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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asonAbility Apr 03. 2021

2021. 4. 3.


<삶>
이해타산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큰 손해는 보지 않고 산다.

합리적 논거와 이유를 찾고
권리와 의무를 말하지만
가끔은 설명되지 않는 삶의 모습을 보며 숙연해질 때가 있다.

내 의뢰인 중 한 분은,
남편과 안 좋은 일로 이혼했지만
남편이 전처와 낳은 자녀를 본인이 거두어 함께 사는 분이 있다.
친부도 나 몰라라 하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음에도 본인의 아들로 애지중지 여기며 사시는 거다.
그렇다고 형편이 넉넉하냐, 그것도 아니다.

그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면서도
한켠으로는 이해가 안된다고 혀를 내두렀다.

다행히 그 분의 사건은 잘 처리가 되었고
얼마 전 있었던 조정기일에서 조정위원이 의뢰인에게,
"선생님, 복 받을 일 많이 하셨나봐요.
좋은 변호사 만나는 일도 복인데 선생님은 좋은 변호사님 만나셨어요"라고  했다.
의뢰인도 "네 그럼요. 우리 변호사님 너무 고생하셨죠" 라며
날 추켜세웠다.

분명 날 칭찬하는 말이니 우쭐할만한데
우쭐하기 보다 뜨끔했다.
조정위원이 의뢰인의 개인사까지 다 알고 얘기한 건 아니지만
나는 '복 받을 일'이라는게 왠지 아들과의 일 같이 느껴졌고
평소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의뢰인은 아들을 키우면서
어떤 셈을 하거나 이유를 대지 않았을 거다.
워낙 순박하신 분이라 '사람의 도리'라든지 '기른 정' 같은 미사여구를 대지도 않으셨다.
"어떻게 그래요?" 라고 묻는 내 질문에 그냥 웃었다.

어제 저녁, 퇴근한 남편은 본인의 의뢰인의 이야기를 했다.
암 투병을 하고 계신 의뢰인인데
작년만 해도 낯빛이 좋지 않았던 분이
최근에 취업을 했다며 밝은 모습으로 어제 미팅에 오셨다는 거다.
암에 걸려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는 상황에서
자기 같으면 낙담해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상황에서도 취업을 하고, 취업했다고 좋아하는 의뢰인의 모습을 보니 존경스러웠다고 했다.

우리는 잘 재단된 권리와 의무,
말끔한 이유와 근거들로
정돈된 삶을 좋은 삶이라 하지만

이그러지거나 삐뚤어지고,
설명도 이해도 될 수 없는 삶의 가치를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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