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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중국을 지금의 중국으로 만들었나

심층 인프라, 인적 자원, 기업가정신의 결합

by 두어

최근 회사 내에서 미국, 상하이 등 기반의 VC 드레이퍼드래곤(Draper Dragon), 중국의 대형 로펌 잉커(Yingke Law Firm), 중국 대표 스타트업 미디어 네트워크 36kr과 업무협약을 추진하면서 부쩍 중국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책으로는 중국 지식계의 상징적 인물 황치판(黄奇帆))의 분석과 사고(分析与思考)를 읽고 있고, 미디어로는 캡틴따거, 샤오린슈어(小Lin说)를 즐겨 보고, 개별적으로 중국의 소셜네트워크 샤오홍슈(小红书), 웨이신(微信)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기술기업들의 향후 활로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자연스러운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내가 기업 대표들 앞에서 중국 이야기를 꺼내면, 옆에 앉은 일부 낡은 전문가들은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 ‘믿을 수 없다, ‘당한 적이 있다’는 말로 일괄해 버리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미국은 예외란 말인가..?)


나는 이렇게 본다. 최근 각종 교통·물류 인프라, 전력 발전, 자동차 등 중국의 성과를 단순히 보조금 효과(매년 GDP의 1~2%를 보조금·세제 혜택·저리 대출로 투입)로만 설명하는 기존의 스토리와 달리, 실제로는 생산성을 뒷받침하는 (1) 심층 인프라, (2) 인적 자원, 그리고 (3) 기업가 정신의 결합이 주요 동력이었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며, 오히려 미국을 포함한 우리가 되려 중국을 배워야 하는 부분이다.


교통·물류 인프라

중국은 지난 30여 년 동안 세계 최장 규모의 고속철도망을 구축했으며, 그 길이는 나머지 전 세계 고속철도를 합친 수준을 넘어선다. 고속도로망은 미국 주간고속도로(interstate) 시스템의 2배 이상에 달한다. 상하이 항만의 연간 물동량은 미국 전체 항만을 합한 규모와 맞먹는다. 이러한 물류 기반이 제조업 생산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

2000년대 초 미국은 인터넷이 권위주의를 약화시킬 것으로 전망했으나, 중국은 오히려 통제 가능한 고속 네트워크를 산업 육성에 활용했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 5G 장비 제조사로 성장했고, 바이트댄스·알리바바·텐센트는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국민은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인터넷 활용도(‘24년 온라인 결제 사용자 10억 명 이상, 전자상거래 이용자 수 약 9.74억 명)를 보이며, 이는 데이터 축적과 산업 혁신으로 이어졌다.


전력망

중국은 매년 영국 전체 전력 생산량에 해당하는 규모를 신규 발전 설비를 추가해왔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하며, 이는 미국과 EU를 합친 수준을 상회한다! 전력 소비 비중 역시 세계 평균과 미국을 웃돌며 일본 수준에 근접해 빠르게 증가(세계 평균 21%, 미국 22%, 일본 30%, 중국 30% 근접)하고 있다. 초고압 송전망과 대규모 배터리 저장 설비에 대한 투자가 전기차, 고속철, 데이터센터 등 전력 집약적 산업의 기반이 되고 있다.


제조 인력

중국은 7천만 명 이상의 제조업 노동력을 보유한다. 이는 단순 저임금 노동력이 아니라 축적된 ‘공정 지식(process knowledge)’ 덕분에 새로운 제품군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한 해는 아이폰 조립에서 다음 해는 화웨이 스마트폰, 그 다음은 DJI 드론, CATL 배터리 생산으로 이어지는 빠른 전환과 학습 능력이 미국 기업과의 큰 차별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례: 샤오미 vs 애플

샤오미는 2021년 전기차 사업에 진출을 선언했다. 이후 단 4년 만인 2025년 뉘르부르크링 전기차 신기록을 달성했다. 반면 애플은 2014년 전기차 프로젝트를 시작했음에도 10년간 400억 달러를 투입한 후 2024년 철수했다. 미국에는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제조 인프라가 없었던 반면, 중국은 생태계 전체가 연결돼 있었던 것이다.


중국 모델의 한계

중국의 산업정책은 성과와 동시에 그림자도 드러냈다. 반도체 산업에 1천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으나 다수의 부패와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태양광, 전기차, 스마트폰 등 주요 산업은 과잉 생산 구조에 따른 저마진 경쟁에 직면해 있다. 또한 서비스업(교육·의료·금융·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고용 창출이 정체되고 내수 소비가 위축되었다. 서비스업은 도시 고용의 약 60%를 차지하는 핵심 부문임에도 성장이 둔화되고 있으며, 내수 소비 침체(디플레이션 우려), 과잉 생산 구조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무역 흑자는 1조 달러 규모로 불과 5년 만에 두 배 이상 확대되었다.


미국의 대응과 한계

미국은 CHIPS Act와 IRA를 통해 대규모 정책을 추진했으나, 충분한 심층 인프라 구축은 지체되고 있다. 전력망, EV 충전망, 인터넷 보급 모두 부족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제조업 부활 대신 투자 위축을 초래했고, 2025년 4~7월 사이 제조업 일자리는 1만 개 이상 감소했다. 또한 이민 규제 강화와 과학기술 기초 연구 지원 축소로 혁신 기반이 약화되었다.


중국의 진짜 모델은 ‘보조금’이 아니라 ‘심층 인프라 + 인적자원 + 기업가정신’의 결합이라고 서두에서 밝혔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KBS 다큐 ‘의대에 미친 한국, 공대에 미친 중국’에서 양국의 사회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듯, 나는 요즘 중국의 기업가들과 예비 창업자들을 자주 만나며 뼈저리게 현장을 체감하고 있다. 많은 평론가들이 이 부분을 놓치고 있는데, 중국에는 끝없는 상승욕과 긍정성을 가진 멍청할 정도로 집요한 창업자들이 넘쳐난다. 기업가정신이 넘쳐난다. 최근 북경, 상하이에서 함께 했던 몇 차례의 술자리에서만 해도 NVIDIA를 이길 칩을 만들고 있다는 옆집 아저씨 같은 창업자를 만났으며(실제 규모가 상당했다), 중국의 모든 대학교 학생들이 한국에서 1년~2년 유학하게 만들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는 협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푸단대에서는 한국의 기술스타트업들과 협력을 바란다며 과학기술원의 원장 사단이 나왔는데, 너무나도 진지하게 이 분야에 대한 고민을 정리하고 와서 대화에 임하는 모습에 크게 감명 받았다. 북경대 창업훈련영에 방문했을 때는 지하 공간에서 창업활동을 하느라 삼삼오오 모여서 수 시간동안 몰입하고 있던 청년들을 보았다. 솔직히 무서웠고, 또 부러웠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는대로 좋은 기업, 기관들을 모시고 더 자주 중국을 방문하며 협력 기회를 찾아낼 예정이다.


20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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