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 얼굴 — 한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by 두어

2025년 2월, 시진핑이 마윈을 기업인 좌담회에 초청했다.

4년 만의 공식 석상.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 사진을 두고 "중국이 돌아왔다"는 해석이 쏟아졌다.
틀렸다.


그 사진은 회복의 신호가 아니라 업그레이드의 선언이었다.


지금 중국에서는 세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민영기업 정책의 고도화, 대만에 대한 전략 계산의 변화, 주변국을 향한 경제 강압의 일상화. 이 셋을 별개의 사건으로 읽으면 중국이 보이지 않는다.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해야 비로소 그림이 완성된다.


시진핑이 전략적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민영기업: 자유화가 아니라 통제의 정교화



2020년 앤트그룹 기업공개(IPO)가 갑자기 중단됐다. 마윈은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다. 이후 수년간 중국 기업인들은 규제의 안개 속에서 사업을 해야 했다. 허용 범위는 계속 바뀌었고, 처벌은 규칙보다 빨리 왔다. 많은 기업인이 투자를 줄이거나 해외로 떠났다.


2025년, 시진핑이 마윈을 다시 불렀다. 많은 사람이 "자유화"라고 읽었다. 사실은 다르다.


중국이 민영기업을 해방시킨 게 아니다. 통제 방식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새 도구들이 등장했다.



공산당 세포조직(Party Cell) 강화: 직원 3명 이상의 당원이 있는 모든 기업에 당 조직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중간·고위 관리자들로 구성된 이 조직은 이사회 안으로 당의 지시를 직접 전달하는 채널이 된다.


황금주(Golden Share, 1% 지분) 활용: 재정적 가치는 작지만 주요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의 일부 자회사에는 2021년 규제당국이 1% 특수관리지분과 이사회 의석을 취득했다.


민영경제촉진법(2025) 제정: 2025년부터 시행된 이 법은 민영경제의 발전을 장려·보호하는 전국 단위 기본법 성격의 입법이다. 법적 안정성을 제공하되, 당의 정책 목표에 기여하는 범위 안에서다.



그런데 더 주목할 변화가 있다. 국가가 직접 ‘승자’를 찍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4년과 2019년, 중국은 반도체 육성을 위해 ‘빅펀드 1.0·2.0’을 조성했다. 수십 조 원이 투입됐지만, 부패 수사와 성과 부진이 반복됐다. 이유는 단순하다. 국가 자본은 실험, 경쟁, 실패가 필수인 분야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어렵다. 이제 베이징은 방향을 일부 틀고 있다. 유망 기업들이 홍콩과 해외 증시에 상장해 국제 자본을 유치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주면서, 산업정책과 시장 메커니즘을 병행하는 쪽으로.


생태계 설계도 달라졌다. 화웨이는 이제 단순한 통신 기업이 아니다. 칩 설계, 클라우드 컴퓨팅,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을 담당하며 중국 전체 AI 생태계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 중국 어디서든 공통 기술 기반 위에서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설계하는 것이다.


알리바바의 변신은 이 모델의 대표 사례다. 금융 플랫폼(국영은행 위협)에서 AI·클라우드 인프라(국가 기술 자립 기여)로 축을 옮겼다. Qwen 오픈소스 AI 모델 계열은 중국 내에서 가장 큰 축에 속하는 오픈소스 AI 생태계로 성장했고, 글로벌에서도 ‘최대급’ 생태계로 평가받는다. 싱가포르의 일부 공공기관과 국가 AI 프로그램은 Qwen을 주요 기반 모델로 채택해 활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수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알리바바를 포함한 중국 빅테크는 엔비디아 칩을 대체할 자체 AI 가속 칩을 개발하고 있다. AI 관련 사업 매출은 최근 여러 분기 동안 두 자릿수에서 세 자릿수에 이르는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R&D 지출 비중도 2010년대 후반보다 뚜렷이 높아졌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오래된 창업자들은 수년 전의 혹독한 단속을 기억한다. 젊은 창업자들은 다르다. 국가의 개입이 ‘정상’인 환경에서 성장했고, 그 흐름 안에서 기회를 찾는다. 딥시크(DeepSeek)가 그 상징이다. 효율적인 오픈소스 LLM을 전면에 내세우며 빠르게 부상했고,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기술·비즈니스 성과를 강조하는 신세대 창업자의 전형으로 인식된다. 베이징은 이 세대가 ‘저항’이 아니라 ‘반응’으로 움직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새 공식이다.
야망은 허용한다. 단, 그 공간은 당이 설계한다.



