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8세 닭띠 아들.
엄마가 오지 않는다고 우는 아들
만8세 닭띠 아들.
많이 컸다고 생각했는데.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모처럼 옛 친구들 만나느라 대전으로 떠난 엄마를.
정말 모처럼 그렇게 떠난 엄마를 그리워 하며 엉엉 울고 있다.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이렇게 작았구나.
우는 아들을 안고 달래 주고 있자니, 이렇게 작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컸구나.
몸만 큰 우리 아들.
설익은 어른, 설익은 청년, 설익은 어린이.
완전한 어린이가 되는 것보다.
온전한 청년이 되는 것보다.
다 큰 어른이 되는 것보다.
설익은 이 상태가 좋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다시 만나고 싶다.
다시 만날 수 없겠지.
설익은 우리 아들...
아장아장 걷고
엉금엉금 기어가며
엄마만 보면 방긋 웃고
아빠만 보면 안아주세요 달려오더니
설익은 우리 아들은 내일이 되면 진짜 어린이가 될까.
내년에는. 내후년에는 어린이날을 잊는 어린이가 될까.
어린이가 되면 여자친구도 생길까.
아..그래 갑자기 생각났다.
오늘은 또한 기념할만한 날이다.
오늘은 아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에게 거짓말하는 것을 들켰다.
주말 아침 7시부터 루틴으로 모닝게임을 허용하는데,
오늘 6시에 깬 아들이 6시 반부터 태블릿으로 독서를 하겠다고 하더라.
늘 그 말이 사실이었기에,
그러라고 했지.
헌데 왜 느낌이 쎄한걸까.
가까이 다가가니 황급히 화면을 끄는 설익은 아들.
무슨 책 읽고 있었냐고 물으니 화면을 켜는데..
토끼가 여기저기를 뛰어 다니는 게임이 아닌가...
만감이 교차했지.
만감이..만감이..만감이 교차했지.
아이가 의도를 가지고 나를 속이려 든 것은 처음이었기에...
매우 따끔한 훈육이 필요할진저...
오늘 오전 아이패드 사용 금지령을 내렸지..
매 주말 오전이 되면 자유시간을 갖는 루틴남에게는 정말 힘든 명령이었을거야...
울먹거리지만
어쩌겠나
배워야지.
나아가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할까.
회초리를 들어야 하나.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문득 김영하 작가의 말이 떠오르더구먼.
아이가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잔치를 해야 한다.
거짓말은 아이가 본격적으로 없는 걸 상상하기 했다는 신호다.
정변과 괘변의 엇갈린 입맞춤 속에 나는 부모로서 내 역할을 재정립해야 했고..
그렇게 설익은 어린이는
오늘 상상력을 과감히 현실에 도전하도록 내지르고,
본인의 상상이 현실에 부딪침을 알고,
허황되지 않은 자아를 찾아가는 하나의 길을 뚫었을거야.
그렇게 설익은 어린이가.
엄마가 오지 않는다고 울며 잠드는 우리 아들이.
이렇게 진짜 어린이가 되어 가는거겠지.
설익은 청년이 되고, 청년이 되고, 설익은 어른이 되고,
또 마지막으로 진짜 어른이 되었을 때,
나는 너에게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