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주는 감동, New Birth
안정적으로 믿고 의지하던 병원을 떠나게 되는 날, 왜인지 모르게 그렇게 눈물이 나더랬다. 앞으로 평생 안고 가게 될 장애에 대한 안타까움인지, 익숙한 듯 새롭게 적응해야 할 일상생활에 대한 두려움인지.
퇴원 수속을 마치고 병원 5분 거리의 자취방에는 예측하지 못한 18일을 증명이라도 하듯, 널지 못해 젖은 빨래가 세탁기 안에 덩그러니 담겨 있다.
익숙한 내 방 풍경이 반만 보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보여서 다행이었다. 보고 싶은 익숙한 풍경이었는데 지금이라도 와서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내 방 침대에 괜스레 누워, 남은 한쪽 눈에 주변 풍경을 고이 담으며 생각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까?
아직 한쪽 눈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이 버겁다. 기능을 상실한 왼쪽 눈 대신, 오른쪽 눈은 갑작스레 바빠진 것이 버거운지 눈물을 쉴 새 없이 쏟는다. 가여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세상의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 애쓴다.
대표적인 것은, 듣는 정보이다.
좋은 음악을 틀어 놓고 심신을 위로하거나, 유튜브 역사나 경제 강의, 오디오북을 통해 배움을 실천하고 있으니, 그동안 내가 상당히 보는 정보에만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보는 정보 대신의 듣는 배움은 또 다른 종류의 여유와 감사함을 선물한다.
스미노 하야토 (Hayato sumino), 3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며 천재 피아니스트로 불려 왔고, 도쿄대 공대에 재학하며 쇼팽콩쿠르에 출전한 신기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 쇼팽에튀드 1번을 그의 세계관 대로 재해석하고 편곡한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 단번에 각인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주변 분들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내준 귀한 선물을 뜯어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 그리고 꼭 필요한 짐만 챙겨 본가로 향하는 길에, 엄마한테 아침에 듣고 울었던 음악이라며 스미노 하야토의 ‘New birth’를 틀어 주었다. 무심코 듣게 된 음악에 이토록 큰 위안을 받은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새로운 탄생’이라는 곡 제목이 가슴 한편에 깊이 박혔다.
나의 가슴 아픈 상실 또한 새로운 탄생의 밑거름이 되길 바라보면서,
또 한 번 스스로를 토닥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