대만: 계산이 바뀌었다



2021년,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 필립 데이비드슨 제독은 상원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중국은 2027년 전 대만을 통제하려 할 수 있다."


회의론이 많았다. 산악 지형을 상대로 한 상륙작전의 어려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점령의 대가. 인민해방군 고위 장성들의 잇따른 숙청으로 인한 사기 저하. 2027년은 당 대회 해이기도 하다. 중국 정치에서 당 대회 해의 최우선 과제는 절대적 안정이다. 시진핑의 4선 문제까지 겹치면, 이 시점에 대규모 군사 작전을 개시할 이유는 더욱 없어 보인다.


그런데 2025년을 전후해 중국 정책 커뮤니티의 계산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들이 감지된다.


결정적 변수는 트럼프의 재등장이다.


새 국가안보전략은 서반구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이민·마약·범죄 등을 최우선 안보 이슈로 올려놓고, 중국을 과거보다 덜 적대적인 어조로 다루면서 주로 경제적 경쟁자·비(非)서반구 경쟁자로 언급한다. 문서 곳곳에서 중국이 거론되지만, ‘인도·태평양에서의 군사적 전략 경쟁자’라는 표현은 이전보다 분명히 약해졌다.


2025년 12월, 중국은 대만 주변에서 2022년 펠로시 방문 직후 이후 최대급 규모로 평가되는 해상·공중 봉쇄 시나리오 훈련을 실시했다. 2022년 이후 일곱 번째에 이르는 대규모 훈련이었다. 매번 규모와 복잡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무력 시위가 아니라 실전을 위한 반복 숙달이다.


미국의 반응은 이례적으로 조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질의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하며, 군사적 맞대응보다 관리·관망에 가까운 태도를 취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휴전 협상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 상당 부분을 사실상 인정하는 쪽으로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역으로 본다. 이 선례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군사력 격차는 압도적이다. 인민해방군 병력 200만 명 대 대만 17만 명 수준, 중국 국방예산 2,000억 달러를 훌쩍 넘는 규모 대 대만 300억 달러 안팎의 구도다.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군사적 결과는 누구에게나 자명하다.


대만 내부 정치도 중국에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산 일부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고, 이를 지렛대로 미국 내 반도체 생산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요구해 왔다. 그 결과, 대만 기업들은 미국 내 수백억 달러대 반도체 투자 계획을 확대하는 대신, 관세 부담을 조정받는 방향의 합의를 모색해 왔다. 집권 민주진보당(DPP) 총통 라이칭더의 지지율은 내리막을 타고 있으며, 베이징은 대만 민심이 미·중 균형과 경제 안정을 중시하는 쪽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고 읽는다.


더불어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서 희토류·원자재 수출 통제와 상호 관세를 활용해 일부 양보를 이끌어낸 경험을 쌓았다. 이 경험이 자신감을 키웠다. 미국의 경제 제재가 항상 압도적이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이 생겼다.


즉각 침공 징후는 없다. 그러나 핵심은 이것이다.


중국이 기다리던 것은 능력의 완성이 아니었다.
상대방의 의지 붕괴였다.



한국: 혼자 버티는 시대는 끝났다



2026년 1월, 이재명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다. 시진핑과 셀카를 찍었다. 중국 측이 선물한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무역·기후·교통 등 12개 이상의 협정을 체결했다. 두 달 전, 시진핑은 한국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의장경호대와 공식 환영 만찬으로 국빈에 준하는 대우를 받았다.


그런데 방중 불과 몇 주 전, 한국은 미국과 핵추진 잠수함 협력 합의를 발표했다.


중국 입장에서 핵추진 잠수함은 단순한 군사 협력이 아니다. 한국의 수중 전력이 한반도 너머로 확장되는 것, 즉 중국 봉쇄 시나리오에서 미국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시진핑은 방중 당시 이재명 대통령에게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하라"고 했다. 외교적 언어로 포장된 경고다.


역사는 반복된다.



