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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 엘리 Dec 26. 2019

이럴 줄은 몰랐지


나는 정말로 내가

살 안 찌는 체질인 줄로만 알았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프리 사이즈 사면 언제나

얼추 맞았으니까

SPA 브랜드에서는

XS 사이즈를 샀으니까

밤마다 라면을 끓여먹어도

크게 붓거나 몸무게가 늘지 않았으니까


친구들 다이어트한다고 제로 콜라 먹을 때

콜라는 오리지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럴 줄은 몰랐지

산후 막달에 먹은 디저트

고스란히 내 군살이 될 줄은


조리원에서 빠지지 않는 살은

절대 안 빠진다는 그 말

진실일 줄은


출산 후 이전 몸매로 복귀하는 여배우들처럼 나도

애만 쏙 빠져나올 줄 알았다


이럴 줄은 몰랐지

정말 몰랐지

애는 나왔는데 남산만 한 배는 그대로일 줄은


여리고 가냘픈 내 어깨가

다부지고 우람해질 줄은

가느다랗고 말랑말랑한 내 팔뚝이

벽돌처럼 단단하고 두꺼워질 줄은

아담하고 올망졸망한 내 엉덩이가

납작하고 펑퍼짐해질 줄은


먼저 출산한 아는 동생은 말하네

엄마는 푸근푸근해야 한다고

살집이 있어야 애가 안정감이 있다고


이럴 줄은 몰랐지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릴 줄은

옳거니 맞다며 맞장구 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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