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여행 떠나기 전후에 읽으면 좋은 그림책 <여행은 제비 항공>
아이가 긴 비행을 잘할 수 있을까?
아이랑 9박 10일간의 치앙마이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작년 겨울, 아이 23개월에 떠난 첫 해외여행은 공항 가는 과정부터 수월하지가 않았다. 카시트에 앉은 아이는 공항 가는 내내 차가 떠나가라 울었고,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 통에 우리는 중간에 차를 세워 공항 바로 앞에 있는 휴게소에 들러야 했다. 그 덕에 빠듯하게 도착한 공항에서 아이는 유모차에 앉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하는 수 없이 나는 아이를 안은 채로 비행 수속을 밟고 비행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이륙과 동시에 아이의 불쾌지수도 함께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자는 시간에 맞춰 일부러 밤 비행기를 선택했건만, 아이는 갑갑하고 건조한 기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울음으로 불편함을 호소했다. 하필이면 아이가 먹는 우유 개수도 부족하게 챙겨 와서 비행기 안에서 아이를 달랠 방법도 없었다. 나는 그저 아기띠를 한 채 아이가 잠이 들 때까지 통로를 거닐었고 세부까지의 4시간 30분 밤 비행이 나에겐 마치 열 시간처럼 길고 고되게 느껴졌다. 그때 고생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반드시, 기필코, 35개월 아이도, 엄마 아빠도 떠나는 순간부터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 것이다.
여행지 도착해서는 별 걱정이 없었다. 문제는 갈 때 6시간, 올 때 5시간 걸리는 치앙마이 비행이었으니깐.
아이에게 미리 여행의 과정을 공유하고, 떠나기 전의 설렘을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림책 <여행은 제비 항공>을 발견했다. 바로 이거다! 싶어 당장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거미줄 공항에서 제비 비행기가 날아가는 첫 장면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 곤충 친구들이 주인공인 데다가 유쾌한 그림체로 공항에서 비행기 타기까지의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있어서 여행을 앞둔 아이가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아이는 책에 집중했다. 우리도 여기 공항 가는 거야? 제비 비행기 타는 거야? 재잘재잘 쉴 새 없이 질문도 이어졌다.
비행기를 타려면 여권이 필요해.
여기, 채유 여권도 있지?
책을 두세 번 본 후, 아이 여권을 가져왔다. 아이 여권을 살피고, 책에서 보안 검색대 통과, 출국 심사 페이지를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이렇게 비행기 타기 전에는 위험한 물건이 없는지 꼼꼼하게 검사한 후에 여권에 이렇게 도장을 받아야 해, 다른 나라로 여행할 때는 여권이 꼭 필요하니까 채유 여권을 잘 챙겨야 해." 설명을 듣는 아이의 눈빛이 진지하게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엄마, 여기가 공항이지?
저기 비행기다!
공항에 도착한 아이는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이곳저곳을 구경하기 바빴다. 출국장에 늘어선 가게 앞에 서서 초콜릿을 사달라고 떼를 부리기도 하고, 공항을 누비는 안내로봇 에어스타를 졸졸 쫓아다니며 인사를 하고, 게이트 근처에 있는 뽀로로 키즈존에서 신나게 놀면서 아이는 제 나름대로 출국 전 시간을 즐겼다.
우려와 달리, 이번 비행은 수월했다. 아이가 한 살 더 먹기도 했고 미리 비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덕분이기도 한 것 같다. 비록 가는 6시간 동안 1초도 자지 않았지만, 세부 비행 때처럼 울거나 칭얼대지는 않았으니 성공적으로 비행을 마친 셈이다.
여행을 다녀온 후, 아이와 함께 치앙마이 도장이 찍힌 여권을 가지고 한번 더 <여행은 제비 항공>을 보았다. 우리 이렇게 비행기도 타고 내려서 짐도 찾고 했지? 하니 아이는 맞다며 박수를 친다. 기내식 먹는 페이지에서는 반가운지 아이가 먼저 알은체를 한다.
비행기 안에서 파스타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었잖아.
정말 맛있었어!
담요 덮고 잠도 코 잤잖아.
엄마도 커피 마셨지?
아이도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능동적으로 즐기고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