사드(THAAD, 2016~17): 롯데마트 중국 내 100여 개 점포 중 80% 이상이 영업 정지·매각 절차에 들어갔고, 롯데는 연간 약 10억 달러에 가까운 손실이 날 수 있다고 자체 추정했다. 한국 내 연구·언론에서는 관광·소비까지 포함한 전체 피해가 수십억~100억 달러 이상에 이른다는 평가도 나왔다.


요소수(2021):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 하나로 국내 물류·공급망이 사실상 패닉 상태를 겪었다. 이후에도 중국은 요소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며 구조적 취약성을 상기시켰다.


한화오션·HD현대(2025): 미국과의 조선·방산 협력 발표 직후, 중국이 관련 기업·법인을 상대로 통관·조사·규제 압박을 가하는 조치를 취해 주가와 업계 심리에 영향을 준 사례가 보고됐다.



사드 이후 한국이 실제로 한 일을 기억해야 한다. 경제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한국은 미국·일본과의 3국 미사일 방어 협력 추진을 사실상 중단·유보했다. 이것이 중국 강압의 목표다. 군사적 굴복이 아니라 외교적 자기검열. 이번에는 더 정교하고 강하게 올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최근 몇 년간 한·중 연간 무역 규모는 2,700억~2,900억 달러 수준을 오가는 ‘초대형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왔다. 중국과 단절할 수 없다. 하지만 경제 강압에 계속 굴복하다 보면 결국 한국은 독자적인 외교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없는 나라가 된다.


답은 집단적 경제 억지(Collective Economic Deterrence)다.


오해를 차단하자. 한국이 중국에 대해 레버리지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OLED 디스플레이: 글로벌 OLED 패널 시장에서 한국 업체 비중은 여전히 가장 크고, 중국이 수입하는 고급 OLED 패널의 상당 부분을 한국이 공급한다. 일부 세부 품목에서는 사실상 한국 의존에 가까운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선박 추진 엔진: 중국 상선·해운용 엔진에서 한국산의 비중이 매우 높은 품목군이 존재하며, 특정 사양에서는 대체 공급자가 제한적이다.


48개 핵심 품목: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정밀소재·기계 부품 등 여러 품목에서 중국의 한국 의존도가 70%를 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G7+한국+호주 전체를 합산하면, 일부 연구에서 수백 개 품목에서 중국의 수입 의존도가 70% 이상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90% 이상 의존하는 ‘목줄 품목’으로 분류된다.


EU는 2023년 ‘반강압수단(Anti-Coercion Instrument)’을 도입했다. 이 제도는 특정 국가가 EU 회원국 한 곳을 상대로 경제적 강압을 가하면, EU 전체가 자동으로 공조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리투아니아 사례 이후와 비교할 때, 노골적인 양자 경제 강압이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원리는 단순하다. 한 나라에 대한 강압을 모두에 대한 강압으로 간주하고 자동 보복하는 협정. 중국이 치러야 할 비용을 높이면 강압의 유인 자체가 줄어든다.


기반도 갖춰지고 있다. 최근 미·일, 미·한 투자 협정을 통해 일본과 한국은 2029년까지 미국 내 제조 역량에 수천억 달러 수준의 투자를 약속했다. 선박, 반도체, 에너지, 핵심 광물, AI 분야에서다. 경제 집단 방어의 인프라가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경제 집단 방어는 외교적 선택이 아니라 경제적 생존의 조건이다.


이 셋은 하나의 이야기다.


지금 중국은 세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다.



민영기업을 기술 자립의 도구로 재편 → AI·반도체·바이오의 자국화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실질적 선택지로 고려 → 지정학적 충격파 예비


주변국을 경제 강압으로 관리 →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 침식



이것은 무질서한 강압이 아니다. 전략적으로 설계된 행동들이다.


베이징이 배운 교훈은 명확하다. 민영기업은 죽이면 안 된다. 기술 자립을 이룰 황금 거위이기 때문이다. 마윈을 복귀시킨 것은 자비가 아니라 필요였다.


한국도 같은 교훈을 가져야 한다. 동맹은 버리면 안 된다. 경제 강압을 버텨낼 유일한 황금 거위이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해 ‘혼자’ 대응하는 시대는 끝났다.
동맹국들과 경제 집단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 이제 안보이자 경제 전략이다.


중국이 보내는 신호를 읽지 못하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위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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