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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윙크의사 Feb 01. 2023

일상 생활

돌아갈 수 있을까 나의 간절한 일상이여.

다음 퀘스트는 “한 눈으로 일상생활 적응하기” 라고 선언 했기에, ‘일상생활’의 정의와 범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고 전의 나로 돌아가는 것? 

그건 이미 불가능하지.


사고 전의 내가 해오던 업무를 소화하는 것?
그것 또한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내시경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문서와 글을 읽고 판단하는 것이 아직은 벅차기 때문이다.


사고 전의 내가 맺은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이 가능해지는 것?
그것 또한 이루고싶은 마음은 크나, 아직은 어렵다. 만남에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은 나이기에, 조금 더 내 의지에 따라 스스로를 간수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의 정의를 찾아보기로 한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찾아보니 ‘평상시의 생활’ 이라 정의된다. 

앞에서 언급 했던 모든 것이, 나의 평상시 생활였는데, 어느 수준으로 끊어 목표를 설정해야 할지 아득하다. 


일단은, 존엄과 관련된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 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다친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서 꼼짝없이 누워, 엄마가 흘려주는 죽만 겨우 받아먹던 시절,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당시의 생각을 메모에 옮겨 적었던 내용이다.


‘인간의 존엄은 상당히 근본적인 것부터 시작된다.예를 들면 잘 씻어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음식을 잘 씹어 삼킬 줄 아는 것, 필요한 만큼 잘 잠들고 잘 일어나는 것’


씹고 삼키고 잠들고 일어나는 것은 이미 잘 해내고 있는 영역이라, 씻는 것에 도전해 본다. 사실 남아 있던 실밥도 다 뽑아 세수나 샤워가 모두 가능한 상태이나, 걱정 많은 엄마는 얼굴에 물이 닿지 않도록 머리를 계속 감겨주셨다. 이제는 나의 일상생활 독립을 위해, 혼자 씻고 세수하고 머리 감기를 선언하고 무사히 수행하고 나온 참이다. 


얼굴에 닿는 물, 손에 닿는 감촉, 그리고 비누거품까지. 


다치기 전에는 매일 하던 행위인데,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느낌 들이라 어쩐지 만족감이 든다. 

앞으로 나의 ‘일상생활’ 범주가 조금씩 넓혀 질 수 있길, 스스로 읊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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