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로 내가
살 안 찌는 체질인 줄로만 알았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프리 사이즈 사면 언제나
얼추 맞았으니까
SPA 브랜드에서는
XS 사이즈를 샀으니까
밤마다 라면을 끓여먹어도
크게 붓거나 몸무게가 늘지 않았으니까
친구들 다이어트한다고 제로 콜라 먹을 때
콜라는 오리지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럴 줄은 몰랐지
산후 막달에 먹은 디저트
고스란히 내 군살이 될 줄은
조리원에서 빠지지 않는 살은
절대 안 빠진다는 그 말
진실일 줄은
출산 후 이전 몸매로 복귀하는 여배우들처럼 나도
애만 쏙 빠져나올 줄 알았다
이럴 줄은 몰랐지
정말 몰랐지
애는 나왔는데 남산만 한 배는 그대로일 줄은
여리고 가냘픈 내 어깨가
다부지고 우람해질 줄은
가느다랗고 말랑말랑한 내 팔뚝이
벽돌처럼 단단하고 두꺼워질 줄은
아담하고 올망졸망한 내 엉덩이가
납작하고 펑퍼짐해질 줄은
먼저 출산한 아는 동생은 말하네
엄마는 푸근푸근해야 한다고
살집이 있어야 애가 안정감이 있다고
이럴 줄은 몰랐지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릴 줄은
옳거니 맞다며 맞장구 칠 줄은