리부트 : 곤충 공장>은 독특하게도 연극의 매력 포인트인 짙은 분장과 생생한 제스처, 배우들의 호흡을 단편 영화와 유사한 형식으로 영상에 담아내고 있어요. 연극 같은 영화, 영화 같은 연극이 궁금한 분들은 아래 영상을 클릭해 연극의 티저를 시청해보세요!
그간 상연된 여타 연극과는 다르게 관객이 ‘청소년’으로 정해져 있는 연극이 하나 있어요. 그건 바로 국립 극단의 청소년극, <영지>! 이 작품은 지금까지 다섯 번에 걸쳐 온라인으로 생중계되었는데요, 전국 362개 가량의 초, 중, 고등학교에서 관람을 신청했고 관람 인원은 약 2만여 명을 돌파했죠. 이 연극의 특별한 점은 관극 하는 청소년들의 역할이 단순한 관객의 범위를 넘어선다는 거예요. 청소년들은 비대면 연극 놀이 <영지를 찾아라!>를 통해 서로 영상을 업로드하고 댓글을 달며 연극을 매개로 실시간 소통에 참여할 수 있었죠. 이런 <영지>는 공연예술과 청소년들 사이에 접점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연극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국립극단은 <영지>이외에도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에요. 이러한 노력의 예시 중 하나로 온라인 상영회를 들 수 있는데요, 여기에는 독특한 장치들이 상당히 많이 숨어 있어요. 그중 가장 새로운 변화는, ‘다중 시점 버전’의 영상이 제공된다는 것! (다중 시점 버전의 연극 <햄릿>이 궁금하다면 아래 영상을 클릭해 시청해보세요!) 이는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다양한 시점에서 연극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관객은 자유롭게 화면을 조절하며 때로는 전체 무대에, 때로는 배우의 표정에 집중해 감상할 수 있죠. 이런 다중 시점 버전의 연극들은 관객이 원하는 옵션을 직접 택해 어떤 시야에서 연극을 볼 지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한다고.
이를 통해 관객은 기존의 오프라인 연극이 갖는 한계 중 하나인 좌석으로 인한 제한적 시야에서 벗어나, 극에 생생히 몰입할 수 있게 되었어요. 또한, 마이크를 쓰지 않는 연극의 특성상 영상으로 송출했을 때 대사 전달이 어렵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막 옵션까지 제공하고 있죠. 또, 더블 캐스팅일 경우에는 캐스팅 별 영상을 제공하는 등 국립 극단의 명품 연극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끔 다양한 측면의 노력이 돋보여요.
코로나로 집콕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에 설치된 IPTV나 네이버 웨이브 등과 같은 OTT 서비스에서도 연극 VOD를 출시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LG 유플러스는 ‘대학로 라이브’라는 콘텐츠 라인을 신설해 24개의 연극을 TV 속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했죠. 이 서비스는 론칭 6개월 만에 안방 관객 25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LG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드래그 퀸 열풍을 일으킨 뮤지컬 <킹키부츠>와의 협업을 통해 증강현실 콘텐츠를 개발하기도 했어요. LG 유플러스는 킹키부츠의 주요 장면과 넘버*, 배우들의 모습까지 모두 AR 영상으로 제공했죠. (영상을 클릭하면 무대뿐만 아니라 극장의 모습까지 현장감 넘치는 공연을 원하는 각도에 따라 돌려볼 수 있어요) 이와 더불어 모차르트의 탄생을 기념해 매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아름다운 재즈의 선율이 물씬 느껴지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등의 영상을 독점적으로 제공해 공연 콘텐츠를 집 안으로 끌어오고 있다고!
* 넘버 : 뮤지컬에서 등장하는 음악을 뜻하는 말
극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도 연극을 즐길 수 있게 된 거네요! 안방극장이 따로 없는 걸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지도 궁금해요!
온라인 공연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소파나 침대 자체가 극장이 될 수 있다는 아주 매력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특징 덕에 관객들은 어떤 면에서는 보다 편안하고 쾌적하게 연극을 즐길 수 있게 됐죠. 또, 온라인 연극은 현장에서 들리지 않거나 이해가 어려운 대화를 다시 돌려볼 수 있어 극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줘요. 좌석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VIP석이 아니더라도 배우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눈에 담을 수 있고, 표정 연기의 섬세함도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죠. 공연이 끝난 뒤에는 극에 대한 해설을 덧붙이기도, 배우들이 등장해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극단에서는 온라인 연극을 통해 보다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며, 더 많은 대중들이 온라인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그러나 온라인 공연에도 아쉬움은 존재해요. 온라인 공연들은 오프라인 공연들만이 갖는 현장성을 구현하기 어렵거든요. 공연 자체가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예술이기 때문이죠. 배우는 대사 한 마디, 사소한 몸짓 하나, 섬세한 표정 변화까지 공연에 완전히 몰입해 그들의 모든 것을 쏟아내요. 그렇기에 매 공연마다 배우들의 감정선과 연기 톤은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고, 그 회차와 순간에만 즐길 수 있는 고유함이 존재해요. 즉, 일회적이고 일시적이라는 공연 예술의 독보적인 가치는 현장에서만 온전히 느껴볼 수 있는 것이죠. 비대면이 자연스러운 다른 미디어와는 달리 현장성이 매우 중요한 분야이기에 온라인 공연의 경우 즉각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극장에서 환호하고 배우들과 눈을 맞추던 시절이 그리워요. 코로나가 사라지고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연극을 보러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집에서라도 만날 수 있는 온라인 공연을 제대로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어둡고 조용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이렇게 하면 실제 극장에서처럼 오롯이 연극에 집중할 수 있고 극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거든요. 또, PC 모니터나 TV 등 큰 화면으로 시청할 것을 권장하는데요, 이는 눈앞에 펼쳐지는 무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기 위함이라고. 그리고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착용하면 배우들의 숨소리, 대사와 대사 사이의 여백, 공연장만의 공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대요. 이외에는 배터리나 인터넷 회선을 미리 확인하거나, 실제 극장에서처럼 몰입을 위해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는 것 등 자잘한 팁들이 있으니 감상을 시작하기 전 꼭 확인해보시길 바라요. 코로나라는 시대적 상황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된 온라인 공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소파나 침대에 누워 온라인 공연 한 편 시청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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